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3d gpu
바로가기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부당한 상황은 참지 않아도 괜찮아

정정희 (북스코프 기획편집팀장) webmaster@sisain.co.kr 2017년 07월 14일 금요일 제512호
댓글 0

지난겨울 끄트머리에 강원도 동해에 갔다. 그곳 고등학교 학생들이 <예민해도 괜찮아>의 저자 이은의 변호사를 만나고 싶어 한다는 소식을 전해왔기 때문이다. 철야를 밥 먹듯 하는 저자가 기꺼이 간다기에 나도 덩달아 따라나섰다. 동해의 싱싱한 회라는 잿밥에도 물론 관심이 있었지만 고등학생들이 <예민해도 괜찮아>를 어떻게 읽었을지 몹시 궁금했다.

이은의 지음
북스코프 펴냄

방학인데도 교실 한가득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저자를 초청한 글쓰기 동아리 회원들과 책을 읽은 학생들, 그리고 선생님들이었다. 출간 이후 북토크나 대학생·직장인 강연 등 많이 다녀봤지만 이렇게 진지한 태도로, 자기 의견과 질문거리를 꼼꼼히 준비해온 경우는 드물었다. “다른 사람의 성희롱을 목격할 때 주변인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웠습니다”라는 소감을 시작으로 “저처럼 소심한 사람은 결정적 순간에 어떻게 노(No)를 외쳐야 할까요?”부터 “메갈리아 관련 논쟁을 어떻게 보십니까?”까지 무려 27개 질문을 미리 선별해온 학생들. 야무진 그들 뒤에는 큰 개입 없이 든든하게 지원해주는 선생님이 있었다.


이 책을 만들 때만 해도 ‘불쾌한 터치와 막말에 분노하는’ 20대 여성들을 주 타깃으로 했지 청소년들은 생각하지 못했다. 알고 보니 <예민해도 괜찮아>를 먼저 읽고 학생들에게 권해주는 선생님이 꽤 많았다. 나아가 그분들은 학생들과 토론하고 저자를 초빙해 직접 이야기 듣는 시간을 마련하고 있었다.

먹고살기가 힘든 때일수록 아르바이트생, 인턴, 비정규직, 신입 사원 들은 군소리 없이 일하기를 강요받는다. 앳된 이 학생들도 앞으로 너른 사회로 나가면 온갖 불합리와 차별, 갑질에 맞닥뜨릴 게 뻔하다. 그에 앞서 아직 파릇파릇한 시절에 ‘부당한 상황을 참지 않아도 돼’라고 말해주는 책을 만난다면, 그런 책을 권해주는 이들이 곁에 있다면 좀 더 씩씩하고 똑똑한 어른으로 자라지 않을까?

<저작권자 ⓒ 시사IN (http://www.sisai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