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는 애초에 반체제 인사가 존재하지 않는다.” 2009년 중국에 특파원으로 와 있는 외신 기자들이 한 반체제 인사의 감옥행을 질문하자, 중국 외교부 대변인 마자오쉬가 내놓은 답변이다. 이 ‘존재하지 않는 반체제 인사’는 2010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중국 정부는 수감 중이던 수상자는 물론이고 그의 부인도 일시 가택 연금해 시상식 참석을 막았다. 노벨위원회는 빈 의자를 두고 노벨상을 시상하는 퍼포먼스로 항의했다. 중국 정부는 ‘빈 의자’ 키워드의 인터넷 검색 결과를 차단했다.

중국의 인권·민주화 운동가 류샤오보(62)는 이렇게 해서 ‘중국에서 존재하지 않는’ 동시에 ‘나머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반체제 인사가 되었다. 2008년 12월 체포되어 11년형을 선고받은 그의 혐의는 좀 무성의할 정도로 포괄적인 죄목, ‘공권력 전복 선동죄’였다. 그가 실제로 한 일은 〈08 헌장〉이라는 인권선언 초안을 잡거나 공개 전에 서명한 303명 중에서 일종의 대표 발기인을 맡은 것이었다. 〈08 헌장〉은 자유·인권·평등·공화·민주·입헌 등을 ‘점진적으로’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의 요구 중에 중국 헌법이 보장하지 않는 권리는 거의 없었다. 류샤오보는 헌법이 보장한 권리를 요구한 죄로 11년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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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샤오보는 〈뉴요커〉지 중국 특파원이었던 미국인 기자 에번 오스노스를 만났을 때, 자신이 싸우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서방국가들이 중국 정부에 인권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 내에서 아무도 그런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정부는 ‘외국의 요구일 뿐 자국민은 누구도 그러한 요구를 하지 않는다’라고 얘기할 겁니다. 나는 인권 문제가 국제사회만이 아니라 중국인들의 바람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애초에 류샤오보는 1989년 톈안먼 민주화운동의 주역들 중에서도 드물게 해외 망명을 포기하고 중국에 남았다. 인권과 민주화를 요구하는 중국의 목소리를 중국 안에서 내는 일을 늘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런 류샤오보가 이제는 간절히 중국을 떠나고 싶어 한다. 그는 최근 간암 말기 판정을 받고 가석방됐다. 류샤오보는 “죽어도 서방에서 죽겠다”라며 중국을 떠나기를 원한다. 독일과 프랑스는 그를 받아들이고 치료를 돕겠다는 뜻을 밝혔다. 베이징의 외교가가 해법을 찾기 위해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중국 당국의 대답은 류샤오보의 뜻을 지워버린다는 점에서는 2009년과 같았다. “류샤오보의 병세가 무겁고 장기간 이동은 적절치 않다. 무엇보다 당사자가 해외에 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

기자명 천관율 기자 다른기사 보기 yu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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