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A가 취직했다. 아니 취직을 했을지도 모른다. 직원이 몇 명 없는 작은 회사에서 월급 150만원을 받기로 하고 수습직원 생활을 시작했다. 계약서는 쓰지 않았다. 3개월 뒤에 정직원으로 전환될지 백수로 돌아올지 아무도 모른다. A는 자신이 기술도 없고 경력도 부족해 정직원이 될 수 없는 거라고 자책한다. A는 관련 분야 전공으로 유학까지 다녀왔다. ‘오버 스펙’일 수는 있어도 부족하진 않다. 사실은 회사 사장도 3개월 뒤 일거리를 수주해야 A를 계속 고용할 수 있는 처지다.
친구 B는 취직 준비를 한다. B는 20대 후반까지 이렇게 삶이 불안하리라 상상해본 적이 없다. 대학에서 전공 공부를 했고 해외 연수도 다녀왔다. 부지런하고 성실했다. 그런데도 이 사회에는 B의 ‘일자리’가 없다. 정당한 대가를 받고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사회에 기여할 자리가 없다. 과정을 보자면 B는 모범이 될 만한 삶을 살았다. 그런데 결과는 그렇지 않다. 그 간극이 B를 괴롭힌다. B는 언제나 자신의 노력이 부족해서라고 말한다.
아직은 아슬아슬하게 20대라는 이유로, 요즘 청년들의 가장 심각한 문제가 뭐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그때마다 두 친구를 떠올린다. ‘불안’이라는 단어로 요약할 수 있는 삶. 개인의 노력으로는 결코 벗어나기 힘든 빈곤. 삶이 불안하다 보니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일에도 위축된다. A는 일을 시작하고 30일을 꽉 채우도록 월급날이 언제냐고 물어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 혹시 월급을 보채는 걸로 여겨져 정직원 채용에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웠다. 임금은 노동에 주어지는 최소한의 대가인데 눈치를 본다. 그마저도 해고당할까 봐. 그나마 A와 B는 서울에서 대학을 나온 ‘혜택받은’ 그룹이다. 더 차별받는 학력의 청년들, 기회 자체가 적은 지방 청년들은 어떨까. 성인이 아닌 청소년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은 어떨까. 이러니 최저임금도 유명무실하고, 연간 체불임금은 해가 갈수록 기록을 경신한다.
서울 마포구 망원동의 한 약국에서는 아르바이트 노동자에게 최저시급 1만원을 준다고 한다. 40~50대가 내게 지금 청년들을 위해 무엇을 해주길 바라느냐고 하면 나는 언제나 같은 대답을 한다. 당신이 지금 종사하는 업계가 지속 가능하게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는 좋은 일자리가 되게 해달라고. 지금 당신부터 시작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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