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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이 실세라는 소문이 이미 파다했다”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와 김성민 전 국민연금공단 전문위원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국민연금공단의 의결권 행사가 비정상적으로 이루어졌다고 증언했다.

이상원 기자 prodeo@sisain.co.kr 2017년 06월 13일 화요일 제5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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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29일 박근혜 뇌물 혐의 등 3차 공판

박근혜 전 대통령 사건과 최순실씨 사건이 병합됐다. 특검과 검찰이 나란히 앉아 번갈아가며 증인을 신문했다. 맞은편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두 사람의 변호인단이 함께 앉았다. 오전 10시에 시작된 재판은 밤 10시10분에 끝났다. 박 전 대통령은 재판 도중 조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일부 방청객은 재판이 끝나고 나가는 박 전 대통령을 향해 “힘내세요!”라고 소리쳤다.

이날 증인으로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 김성민 전 국민연금공단 전문위원장 등이 출석했다. 이들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추진 당시 국민연금공단의 의결권 행사에 대해 증언했다.

ⓒ우연식
박근혜 전 대통령이 법정에 들어올 때와 나갈 때, 일부 지지자들이 일어나 소란을 피웠다.

주진형 증인에 대한 검찰·특검 신문

특검
:2015년 5월26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발표됐다. 제일모직 1주당 삼성물산 0.35주 비율이었다.

주진형
:그렇다. 삼성물산의 주식 가치가 저평가되었다며 주주 피해 논란이 있었다.

특검
:의결권 자문회사인 ISS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서도 국민연금공단에게 삼성 합병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라고 권고한 게 맞나?

주진형:그렇다. 제일모직-삼성물산의 합병 목적은 시너지 창출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물산 지분을 확보해서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의도였다고 본다.

특검
:증인이 대표로 있던 2015년 7월8일, 한화투자증권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관련 보고서를 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도 합병에 반대 의견을 낸 상황에서 국민연금공단이 찬성하기는 어렵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주진형: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던 국민연금공단이 반대해서 합병은 무산되리라 내다봤다.

특검
:SK그룹이 계열사 간 합병을 추진할 때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영본부 투자위원회가 찬반 결정이 어렵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때도 국민연금공단은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전문위)에 부의했고, 전문위가 주주 가치 훼손을 이유로 반대해 실패했다. 삼성 합병도 비슷하리라고 생각했나?

주진형
:그렇다. 전문위에 부치지 않았다는 사실을 언론 보도에서 보고, 전문위에 있었던 박창균 중앙대 교수에게 전화로 어떻게 된 일인지 물었다.

특검:박 교수가 뭐라고 답했나?

주진형
:자기도 이해가 안 되고, 청와대 뜻이라고 했다.

특검:무슨 생각이 들었나?

주진형
:국민연금공단 의결권에 왜 청와대가 개입하는지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박근혜 정부나 청와대 인사들이 이 일로 뭘 얻을 수 있는지 상상하지 못했다. 최근 언론 보도를 보고서야 이해하게 됐다.

특검
:2015년 7월 이재용은 박근혜와 단독 면담을 했다. 당시 청와대는 단독 면담에 대비해 말씀 자료 문건을 작성했는데, 합병을 통한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물산 지배력 강화 등 취지가 적혀 있다.

주진형
:업계에서는 모두 공감하는 이야기다.

특검
:박근혜 피고인은 기자들과 신년간담회에서 “삼성 합병은 많은 국민의 관심사다. 헤지펀드 공격으로 합병이 무산되면 국가적 손실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주진형
:정신 나간 발언이다. 향후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국제 자본이 국내 시장을 불신하게 만들고, 국제 소송의 빌미를 준다.
ⓒ사진공동취재단
5월31일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운데)가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주진형 증인에 대한 변호인 신문


박근혜 변호인
:박창균 교수는 ‘청와대 뜻’이라는 말을 어디서 누구에게 들었다고 했나?

주진형:묻지 않았다.

박근혜 변호인
:오직 박 교수 말만 듣고 청와대가 개입했다고 생각한 것인가?

주진형
:그렇게 들었다고 말한 것이다.

박근혜 변호인:청와대가 삼성을 위해 국민연금을 움직였고, 삼성은 그 반대급부로 정유라를 위해 승마를 지원했다고 보는 근거가 뭔가?

주진형:삼성에 있었던 내가 봤을 때(주진형 증인은 삼성증권 상무를 역임했다), 박근혜와 가까운 최순실에게 삼성이 거액을 제공했다는 건 독특한 것이다.

최순실 변호인: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이 이재용 부회장의 욕심 때문이라는 증인의 주장에는 반대 의견도 있지 않나? 독단적인 주장이다.

주진형
:반대 의견이 있으면 다 독단적인가?

최순실 변호인
:박근혜 전 대통령 발언에 대해 ‘한마디로 정신 나간 주장’이라고 했는데 자주 쓰는 말인가?

주진형
:자주 안 쓴다.



