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아 제이미슨 글·그림
노은정 옮김
비룡소 펴냄
어린 친구들에게 그때가 좋은 때라는 둥, 어릴 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둥 떠드는 사람을 만나면 나는 자연스레 실눈을 뜨고 그이를 바라본다. 저 사람은 절반쯤만 신뢰하자고 생각하면서. 나는 웬만하면 지금이 제일 좋고, 앞으로가 더 좋을 거라 믿는다.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수많은 밤 이불킥을 거듭하며 이제야 겨우 알게 됐는데 망나니 같던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을 리가. 물론 나는 여전히 방황하고 실수하지만 나이를 먹는다는 건 점점 좋은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그래야만 한다고 다짐하곤 한다.

초등학교 5학년 여학생이 주인공인 이 책을 집어든 건 〈어린이책 읽는 법〉(유유)의 저자 김소영씨를 만난 덕분이었다. 나처럼 어린이책을 많이 읽지 못하며 자란 김씨는 ‘어린이는 이런 거 못하지!’ 하는 마음으로 맥주를 마시면서 어린이책을 읽는다고 했다(〈시사IN〉 제507호 ‘독후감 쓰지 말고 말하게 하세요’ 기사 참조). 인터뷰 당시 ‘책맥’하기 좋은 어린이책 여러 권을 추천받았고, 〈롤러 걸〉은 그중 한 권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롤러 걸〉은 정말이지 맥주를 벌컥벌컥 마시게 하는 책이었다.

친구들은 변한다. 내가 달라지기도 하고, 친구가 떠나기도 하면서.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을 통해 한 뼘씩 자란다는 걸 청소년기에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롤러 걸〉의 주인공 애스트리드 역시 마찬가지다. 니콜은 어째서 ‘내가 좋아하는’ 롤러스케이트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다른 친구들은 별명들도 근사한데 나는 그냥 ‘니콜의 친구’로 불린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순간은 또 얼마나 초라한가. 외롭고 쓸쓸한 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온다. 모든 것이 하얗거나 까만 것처럼 간단치 않다는 걸 깨달으며 우리는 성장한다. 애스트리드가 니콜을 의연하게 보내는 마지막 장면에서 나는 조금 울었다. “역시 청소년 시절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아!”라고 외치면서 말이다. 그러나 또 안다. 그 시절이 나를 키웠음을.

기자명 장일호 기자 다른기사 보기 ilhostyle@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