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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을 게 없으면 바둑을 잡나?”

증인으로 출석한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참 나쁜 사람’으로 지목한 노태강 전 국장에 대해 무리한 감찰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전혜원 기자 woni@sisain.co.kr 2017년 06월 27일 화요일 제5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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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12일 박근혜 뇌물 혐의 등 9차 공판

‘주 4일 재판’이 시작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측이 체력 부담과 품위를 이유로 반대했지만,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최순실씨의 독일 회사 비덱스포츠 전 직원 장남수씨(장순호 플레이그라운드 이사의 아들)와 박창균 중앙대 교수(전 국민연금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 위원)가 증인으로 나섰다. 이날도 박 전 대통령은 조는 듯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보였다.



박창균 증인에 대한 검찰·특검 신문

검찰
:2015년 7월10일 투자위원회 결정 이후 7월14일 전문위원회 소집 결정 중간에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전화했나?

박창균:그렇다.

검찰:당시 문형표는 증인에게 ‘한 사람이 아니라 커미티(committee·위원회)가 판단했다. 규정상 문제없는 걸로 안다. 그런데도 전문위원회 연다는데 시끄럽지 않게 해달라’고 했나?

박창균:그런 취지로 말한 걸로 기억한다.

검찰:문형표 장관이 전화한 목적은 뭐였나?

박창균:만약 전문위가 열려 투자위 결정이 잘못됐다거나 문제 있다는 취지의 보도자료나 발표가 나면 본인도 상당히 곤란한 입장에 처할 수 있고, 보건복지부나 기금운용본부 처지가 편안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검찰:당시 한화투자증권 대표였던 주진형은 본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투자위 찬성 결정 며칠 후 증인에게 전화해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는데, 증인이 ‘청와대 뜻이라 합니다’ 했다는데 맞나?

박창균:청와대 뜻이라고 한 거는 그때까지 받았던 인상이나 경험을 종합적으로 판단해봤을 때 ‘그럴 거 아니냐’는 저의 개인적인 판단이었다. ‘그걸 물어서 뭐 하시겠습니까, 거기 아니면 어디겠습니까’ 하는 제 개인적 판단을 말했던 거다. 그때까지 한 달여 동안 겪었던 여러 일을 종합해봤을 때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었다.

검찰:어디서 확인해서 얘기했던 건 아니다?

박창균:그렇다.


박창균 증인에 대한 변호인 신문


박근혜 변호인:한 달 동안 일어난 일을 종합적으로 판단했다고 했다. 어떤 일이 있었나?

박창균:결정적 계기는 복지부 공무원들의 행태였다. 과장, 사무관, 장관 등이 투자위원회 결정이 난 후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했다. 그 전에는 연락이 없다가 전화해 ‘안건을 만들어줄 수 없으니 (전문위원회) 회의를 열지 말라’는 식이었다. 일반적으로 공무원들에게 기대할 수 있는 행동은 아니었다.

최순실 변호인:주진형에게 ‘청와대 아니겠느냐’라고 했나, ‘거기 아니겠느냐’라고 했나?

박창균
:지금 확실한 기억은 ‘거기 아니겠느냐’다. 그다음은 정확히 기억하기 힘들다.

최순실 변호인
:증인, 나비효과라는 것 아나?

박창균:안다.

최순실 변호인:경제학 전공했으니까. 증인이 거기 아니겠냐, 청와대 뜻 아니겠냐 발설한 일 하나가 일파만파….

검찰:이의 있다.

판사:변호인, 사실에 관한 질문이 아닌 것 같다. 나중에 증거조사 결과 의견 말할 때 하면 참고하겠다.

ⓒ그림 우연식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맨 오른쪽)과 자신의 변호사가 언쟁하는 모습을 보고 박근혜 전 대통령(왼쪽 두 번째)이 잠시 웃었다.

■ 6월13일 박근혜 뇌물 혐의 등 10차 공판

대통령과 장관이었던 두 사람이 3년 만에 증인과 피고인으로 다시 만났다. 이날 재판에는 박근혜 정부 초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올랐다가 2014년 7월 면직된 유진룡 전 장관이 증인으로 나섰다. 박 전 대통령은 유 전 장관을 응시하는 등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 전 장관과 자신의 변호인이 서로 언성을 높이며 다투자 박 전 대통령은 잠시 웃었다가 웃음기를 거두기도 했다.



유진룡 증인에 대한 검찰·특검 신문

검찰:노태강 전 체육국장이 4월10일 증인으로 출석해 ‘대통령이 유독 승마 챙기는 일이 많았다’고 증언했다. 당시 장관으로서 보기에 대통령 승마 관심이 이 정도였나?