김성민 증인에 대한 검찰·특검 신문

검찰
:증인은 지난해까지 3년간 국민연금공단 전문위원회 위원장으로 일했나?

김성민:그렇다. 2016년 11월3일 사퇴했다.

검찰:2015년 SK와 SK C&C 합병에 반대한 적 있나?

김성민:맞다. 보건복지부에서 심의를 요청했다.

검찰: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건도 전문위에 회부되리라 생각했나?

김성민:당연하다. SK와 거의 동일한 사안이라고 봤다. 큰 국민 관심을 고려하면 더 민감한 사안이기도 했다.

검찰
:국민연금공단이 전문위 회부 없이 합병에 찬성의결권을 행사하자 전문위원들 사이에 사표를 내자는 말도 나왔다고 들었다.

김성민
:자세하게 말하긴 곤란하지만 전문위원 절반 이상이 전문위 권한이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말했다. 나도 사퇴하고 싶었지만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게 책무라고 봤다.



김성민 증인에 대한 변호인 신문

최순실 변호인
:국민연금공단 기금 운용 의결권 행사 시 전문위에 부의하는 게 의무사항은 아니지 않나?

김성민:‘요청할 수 있다’고 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 의도로 말하는 것 같은데, 지침 전체를 보게 되면….

박근혜 변호인
:전문위 권한 확대는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성 보장에 반하는 것 아닌가?

김성민:기금 운용은 독립성만 중요한 게 아니다. 잘하면 의결권을 간섭할 이유가 없다.

박근혜 변호인:1년에 네 차례 모이는 전문위원들이 전문성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한가?

김성민:기금운용본부는 운용에 전문성이 있지만, 우리는 의결권 행사 면에서 전문가다.

판사:증인,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 있나?

김성민:전문위는 기금운용위원회 책무를 다하기 위해 설립됐다. 지침과 운영 규정에 따라 충실히 하려 했다. 전문위원들은 모두 시간 쪼개가면서 임했다. 내가 이 자리에 있는 것도 잘 이해가 안 간다.

 

■ 5월30일 박근혜 뇌물 혐의 등 4차 공판


3차 공판 바로 다음 날 4차 공판이 열렸다. 전날 ‘마라톤 공판’ 탓인지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박 전 대통령이 재판정에 들어올 때와 나갈 때, 일부 지지자들은 일어나 소란을 피웠다. 한국마사회 이상영 전 부회장과 안계명 남부권역본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최순실 변호인:어제 재판에 대해 할 말이 있다. 검찰은 계획서에 낸 증인신문 시간을 지켜달라. 신문이 세 시간씩 걸리니 최순실씨 체력이 소진됐다.

특검:세 시간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전부 한 시간 준수했다. 법정에 계신 분들은 다 안다.

판사:한 시간 넘긴 적은 있지만 세 시간까지 가지는 않았다. 신속히 이뤄지도록 조치하겠다.



이상영 증인에 대한 검찰·특검 신문

특검
:증인은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를 알고 있나?

이상영:
안다. 2013년 6월 한국마사회 말산업육성본부장 겸 부회장에 취임한 뒤 승마대회에서 여러 사람들에게 소개받았다.

특검:박원오 진술과 다르다. 박원오는 2013년 증인이 취임하기 전 정윤회 소개로 처음 만났다고 진술했다. 정윤회가 “말산업육성본부장이 될 사람”으로 소개했다고 말했다.

이상영:전혀 아니다. 정윤회를 만나기는 했지만 취임 후였다. 말 산업 얘기를 나눴다.

특검:증인은 검찰 조사에서 ‘최순실이 청와대 내실을 지원한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정유라를 아낀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이상영
:2013년 11월쯤 박원오에게 들었다.

특검:2014년 11월 터진 이른바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 이전이다. 승마계에서는 전부터 그런 이야기가 많았나?

이상영
:그렇다. 전부터 최순실이 비선 실세라는 소문이 있었다.

최순실 변호인:(웃으며) 특검이 소문을 묻고 있다. 사실을 묻는 게 어떤가?

판사:소문도 간접사실이다. 그 부분은 반대신문 과정에서 탄핵하라.

특검:박원오 말고도 그런 얘기를 했나?

이상영:지역 승마협회장들도 같은 말을 했다.

검찰:마사회 부회장직 연임이 안 되고 2015년 8월 퇴직했다. 연임 문제를 현명관 당시 마사회 회장에게 말한 적 있나?

이상영:연임하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검찰:증인은 당시 최순실이 비선 실세라는 사실을 알았다. 박원오를 통해 최순실에게 전달했을 가능성도 있을 것 같은데.

이상영:그런 부탁을 하고 싶지 않았다.

검찰:뉘앙스라도?

이상영
:박원오가 먼저 물어보길래 (연임) 됐으면 좋겠다고 얘기한 적은….

박근혜 변호인:(일어나며) 이의 있습니다. 상당히 유도신문을….



이상영 증인에 대한 변호인 신문


최순실 변호인:박원오가 최순실과 친한지 아닌지 객관적으로는 증인이 모르는 것 아닌가?

