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화된 거짓말
대니얼 J. 레비틴 지음, 박유진 옮김, 레디셋고 펴냄

“조작된 뉴스와 가짜 통계자료가 당신을 속이고 있다.”


지난 5월 대선을 앞두고 SBS의 ‘유력 후보의 세월호 인양 고의 지연’ 보도가 정국을 흔들었다.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를 했고, 이를 인용 보도했다.
오보였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가짜 뉴스가 공중파의 주요 뉴스로 둔갑해버린 사건이었다.
언론은 팩트와 거짓을 식별하도록 돕는다. 하지만 앞선 사례에서 보듯, 팩트로 보도한 기사가 거짓일 수 있다. 또 대중이 거짓 정보를 소비하면 가짜 뉴스가 횡행할 수밖에 없다.
저자 대니얼 J. 레비틴은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가짜 뉴스 논란에 대해 가장 믿을 만한 방어책은 ‘비판적 사고법’이라고 말한다.
이것이야말로 민주주의가 번영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로마는 왜 위대해졌는가
메리 비어드 지음, 김지혜 옮김, 다른 펴냄

“로마의 역사는 언제나 다시 쓰이고 있다.”

고대 로마는 매혹의 원천이다. 당대 최고의 역사가, 문필가, 사회과학자, 소설가들이 고대 로마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그중에서도 고전학자 메리 비어드는 우리 시대의 에드워드 기번으로 불릴 만한 로마사의 거장이다. 그녀의 대표작이자 글로벌 베스트셀러 〈로마는 왜 위대해졌는가〉가 번역됐다.
비어드는 광대한 로마사를 거장의 솜씨로 종횡무진한다. 주인공은 로마를 대표하는 논변가 키케로. 비어드의 이야기는 키케로에서 출발해 로마로 퍼져 나가는가 하면, 다시 로마를 일주하다 키케로로 고여든다. 로마 1000년을 한 호흡에 훑는가 하면 돌연 개인의 내면에 현미경을 들이댄다. 전문가들이 고개를 젓는 시오노 나나미를 보내줄 때는 이미 지났다. 여기 훌륭한 대안이 도착했다.


정조와 정조 이후
역사비평 편집위원회 지음, 역사비평사 펴냄

“역사는 때론 고통스럽고 지겹도록 느릿느릿한 과정.”

정조는 개혁군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조선의 르네상스를 연 인물로 평가되곤 한다. 반면 정조 이후 19세기 조선사는 잿빛처럼 인식된다. 세도정치, 매관매직, 삼정 문란, 사상 탄압….
과연 그럴까. 소장학자 9명은 18세기와 19세기를 연속과 단절이라는 중층적 시각에서 관찰한다. 도식적 시대 구분과 평가 기준의 이분법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았다.
이를테면, 19세기 세도정치의 등장에는 정조 시대 후반기의 상황이 영향을 미친 부분이 있었다. 정조는 척신(戚臣) 육성을 암시하며 명문 세도가의 딸을 간택했다.
“역사는 입맛에 맞는 결론을 보여주는 학문이 아니다. 끊임없이 반성과 성찰을 제시해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지 보여주는 소임을 다한다.”


도서관과 작업장
옌뉘 안데르손 지음, 장석준 옮김, 책세상 펴냄

“현대 사회민주주의에서 신자유주의적 요소를 찾을 수는 없다.”

사회민주주의는 현실(예컨대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과 개선을 동시에 추구해온 정치·사상·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유토피아적 이상을 실용적 마인드로 실현하려는 사회민주주의의 지향과 현실 기반은 당연히 노동자였다. 기초적 사회 구성 원리였던 ‘노동’이 1990년대 이후 급격히 ‘지식’으로 대체되면서 사회민주주의는 스스로를 혁신하게 된다. 저자는 유럽 사회민주주의의 두 경향을 대표하는 영국 노동당과 스웨덴 사민당을 통해 그 동태를 살폈다.
영국 노동당의 ‘제3의 길’ 노선은 지식 정보화라는 추세에 맞춰 사민주의를 개조하려 했던 진지한 시도다. 영국 노동당은 지식을 경쟁재로 파악한 반면 스웨덴 사민당은 공공재로 인식하면서 둘은 다른 경로를 밟게 된다.


페퍼로드
야마모토 노리오 지음, 최용우 옮김, 사계절 펴냄

“세계지도가 빨갛게 물드는 날까지 고추의 진격은 계속될 것이다.”

한국인들은 임진왜란 때 고추가 일본열도에서 한반도로 전해졌다는 것을 ‘정설’로 알고 있다. 반면 일본에는 고추가 조선에서 전래되었다는 ‘이설’이 있다. 한반도에서 고추를 ‘벽사(辟邪:귀신을 쫓아냄)’의 의미로 사용한 데 비해 일본열도에서는 ‘고추에는 독이 있다’며 경계하기도 했다. 한국인들은 더 매운 맛을 즐기기 위해 일반 고추보다 청양고추를 쓰는데, 일본인들은 고추의 매운맛을 중화하기 위해 겨자·진피·참깨 등을 섞어 ‘시치미 고추’로 만들어 쓴다.
일본에 고추 생산이 늘어난 계기는 한국전쟁이었다. ‘고추가 떨어지면 한국군의 사기도 떨어진다’며 미군이 일본에서 고추를 사들였기 때문이다. 이후 일본인들의 밥상에서도 고추가 자리를 잡았다.


우리의 월급은 정의로운가
홍사훈 지음, 루비박스 펴냄

“이 책을 읽은 여러분이 우리 사회 소득의, 임금의 불평등에 대해 많이 분노하셨으면 합니다.”

저자의 목적은 금세 달성된다. 읽다 보면 분노가 인다. 구의역에서 사고를 당한 김군이 용역업체에서 최저임금을 받고 일했던 까닭이나, 4대강 사업의 덤프트럭 노동자가 원래 받아야 할 금액보다 20만원을 적게 받은 사연 같은 걸 읽다 보면 그렇다. 외국은 어떨까? 미국에는 ‘프리베일 웨이지’ 제도가 있어서 공공기관과 계약한 용역업체는 임금을 마음대로 낮추지 못한다.
적정임금 제도가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지, 임금 격차는 왜 발생하는지 등 월급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그래서 내 월급은 정의로운가? 저자가 강조하는 건 국가의 구실이다. 그 나라 정부가 누구의 처지에서 정책과 제도를 만드는지에 따라 선진국과 후진국으로 나뉜다. 책을 읽다 보면 중요한 건 국가의 의지라는 걸 확인하게 된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