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를 좋아한다. 이런 취향 때문에 중국어를 공부했고 어쩌다 보니 책을 만드는 사람이 되었다. 내가 잘 만들 수 있는 책을 해야겠다고 판단했기에 중국 글자로 생산된 콘텐츠 가운데 한국인에게 재미있고 유익할 책을 찾았다. 양자오(楊照)라는 인문학자의 발견은 우연이었다. 작은 출판사를 준비할 때 우연히 타이완 인터넷 서점에서 그가 쓴 고전 해설서를 발견했다. 지인을 통해 구해 읽었는데, 눈이 번쩍 뜨이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내기 시작한 책이 이제까지 7종 나왔고, 앞으로 출간할 6종이 계약되어 있다. 초판을 1500부에서 2000부 찍었지만 아직까지는 2쇄를 찍은 책이 없다. 앞으로 출간할 책도 솔직히 한국 독자들이 얼마나 읽어줄지 모르겠다. 그러나 한국 독자들이 꼭 읽을 만한, 중국 글자로 생산된 콘텐츠라는 확신이 있다.

서양 현대고전강의 3부작 〈종의 기원을 읽다〉 〈꿈의 해석을 읽다〉 〈자본론을 읽다〉양자오 지음, 유유 펴냄

뭐라 부를까 궁리하다가 간단히 인문학자로 적었지만 저자는 출판사 편집자, 라디오 독서 프로그램 진행자, 소설가, 평론가, 클래식 음악 전문가 등 한 가지 직함으로 꼭 집어 정의하기 어려운, 이른바 르네상스 지식인이다. 타이완 대학에서 역사를, 하버드 대학에서 지성사를 공부했다. 그의 책에 공통되는 요소가 있는데, 하나의 텍스트를 설명할 때 늘 그 텍스트가 생겨난 시대 상황과 맥락을 밝히고 그 토대 위에서 텍스트 내용을 충실하게 설명한 뒤 이 텍스트가 독자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를 알뜰살뜰 흥미롭게 이야기해낸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의 책을 읽으면 계통과 맥락을 파악하는 즐거움이 있다.

이제까지 펴낸 책은 ‘~을 읽다’라는 이름으로 붙였다. 〈종의 기원〉 〈꿈의 해석〉 〈자본론〉 〈논어〉 〈맹자〉 〈노자〉 〈장자〉가 출간되었고, 앞으로 〈미국의 민주주의〉 〈미국 헌법〉 〈슬픈 열대〉 〈묵자〉 같은 고전 해설서를 출간할 예정이며, 〈이야기하는 법〉 〈추리소설 읽는 법〉 등 흥미진진한 교양서도 나온다. 저자의 진가를 알아봐줄 눈 밝은 독자를 기다린다. 바늘 없이 낚싯대를 늘어뜨리고 앉았던 저 옛날 강태공의 마음을 생각하면서.

기자명 조성웅 (유유 대표)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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