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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 기사를 계속 쓰는 이유

김연희 기자 uni@sisain.co.kr 2017년 07월 11일 화요일 제5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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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관련 기사를 여러 번 썼다. ‘사드가 배치되는 경북 성주 기사’가 좀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지난해 7월 쓴 첫 기사부터 올해 5월 기사까지 꾸준히 ‘악플’이 달렸다. “작대기만 꽂아도 새누리당(자유한국당) 뽑더니 꼴좋다”는 댓글에 이어 대선 뒤에는 “그러고도 또 홍준표 뽑냐”가 추가되었다. 사드 배치를 묻는 여론조사에서도 찬성이 우세하다. 성주 주민들의 사드 배치 반대 투쟁을 담은 다큐멘터리 <파란나비효과>는 호평에도 상영관을 구하지 못해 개봉 일주일 만에 막을 내렸다.

성주 기사를 계속 쓰는 건, 그 여름의 기억 한 조각 때문이다. 지난해 8월 소성리 마을회관. 롯데골프장으로 오르는 길목 바로 옆에 있는 마을회관이다. 할머니 열 명이 앉은뱅이책상을 두고 앉아 있었다. ‘제2새마을 문화공동체 1070 학교종이 땡땡땡’이라는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할머니들은 한글교실에서 나눠준 분홍색 손가방에 교재와 필통을 챙겨 넣고 매일 마을회관으로 등교한다.

ⓒ시사IN 양한모

<기탄초급 국어교재>를 펴놓고 조용히 선생님을 기다리던 할머니들이 사드 얘기에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게 좋으면 군수 집 뒷마당에 갖다놓으라 케라. 우리 할매들이 거기 가서 다 누워 있을 기다. 평생 가난하게 살다가 이제 먹고살 만하고 한글 공부 할라코 하니까 사드를 가져다놓노.” 늦여름 무더위 속에 매미 소리가 귀청을 때렸다.


국방부는 북한 미사일 위협에 맞서 안보를 위해 사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실효성을 두고 의견이 분분한데, 백번 양보해서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롯데골프장에 사드를 배치해 대한민국이 더 안전해진다면, 이것은 “소성리가 세상의 전부”인 어떤 할머니들의 삶이 훼손당하며 주어진 안전이라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지난해 여름 이후 나는 줄곧 한 가지 질문에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가로부터 공교육조차 받지 못한 할머니들이 대체 왜 그 짐을 떠안아야 하나.’

7월13일이면 국방부가 성주에 사드를 배치한다고 발표한 지 1년이 된다. 동시에 성주 주민들이 사드 반대 촛불을 든 지 366일째 되는 날이다. 새 정부는 환경영향평가 등 지난 정권에서 사드를 졸속으로 배치하며 무시했던 절차를 다시 들여다보겠다고 했다. 새로운 논의도 오갈 것으로 보인다. 그 논의 테이블 한편에 누군가의 삶이 지닌 무게도 함께 오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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