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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가 멸종 위기 자원이라고?

문정우 기자 woo@sisain.co.kr 2017년 07월 14일 금요일 제5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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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물학자는 망치 하나 들고 온 세상을 헤매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북극과 남극, 그리고 적도에서까지 주변에는 눈길 한번 주지 않고 땅만 바라보며 기어 다닌다. 그들에게는 사암 위에서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작은 이빨 조각 하나가 무엇보다 소중하다. 자연 풍광에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인 포스를 뿜어내는 이 작은 존재가 고생물학자들을 금방 바다에서 기어 올라와 육지에서 살기로 결심한 육상 생물 공통 조상의 화석으로 안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빨은 희생자가 범행 현장에 간신히 남겨놓은 희미한 증거와 같다. 이 작은 흔적이 노련한 수사관에게 가해자를 알려주듯, 이빨 역시 경험 있는 고생물학자들에게 고대에 이 땅에 살았던 수많은 생명체에게서 일어났던 일을 말해준다. 자연계에서는 좀처럼 생성되지 않는 수산화인회석이 주성분인 이빨은 동물의 몸 가운데 가장 단단하면서도 질긴 조직이다. 이빨이 생기고 나서야 비로소 작은 동물이 큰 동물도 잘게 찢어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이빨만 봐도 그 주인이 무엇을 먹고 어떤 삶을 살았는지 유추할 수 있다. 과장된 이야기지만 고생물학자 가운데는 이빨 한 조각만 봐도 전체 동물의 모습을 복원해낼 수 있다고 큰소리치는 이들도 있다. 이빨은 불과 얼음, 압력에 견디는 힘이 강해서 인간의 상상력이 미치지 못하는 긴 시간 동안 존재를 잃지 않는다.

고생물학자들에게 이빨이 있다면 지질학자들에겐 모래가 있다. 지질학에서 모래를 규정하는 기준은 성분이 아니라 크기이다. 지름이 0.0625~2㎜에 이르는 암석 알갱이를 모래라고 부르며 그보다 크면 자갈, 작으면 실트로 구분한다. 모래의 주성분은 이산화규소, 보통 실리카로 부르는데 석영 형태이다. 화학적으로 안정돼 있고 경도가 높아 이빨처럼 풍화작용에서 비켜나 있다. 당연히 과거에 자신이 있던 공간에서 어떤 지질학적 격변이 일어났는지 설명해줄 능력이 있다. 화산 폭발이 있었는지, 빙하에 얹혀 미끄러져 내려왔는지, 그렇다면 어떤 암석 위를 지났는지 모래는 그 작은 몸에 일일이 새겨놓았다. 바닷가 모래에는 실리카 외에 조개나 산호 사체가 남긴 탄산칼슘도 섞여 있다. 최근에는 해변 모래에 플라스틱을 비롯한 각종 생활 쓰레기가 분해된 조각들이 점점 많이 끼어들고 있다. 신기하게도 어떤 생물들은 모래를 이빨이나 뼈 대용으로 쓰기도 한다. 일부 말미잘류는 실체와 가짜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정교하게 모래로 몸체를 보강한다. 조류 역시 주머니에 모래와 자갈을 채워 이빨 대신 사용한다. 생명은 지구를 많이 닮았다.

모래는 고대뿐 아니라 현대에 어떤 기막힌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대변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모래는 자연물 가운데 물 다음으로 인간이 많이 끌어다 쓰는 물질이다. 당연히 물 못지않은 시련을 겪고 있기도 하다. 자연에서 재생되는 속도를 훨씬 앞질러 정신없이 소모되고 있는 멸종 위기 자원이다. 지질학적으로 모래는 순환하는 물질이다. 얼음과 물, 그리고 바람과 시간이 만들어내는 작품이다. 모래 알갱이는 암석에서 풀려났다, 묻혔다, 노출됐다, 뭉쳤다가 다시 풀려나기를 반복한다. 지금의 모래는 대략 6사이클을 거친 것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순환 사이클은 인간의 시간 감각을 벗어나 있다. 수억 년에 걸친 활동이다. 결국 모래는 재생 불가능한 자원이나 마찬가지다.