이상영:
승마계에 소문이 파다했다.

최순실 변호인:소문이 파다했다? 박원오의 얘기를 듣고 판단한 것 아닌가?

이상영:대한승마협회 관계자들이 그렇게 증언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사실이라고 이해했다.

박근혜 변호인
:삼성이 대한승마협회 회장사로 들어간 게 2015년 3월인데, 그 전부터 그 소식을 들었다고 검찰 조사에서 진술했다.

이상영:회장사였던 한화의 승마협회 지원이 지지부진했고, 곧 그만둔다는 말이 돌았다. 박원오에게 묻자 “삼성이 회장사에 들어가고 700억원가량 지원한다”라고 했다.

박근혜 변호인
:삼성이 정유라에게 얼마 지원했는지, 그 과정이 어떤지 아는가?

이상영:모른다.

박근혜 변호인:최순실이 청와대 내실을 지원한다는 말도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했나?

이상영:친분 관계가 있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봤다.


안계명 증인에 대한 검찰·특검 신문

검찰
:경력부터 확인하겠다. 증인은 2014년 11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한국마사회에서 승마진흥원장을 지낸 게 맞나?

안계명:그렇다. 지금은 마사회 남부권역본부장으로 있다.

검찰:2015년 6월경 도쿄 올림픽 한국 승마선수단 지원 관련 보고서를 현명관 당시 마사회 회장에게 보고한 적이 있나?

안계명:그렇다. 직속상관인 이상영 당시 부회장으로부터 2014년 12월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도록 노력해달라”라는 당부를 받았다.

검찰:검토 지시는 2014년 12월에 받았는데 왜 6개월 이상 지나서 작성했나?

안계명
:2015년 5월5일 전국어린이승마축제라는 큰 행사가 있었다. 여력이 없었다.

검찰
:최순실은 딸 정유라를 2015년 5월경 독일로 보냈다. 삼성에서도 이때 본격적으로 재정 지원을 시작했다. 너무 공교롭지 않나?

안계명:모르겠다. 5월5일 행사가 최우선 과제라고 판단해서 미룬 것뿐이다.

검찰:한국마사회에는 장애물 종합마술 종목 선수만 있다. 왜 보고서에는 마장마술을 포함해 예산 1560억원이 든다고 썼나?

안계명:올림픽 출전을 위한 총론적 예산이다. 본론은 마장마술을 제외한 680억원짜리 예산안이다.

특검:증인의 직속상관 이상영 부회장은 이 법정에서 “최순실이 비선 실세라는 사실을 알았고 승마계에도 소문이 있었다”라고 했다. 지위 체계상 증인의 직속 부하인 박재홍 전 마사회 승마단 감독도 그랬다.

안계명:나는 관심도 없고 신문에서나 본 정도지, 모른다.

특검:박재홍 감독은 이렇게 증언했다. “올림픽 준비하려고 독일 갔는데, (최순실이) 말도 안 사주고 머슴 대하듯 해서 나왔다.”

안계명:나는 못 들었다.

특검:김영규 한국마사회 부회장이 특검에 제출한 자료를 증인에게 제시하겠다. 제목은 ‘박재홍 감독 파견 및 사직 처리 경과’이다.

안계명:내가 작성하지도 않았고 처음 본다.

특검:마사회는 공기업이다. 공기업에서 국정농단 사건에 대해 로드맵을 5가지 버전으로 작성했다. 이 문건은 삼성에도 제공됐다. 마사회도 국정농단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것 아닌지 의혹이 있다. 마사회가 대응 논리를 만들려 시도한 적은 없나?

안계명:누가 작성했는지는 모르지만 조사받고 압수수색 당하는 과정에 대해 일련의 상황을 정리한 것 같다. 기억이 헷갈리면 안 되니까 정리를 한 것 아닌가 싶다.


안계명 증인에 대한 변호인 신문

박근혜 변호인
:박 전 감독이 독일에 있는 동안 ‘지원이 안 되어 생활이 어렵다’는 불평을 들은 적 있나?

안계명:언론을 보고 알았다. 좋은 말을 바로 사야 하는데 현금 지급이 순탄치 않다는 말은 들었다.

박근혜 변호인:‘숙소가 더러워 시리아 인부 8명을 동원해 하루 종일 청소했다’는 이야기는?

안계명:당시에는 못 들었다.

판사:박근혜 피고인 할 얘기 있나?

박근혜:(묵묵부답)….

판사
:최순실 피고인 할 말 있나?

최순실
:억울한 부분이 많다. 박원오가 (정)유라를 이용하고 박재홍 전 감독이 못 들어오면서 지원이 끊긴 게 전부다. 나는 말이 얼마인지도 모르고, 로드맵을 어떻게 작성하는지도 모른다. 삼성 지원받는다고 안민석 의원에게 당하고 완전히 영혼을 잃어버렸다. 내일 들어오는 딸한테 특검이 진실을 밝혀주고, 애를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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