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관련 기사를 여러 번 썼다. ‘사드가 배치되는 경북 성주 기사’가 좀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지난해 7월 쓴 첫 기사부터 올해 5월 기사까지 꾸준히 ‘악플’이 달렸다. “작대기만 꽂아도 새누리당(자유한국당) 뽑더니 꼴좋다”는 댓글에 이어 대선 뒤에는 “그러고도 또 홍준표 뽑냐”가 추가되었다. 사드 배치를 묻는 여론조사에서도 찬성이 우세하다. 성주 주민들의 사드 배치 반대 투쟁을 담은 다큐멘터리 〈파란나비효과〉는 호평에도 상영관을 구하지 못해 개봉 일주일 만에 막을 내렸다.

성주 기사를 계속 쓰는 건, 그 여름의 기억 한 조각 때문이다. 지난해 8월 소성리 마을회관. 롯데골프장으로 오르는 길목 바로 옆에 있는 마을회관이다. 할머니 열 명이 앉은뱅이책상을 두고 앉아 있었다. ‘제2새마을 문화공동체 1070 학교종이 땡땡땡’이라는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할머니들은 한글교실에서 나눠준 분홍색 손가방에 교재와 필통을 챙겨 넣고 매일 마을회관으로 등교한다.

ⓒ시사IN 양한모

〈기탄초급 국어교재〉를 펴놓고 조용히 선생님을 기다리던 할머니들이 사드 얘기에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게 좋으면 군수 집 뒷마당에 갖다놓으라 케라. 우리 할매들이 거기 가서 다 누워 있을 기다. 평생 가난하게 살다가 이제 먹고살 만하고 한글 공부 할라코 하니까 사드를 가져다놓노.” 늦여름 무더위 속에 매미 소리가 귀청을 때렸다.


국방부는 북한 미사일 위협에 맞서 안보를 위해 사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실효성을 두고 의견이 분분한데, 백번 양보해서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롯데골프장에 사드를 배치해 대한민국이 더 안전해진다면, 이것은 “소성리가 세상의 전부”인 어떤 할머니들의 삶이 훼손당하며 주어진 안전이라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지난해 여름 이후 나는 줄곧 한 가지 질문에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가로부터 공교육조차 받지 못한 할머니들이 대체 왜 그 짐을 떠안아야 하나.’

7월13일이면 국방부가 성주에 사드를 배치한다고 발표한 지 1년이 된다. 동시에 성주 주민들이 사드 반대 촛불을 든 지 366일째 되는 날이다. 새 정부는 환경영향평가 등 지난 정권에서 사드를 졸속으로 배치하며 무시했던 절차를 다시 들여다보겠다고 했다. 새로운 논의도 오갈 것으로 보인다. 그 논의 테이블 한편에 누군가의 삶이 지닌 무게도 함께 오르길 바란다.

기자명 김연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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