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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시사IN 편집국 webmaster@sisain.co.kr 2017년 07월 14일 금요일 제5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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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박준 지음, 난다 펴냄

“나는 타인에게 별생각 없이 건넨 말이 내가 그들에게 남긴 유언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울지 마’라고 체념시키곤 하는 모난 세상을 둥글게 매만지는 일은 어쩌면 시인의 몫일 테다. 시인은 ‘그러니까 더 울어도 돼’라고 말하는 사람, 그렇게 종내 곁에서 함께 우는 사람이다.
2012년 연말 출간된 박준 시인의 첫 시집은 드물게 스테디셀러가 됐다. 방송 덕분이라고?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장담하건대 그게 전부는 아니다.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에 수록된 시를 단 한 편이라도 읽어봤다면 당신도 동의할 수밖에 없으리라. 단정한 그의 시는 읽는 이를 누긋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이번에 내놓은 첫 산문집에 수록된 글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독자는 짧은 글 앞에서도 자꾸만 서성인다. 행간 사이에 눈길이 오래 머문다.



칭기스칸, 신 앞에 평등한 제국을 꿈꾸다
잭 웨더퍼드 지음, 이종인 옮김, 책과함께 펴냄

“민주주의자는 인간을 평등하게 대한다. 칭기스칸은 신을 평등하게 대했다.”


칭기스칸은 정복 국가에서 종교 시설을 먼저 덮쳤다. 그곳에 기득권자들이 보물을 쌓아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 종교인들을 불러 교리의 옳고 그름이 아니라 그들의 말과 행동이 같은지 다른지를 따졌다. 다르면 가차 없이 처단했지만 종교 자체는 용인했다.
원나라는 종교적 다양성이 폭넓게 보장된 나라였는데, 저자는 이런 관용이 원나라를 세계 대국으로 이끈 비결이라고 꼽는다. 관용을 통해 종교적 마찰을 줄였다는 것이다.
<로마제국 쇠망사>를 쓴 에드워드 기번 역시 미국의 초기 부흥 비결을 칭기스칸의 영향을 받아 종교적 자유를 허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저자는 미국의 독립선언서에 칭기스칸의 관용 정신이 반영되었다는 것을 규명한다.



한식의 품격
이용재 지음, 반비 펴냄

“현재 한식에서 전통이라 믿고 통하는 개념, 조리법 등은 습관의 산물이다.”


저자는 한국 음식 비평계에 어느 날 홀연히 등장했다. 당대 가장 영향력 있는 음식평론가와 논쟁을 벌이고, 우리 음식계의 예민한 문제들을 하나씩 건드렸다. 그가 미국 애틀랜타에 있는 건축회사에서 일하던 사람이었음이 알려지면서 놀라움은 더 컸다. 저자는 도발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예컨대 ‘냉면=서민 음식’이라는 신화를 깨야 한다며, 그중에서도 평양냉면은 재료나 조리법에서 집밥이 흉내 낼 수 없는 전문성을 가진 음식이라고 주장한다. 평양냉면의 위상을 인정한 뒤에야 한식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글 쓰는 요리사 박찬일씨는 추천사를 통해 “한식이 발전한다면 그건 저자의 진술이 유용했음을 인정해야 한다”라고 추어올렸다. 읽어보니 괜한 상찬은 아닌 듯싶다.



인간 연대의 자본론
유키오카 요시하루 지음, 김기섭 옮김, 들녘 펴냄

“<자본>은 그 이름값을 못한다.”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을 읽고 익힌 사람이라면 격노할 만한 책이다. 우파 혹은 자본가 입장에서 <자본>의 과격한 혁명주의를 비판하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자본>의 ‘반동성’을 격렬하게 공격한다. 저자의 비판은 매우 야심만만하다. ‘상품(교환)’에서 출발하는 논리 전개 순서, ‘M-C-M(화폐-상품-더 많은 화폐)’으로 요약되는 ‘가치 증식 과정’ 등 <자본>의 가장 기본 틀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들에 메스를 들이댄다. 저자는 ‘혁명의 지도’였던 <자본>을 오히려 “일상에서 발생하는 전면적·구조적인 착취와 수탈에 면죄부를 부여해서 인간의 전진을 가로막는다”라고 공격한다. 일본 전공투 출신의 생활협동조합 운동가인 저자로서는 당연한 견해일 수 있다.



한국 개미
동민수 지음, 자연과생태 펴냄

“우리는 개미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어린 시절, 떼 지어 다니는 개미 무리를 구경하거나 쫓은 적이 있다. 다들 한 번씩 겪었을 법한 유년기 추억이다. 그만큼 개미는 친근하고 익숙한 곤충이다. 본격 개미 이야기책이 나왔다. 한국 개미에 대한 도감이 국내에서 처음 발행되었다. 스물한 살의 ‘개미 덕후’가 저자다.
이 책에 따르면 한반도에서 기록된 개미는 172종으로 이 중 ‘토종 개미’만 78종이다. 사진과 개미에 대한 깨알 같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개미는 벌의 한 무리다. 여왕개미 수십 마리가 집단지도 체제를 이뤄 무리를 통치하는 개미 종, 다른 개미 무리에 침입해 동족인 양 흉내 내다 그 집을 차지하는 종도 있다. 개미를 좋아하는 이른바 호개미성 동물이 12종이나 존재한다는 사실도 눈길을 끈다.



주적은 불평등이다
이정전 지음, 개마고원 펴냄

“인심이 곳간에서 나온다고? 인심은 평등에서 나온다.”


‘기적을 이루었으나 기쁨을 잃은 나라.’ 책 서두에 나온 인용구부터 눈길을 끈다. ‘한강의 기적’을 이룬 나라가 반세기도 채 되기 전에 ‘헬조선’ 소리를 듣게 된 기저에는 극심한 불평등이 자리 잡고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가 인용한 각종 문헌과 사료에 따르면 불평등이 심한 나라일수록 범죄율이 높고, 학력 수준이 낮아지며, 근로시간은 길어지는 경향이 나타난다.
그런데도 여전히 주류 경제학자들은 불평등이 필연이며, 경제성장의 동력이라고 말한다. 이 모든 주장이 왜 허구이고 시대착오적인지, ‘행복의 경제학’을 전파해온 저자가 꼼꼼하게 따졌다. 불평등을 종식시키고 공정한 세상을 염원했던 촛불 시민들을 위한 정치경제학 입문서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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