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총선에서 참패가 예상되던 노동당이 뜻밖의 승리를 거둔 비결은 무엇일까? 영국 저널리스트 폴 메이슨은 〈가디언〉 기고문을 통해,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가 영국의 ‘정치적 상식’들을 전복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메이슨에 따르면, 브렉시트는 영국 서민은 물론 기업 측에도 결코 달가운 선물이 아니었다. 설사 ‘부드러운 브렉시트’로 간다고 해도 물가 인상, 고금리, 노동비용 상승(이주노동자를 사용할 수 없다) 등 경제적 충격이 10년 정도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유럽 대륙’이라는 시장을 잃게 된다. 그런데도 영국의 ‘지배 엘리트’들이 브렉시트를 강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메이슨은 지배 엘리트들이 국내 기업가들과 ‘한편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영국의 지배 엘리트들은 초국적 투자자나 헤지펀드 매니저, 석유 귀족 등 글로벌 특권층과 한통속이 된 지 오래라는 것이다. 다양한 계층과 정치 성향의 영국 시민들은 브렉시트의 이런 측면을 깨달았다. 물론 코빈의 선거 전략이 통한 덕분이다.

ⓒAFP PHOTO조기 총선 개표 뒤 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가 지지자들에게 화답하고 있다.

코빈은 이번 총선 공약을 통해 ‘영국 정부가 긴축을 포기하고, 민영화론자 및 투기꾼들의 대변인 노릇을 그만둬야 대다수 시민이 사람다운 삶을 누릴 수 있다’고 설파했다. 그동안 보수당 정부는 ‘긴축만이 살길’이라며 정부지출을 급격히 축소해왔다. 2010년 46.36%에 달했던 ‘국민총생산 대비 정부지출’ 비율을 겨우 6년 만에 40.25%(2016년)로 6%포인트나 줄였을 정도다.


코빈이 이런 상식(‘긴축이 살길’)을 뒤집어 ‘게임의 룰’을 바꿨다고, 메이슨은 주장한다. “보수당은 다음 선거에서 (긴축이 아니라) ‘세율 인상’ ‘정부지출 확대’ 같은 의제로 싸우게 될 것이다. 보수당이 이를 거부하면, 코빈이 다음 총리에 오를 것이다.” 또한 코빈은 자신의 정견이 아니라 국가의 처지를 대변하는 전술을 취했다. 대외 정책과 안보 측면에서 급진 좌파 특유의 견해를 포기한 것이다. 그 덕분에 그동안 ‘영국의 적을 지지하고 테러 문제에 소극적’이라고 여겨지던 노동당의 이미지를 개선해 표를 끌어모을 수 있었다.

이렇게 코빈은 보수당은 물론 노동당까지 장악하고 있던 ‘상식의 참호’들을 하나하나 점령해 들어갔다고 한다. 그 결과, “브렉시트를 그나마 남은 복지제도까지 폐기하는 기회로 삼으려 했던” 보수당을 패배시키고 “지난 30년 동안의 상식을 종료시킬 수 있었다”.

기자명 이종태 기자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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