ⓒ한성원 그림

올해 4월 거제도 앞바다에는 4만5000여 척에 달하는 어선이 집결하기도 했다. 더 이상 서해와 남해 경제수역(EEZ) 안에서 바닷모래 채취를 막기 위해서였다. 올해로 정부가 정한 경제수역 안에서의 모래 채취 기간이 끝나는데, 연장 여부를 놓고 어민과 건설업자 사이에 긴장감이 높아간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는 최근 수협중앙회 공식 블로그에 온갖 것이 알을 낳고 어린 생명을 키우는 자궁 같은 곳을 훼손해선 안 된다는 글을 올려 화제가 됐다. 새로 임명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이 문제를 놓고 씨름해야 할 것이다. 김영춘 장관은 선진국처럼 다른 모래 공급선을 확보해 바닷모래 의존량을 줄여야 한다고 운을 뗐으나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두 장관이 머리를 맞댄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인지도 의심스럽다. 그만큼 이 문제가 글로벌하기 때문이다.


모래의 용도는 실로 다양하다. 콘크리트(80%)와 아스팔트(94%)의 주재료이다. 토대를 다지고 그 위에 주차장과 건물을 올리고, 건물을 연결하는 도로를 만드는 전 공정에 모래가 들어간다. 2004년 미국 지질학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일반 주택을 짓는 데 100t 이상, 고속도로 1마일을 만드는 데 3만8000t의 모래와 자갈이 들어간다. 건물 유리창과 와인 잔, 스마트폰 스크린도 녹인 모래이다. 볼트 너트, 맨홀 뚜껑, 엔진 블록과 다른 주물을 만드는 주형의 재료 역시 모래이다. 현대사회 자체가 모래성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2014년 유엔 환경프로그램은 <모래, 생각보다 적은>이라는 리포트에서 대체 불가능한 자원인 모래가 기하급수적으로 사라지고 있다며 우리의 모래성이 위험에 처했다는 경보를 올렸다. 중국과 인도를 포함한 아시아의 급속한 경제성장 탓이다. 유엔 감독관이자 스위스 과학자인 파스칼 페두치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4년간 미국이 100년 동안 사용한 양에 맞먹는 모래를 썼다. 중국은 2030년까지 26만4000㎞ 이상의 고속도로를 건설할 계획인데, 이는 미국 전체 주 간 고속도로 길이의 3.5배에 달한다. 중국을 비롯해 인도·싱가포르 등이 전 세계 모래를 정신없이 빨아들이고 있어서 규제가 느슨한 개발도상국에서는 불법 모래 채취가 극성을 부린다. 수백만 년 동안 지구 생태계에 균형을 선사했던 습지와 바다의 모래들이 사라져간다.

사라진 모래를 대체하기 위해 바닷모래를 퍼 올리는 악순환


건물을 지을 모래가 부족하다고 말하면 어떤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할지 모른다. 전 세계 육지의 10분의 1이 사막이기 때문이다. 모래는 말 그대로 모래알처럼 많다. 그런데 정작 인간이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모래는 거의 다 떨어졌다. 지구의 4분의 3이 바다, 즉 물이 뒤덮고 있는데도 수많은 이들이 물 부족에 시달리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사막의 모래는 인간의 용도에는 거의 맞지 않는다. 현미경으로 모래를 들여다보면 지역에 따라 모양이 다 다르다. 사막의 모래는 알갱이가 거의 완벽한 원형이다. 거센 바람에 시달리며 서로 부딪쳐 모난 부위가 다 깎여나갔기 때문이다. 이런 모래는 마찰력이 없어서 건축자재로는 쓸모가 없다. 모래의 중요한 기능 가운데 하나인 정수, 정화 작용도 하지 못한다. 사막의 유목민이 수만 년 동안 집을 짓지 못하고 천막을 지고 다닌 이유이기도 하다.

아랍에미리트가 자랑하는 사막의 보석 두바이의 스카이라인을 장식한 마천루들과 인공 섬을 짓는 데 들어간 모래는 페르시아만에서 준설하거나 수입한 것이다. 온 천지가 모래인데도 골프장 벙커의 모래 역시 미국에서 들여왔다. 사막의 모래로 벙커를 채우면 골프공이 폭 빠져 경기를 진행하기 어렵다. 사실 비치발리볼이나 비치사커, 승마장에서 쓰는 모래도 아무거나 사용하지는 못한다. 몸을 던지는 선수들의 손목을 부러뜨리거나 십자 인대를 끊어놓으면 곤란하다. 이런 경기를 유치한 스폰서들은 갈수록 적당한 모래를 구하기 어려워 애를 먹는다.