유진룡:승마협회는 대한체육회 소속이지만 거의 비중이 없는 단체다. 계속 거론되고 문제가 발생하는 걸 보면서 굉장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청와대가) 노태강을 문제 많은 공무원으로 보고받았다는데, 노태강은 저희 부에서 상위자와 하위자 평가 결과 최상의 성적을 받은 사람이다. 상사뿐 아니라 부하도 좋아한다. 동료도 능력을 인정한다. 그렇기에 노태강 국장을 인사이동 시킬 때 우리 직원들에게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노태강의 능력이나 품성을 문제 삼고 부정부패했다고 하는 건 말도 안 된다.

유진룡 증인에 대한 변호인 신문


박근혜 변호인
:‘거듭되는 보고·지시 받으면서’ 이 문구, 보고·지시를 누구한테 언제 몇 차례 받았다는 건가?

유진룡
:문서를 보여달라.

박근혜 변호인
:뭘 보여주긴 주나?

유진룡:화내시나?

박근혜 변호인:(언성 높이며) 반말하시는 건가? 반말하지 말라(방청석 소란).

판사:흥분하지 마시라. 변호사님, 변호인이기 전에 법조인이다. 흥분하면 심리 진행, 사건 파악이 어려워진다. 평소에 흥분 안 하시다가 오늘…(박 전 대통령, 잠시 웃었다가 거둠).

박근혜 변호인
:증인신문 조서 달라는 소리를 처음 들어봐서. (중략) 노태강 암행감찰을 한 것 알죠?

유진룡
:모철민(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요구했다는 말을 전해 듣고 경악했다. 그것 때문에 꼬투리 잡아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들었다. 밤에 사무실을 다 뒤졌다. 듣기로는 노태강 방에서 발견한 게 바둑판 하나다. 바둑판을 발견하고 근무 태도에 문제 있다는 식으로 지적했다. 잡을 게 없으면 바둑을 잡나?

박근혜 변호인
:비자나무로 만든 바둑판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바둑계 인사의 자필 사인이 있는 바둑판이다.

유진룡:노태강은 바둑을 안 둔다.

박근혜 변호인
:형법상 뇌물 아닌가? 수십만원 이상 하는 바둑판이라고 모철민이 탄핵 심판 때 말했다.

유진룡
:아무도 못 본 바둑판을 수십만원이라고 계속 말한다. 밤중 공무원 책상 뒤지기는 유신 시대에나 있었다. 이 정부에서 그 감찰을 했고 목적이 그를 쫓아내기 위해서였다는 건 굉장히 심각하다. 발견된 게 바둑판 하나인데 노태강이 그걸 받은 건지, 원래 있던 건지 아무도 모른다. 본 적도 없다. 그걸 변호사가 얼마냐 하는 건, 노태강과 저의 신뢰성에 시비 걸겠다는 건데….

박근혜 변호인:변호사 질의에 시비를 건다든지, 재판부가 제지를 해달라.

유진룡:물어볼 것만 물어보라.

박근혜 변호인:바둑판 말고 공연 티켓 상품권 얘기는 들었나?

유진룡:공연 티켓은 문체부에서 일상적으로 돌아다니는 거다. 1만원짜리인지 5만원짜리인지 모르겠으나 그런 질문은 바둑판과 똑같은 수준의 질문이다.

판사:질문에 답을 하시면 된다. 들어봤냐 아니냐가 변호인 질문이다.

유진룡
:들어봤다. 됐나?

박근혜 변호인:감찰 결과에 대한 의견서를 재판장에 제출해달라 했으니 제출한다.

유진룡:감찰 결과의 신뢰성, 공정성에 절대적으로 의문을 제기한다.

판사:자료 나오면 재판부가 판단할 거다.

ⓒ연합뉴스
최순실씨는 검사들에게 “저희가 모셨던 대통령이니 예의를 좀 지키면서 했으면 좋겠다”라며 공손한 태도를 요구했다.

■ 6월15일 박근혜 뇌물 혐의 등 11차 공판


이날 이형희 SK브로드밴드 대표가 증인으로 나왔다. 이 대표 증인신문이 길어져 김영태 SK그룹 부회장 증인 출석은 다음 공판으로 미뤄졌다.

이형희 증인에 대한 검찰·특검 신문

검찰:최태원 회장이 2016년 2월16일 대통령과 단독 면담한 날 오후 6시31분경 증인에게 전화해 9분4초간 통화했다. 최 회장은 증인에게 독대 후 안 수석이 준 서류봉투가 있는데 비서실장 통해 보낼 테니 검토해보라며 가이드러너인지 러너가이드인지 들어본 적 있냐고 물었나?

이형희:그렇다.

검찰:
최 회장이 단독 면담 때 받아서 비서실장 통해 증인에게 건넨 서류봉투에는 전병석 플레이그라운드 이사의 명함, 플레이그라운드가 작성한 SK 분석 문건, 플레이그라운드 팸플릿이 들어 있었죠?

이형희:네.

검찰:증인은 최 회장과 대통령 단독 면담 직후인 2016년 2월23일 오전 9시33분경 안종범 수석과 통화했다. 안종범은 증인에게 K스포츠재단 관련 자료를 보낼 테니 잘 검토해서 협조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나?

이형희
:그렇다.

검찰:안 수석이 개인적으로 부탁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대통령 지시일 거라고 생각했죠?

이형희:맨 처음에는 100%는 아니었고 이게 어디서 왔을까 생각했지만, 어쨌든 안 수석 윗분이 말씀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했다.

검찰:증인이 대관업무를 장기간 담당하며 청와대로부터 특정 개인 업체에 대해서 지원이나 수주 요청하는 서류를 받은 경험이 있나?

이형희:그런 경우는 없었다.

검찰:(실물 화상기에 이 대표가 안 수석에게 보낸 메일을 띄우며) 증인이 안 수석이나 청와대 요구 사항에 대해 법률 리스크가 있다고 판단해 완곡히 거절한 메일로 보면 되나?

이형희:그렇다. 총 89억원을 요구했고, 1번은 할 수 있지만 2번, 3번은 많이 무리가 있다는 내용이다.

검찰:그중 3번은 50억원을 외환으로 SK 현지법인에서 비덱 독일법인에 직접 송금해달라는 요청이었죠?

이형희:그렇다.

검찰
:외환거래법 위반 소지가 크고 SK에서 나간 돈이 횡령이나 불법으로 법인 내 처리된 돈으로 판단될 여지가 있어서 향후에 분명히 문제가 생길 거라고 판단했나?

이형희:오해 소지가 많이 생길 것이고 해명 과정에서 이해관계자가 다들 힘들어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부분이라고 봤다.

검찰:메일 보낸 뒤 증인이 안 수석에게 수차례 윗선 의사를 알아봐 달라고 했나?

이형희:그렇다. 검토하니 여러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당시 제 생각에는, K스포츠 자체는 대통령이 관심 가지는 부분이라 지원하려는 뜻은 있었을 텐데 이 내용은 아니었을 것이다, 아마 실무 쪽에서 과장한 게 아닐까 생각했다.



이형희 증인에 대한 변호인 신문

최순실 변호인
:89억원은 곤란하니 K스포츠재단에 20억에서 30억원을 추가 출연하겠다고 했다. 뇌물 제공 의사표시가 된다는 생각은 안 했나?

이형희:당시 저희들이 부탁한 건 아니었기 때문에 89억원이 뇌물이라는 생각은 사실 없었다. 나중에 외환관리법이라든지 배임이라든지 그런 리스크를 없애가는 과정이라 생각하면 되겠다.

최순실:검사님들이 지금 흥분하셔서 그런데 저희가 모셨던 대통령이니 예의는 좀 지키면서 했으면 좋겠다. 증인에게 좀 물어보겠다. 검사님 말씀대로 SK에서 현안이 있었다면 그 SK 요구를 다 들어주셨어야 되는 거 아닌가? 그런데 결국 SK 제안을 들어준 게 하나도 없지 않나?

이형희:그런데 저희들이….

최순실:대답만 해주시면 된다.

판사:답변을 들어야죠.

최순실:흥분했다(웃음). 죄송하다.

이형희:물론 여러 가지 애로사항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당시에는 89억 요청에 대해 플레이그라운드니, K스포츠니, 가이드러너니 연계시켜 생각을 못했다.

최순실:저는 법조인이 아니라 평인이기 때문에 민원사항과 연결하기엔 무리가 따르지 않나 생각한다. SK에 제시한 건 K스포츠재단에서 작성했다. 대통령께는 제가 더블루케이 관여한 것 말씀드린 적도 없다. 지금 검찰 측에서 제 사익 추구를 위해 대통령이 SK랑 공범이라고 몰고 가고, SK도 뇌물죄로 몰고 가서 여기 나와 계신 건 알고 있나?

판사:증인이 아는 사항에 대해 물어봐 달라.

최순실
:어떤 걸 알고 있는지 잘 몰라서. 그럼 뇌물죄로 SK가 공소된 건 알고 있나?

판사:SK가 공소가 됐나?

최순실:된 거 아닌가? 잘 모르고 있어서 제가 변호인 접견 시간이 없어서…(방청석 웃음). K스포츠에서 한 건은 문체부에서 열악한 종목을 지원하지 않아서, 평소 대통령은 신경을 많이 써서 SK에 알아보라는 취지로 얘기하신 거 같은데 SK가 어떤 조건을 내걸었던 건 아니죠? 본인이 알고 계신 사항만 얘기해주시면 된다.

판사:그걸 증인이 판단해 말하긴 어려울 거 같다.

최순실:예, 여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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