물은 모래에 얇은 막을 씌워 흠잡을 데 없이 둥근 모양이 되는 걸 막는다. 이렇게 덜 둥글고 각진 강모래가 건물을 짓는 데는 가장 적당하다. 하지만 전 세계 어디를 뒤져도 이제 강모래는 찾기가 힘들어졌다. 이미 모두 집과 도로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안으로 등장한 게 바닷모래다. 염분을 제거하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바닷모래는 비로소 건축 골재로서 제 기능을 갖추게 되었다. 하지만 기술 부족에 부패까지 끼어들면 언제라도 아파트 붕괴 같은 대형 참사를 부를 수 있다.

자연은 말이 없지만 어느 한계를 넘으면 느닷없이 존재감을 드러내 인간을 놀라게 하는데, 바닷모래가 바로 그런 경우이다. 경제수역 안의 바닥에서 퍼 올려진 모래는 수많은 연안 해수욕장의 모래를 한순간에 사라지게 만드는 마법을 부리는 중이다. 우리나라 해안에서만 지난해 축구장 13개 분량의 모래가 사라졌다. 수만 년 동안 끄떡없었던 섬들의 민가가 하루아침에 태풍에 쓸려가는 일이 잦아졌다. 사라진 모래 대신 방파제를 세우기 위해 다시 바닷모래를 퍼 올려야 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물고기가 잡히지 않는다. 두바이에 수십 개의 인공 섬을 만들려고 모래를 준설한 페르시아만의 생태를 조사한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그곳은 조류의 흐름 자체가 바뀌어버렸다. 거대한 태풍이 휩쓸고 간 듯 바다 밑 생태계가 완전히 뒤집혔다. 생명체가 사라졌으며, 산호초가 망가졌고 그 외 모든 생물의 서식지가 사라지고 말았다.

전 세계는 1년에 400억t의 모래와 자갈을 소비한다. 도시는 날로 거대화되는 중이어서 앞으로도 무진장의 모래와 자갈이 더 필요할 것이다. 섬나라인 싱가포르가 영토 확장과 마천루 건설에 박차를 가하면서 2005년 이후 인도네시아에서 20개의 섬이 사라져버렸다. 인도네시아는 모래 수출을 중단했지만 발리섬 깊숙한 곳은 소행성과 부딪힌 듯한 기괴한 몰골이다. 아직도 불법 채취가 성업 중이라는 명백한 증거다. 인도에서는 샌드마피아라 불리는 범죄 집단이 모래 거래를 독점하고 있다. 그들은 모래 확보를 위해 살인도 서슴지 않는다. 자메이카, 나이지리아, 모로코 등 적어도 10여 개국에서 ‘피 묻은 모래’가 세계로 풀려나오고 있다.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처한 상황은 너무 단순해서 숨이 막힌다. 계속 바닷모래를 퍼 올리거나, 아니면 국제적인 불법 거래에 한 다리를 걸치고 개발도상국가의 국토가 황폐화되는 걸 방조하거나. 그런데 문제는 어느 쪽도 지속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바닷모래 채취를 고집한다면 결국 수자원은 씨가 마를 것이고, 상상도 하기 힘든 또 다른 재앙과 마주칠 수 있다. 각국이 눈에 불을 켜고 자국의 모래 수출을 금하는 추세여서 앞으로는 합법적으로도 모래를 수입하기가 점점 힘들어질 것이다. 농업이 화학비료를 사용한 대규모 단작농의 한계를 절감했듯이 건설업계 역시 대형 프로젝트와 초고층 건물 중심의 사고에 제동이 걸렸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아무렇지도 않게 짓고 부수고 내다 버리던 시절은 지나갔다. 지구 그 자체만큼이나 신비로운 모래라는 물질은 콘크리트나 아스팔트에 묻혀서가 아니라 지역의 소규모 재생 건축 속에서 영겁을 연마해온 색깔을 뽐내며 재활의 기쁨을 누릴 기회를 잡았다.  

참고한 활자:<내 안의 물고기>(김영사), <뉴요커>, 인터넷 언론 <와이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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