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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알바’ 체불 임금은 내 알 바 아니다?

지난해 체불임금 규모는 1조4286억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임금 체불의 대표적 피해 계층은 청년 아르바이트 노동자이다. 최근 ‘알바적폐 청산파티’라는 집담회가 열렸다.

신한슬 기자 hs51@sisain.co.kr 2017년 06월 13일 화요일 제5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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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씨(31)는 지난해 12월5일부터 서울 강남구 대치동 ‘ㄱ학사’에서 총무사감으로 일했다. 수능 재수생을 위한 사설 기숙사에서 먹고 자며 학생들을 관리했다. 하루 10시간, 주 5일 근무에 토요일에도 3시간씩 일하고 월급 50만원을 받았다. 시급으로 계산하면 2358원. 숙식이 제공된다는 이유로 최저임금(2016년 시급 6030원, 2017년 6470원)에 한참 못 미치는 급여를 받은 것이다. 지난 2월25일, 원장은 학사 운영이 어렵다며 두 달 남짓 일한 최씨에게 나가라고 통보했다. 최씨는 고용노동부에 임금 체불 진정 신고를 했다. 그는 노무사의 도움 없이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서 양식을 내려받아 신고를 했다. 임금이 체불됐다는 증거를 피해자인 노동자가 제시해야 하는데, 최씨의 경우 매일 출근시간과 퇴근시간을 기록해둔 근무일지가 중요한 근거가 되었다. 급여를 받을 때마다 모바일 통장 화면을 찍어두기도 했다.

ⓒ연합뉴스
1월10일 알바노조 조합원들이 맥도날드 망원점에서 체불임금 지급을 요구하는 종이를 붙이고 있다. 이후 맥도날드 본사가 직원들에게 체불 임금을 지급했다.

최씨가 마땅히 받아야 함에도 받지 못한 임금과 각종 수당의 종류를 살펴보면, 먼저 최저임금 미지급이 있다. 여기에 주 15시간 이상 결근 없이 일하면 주어지는 유급휴가 1일분, 즉 ‘주휴수당’을 추가해야 한다. 밤 10시부터 다음 날 6시까지 근무할 경우 통상임금의 1.5배를 지급해야 하는 ‘야근수당’도 해당 근로시간만큼 받아야 한다. 토요일에 근무한 시간 역시 통상임금의 1.5배가 적용되는 ‘휴일근로수당’으로 계산해야 한다. 일이 없다는 이유로 조기 퇴근을 강요하는 이른바 ‘꺾기’는 휴업수당(사용자의 사정으로 휴업한 경우 지급하는 수당)으로, 통상임금의 70%를 받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근로기준법에 따라 사용자는 최소 30일 전에 해고 예고를 해야 한다. 최씨의 고용주는 이를 지키지 않았으므로 해고예고수당으로 30일분의 통상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최씨는 이 중 최저임금 미달 금액에 주휴수당을 포함한 약 250만원만 체불임금으로 신고했다. 근로감독관이 “해고예고수당은 사용자와 삼자대면을 통해 정황을 들어봐야 한다”라고 ‘조언’했기 때문이다. 최씨는 툭하면 해고 위협을 하고 폭언을 일삼던 원장을 만나고 싶지 않았다. 삼자대면을 피하기 위해 해고예고수당, 초과근무수당, 휴일근로수당, 야근수당을 포기했다.

‘원활한 진행을 위해’ 많은 것을 포기했는데도 체불임금 진정 과정은 한 달 반 동안 진척이 없었다. 원장은 “100만원밖에 줄 수 없다. 합의하지 않으면 민사소송까지 가겠다”라고 맞섰다. 진정이 진행되는 동안 최씨는 생활비가 부족해 제3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았다. 근로감독관이 체불임금 확인원을 내주면, 최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무료지원을 받아 민사 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 확정판결을 받으면 최씨처럼 300만원 이하 체불임금은 근로복지공단에 신청해 지급받을 수 있다. 그러나 최씨의 사건을 담당한 근로감독관은 “사용자가 합의를 원하는 것 같다. 돈만 받으면 되는 거 아닌가? 원만히 합의해봐라”고 말했다. 결국 최씨는 원장에게 문자를 보냈다. “200만원이라도 주세요.” 원장은 같은 답을 반복했다. “100만원.” 결국 최씨가 금액을 낮췄다. “150만원.” 원장은 제안을 받아들였다. 최씨는 근로감독관 입회하에 현금 150만원을 받았다. 최씨는 “돈을 받았는데도 억울하고 안타까웠다. 내가 당연히 받아야 하는 돈의 일부를 받기가 이렇게 힘들다니…”라고 말했다.

‘알바 청년’ 절반 이상이 임금 체불 경험

지난 5월30일, 최씨처럼 임금 체불을 겪은 아르바이트 노동자 7명이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 모여 ‘알바적폐 청산파티’라는 집담회(‘서울시 아르바이트 청년 권리지킴이’ 주최)를 열었다. 이들은 각자의 임금 체불 규모와 진정 신고 경험담을 나누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아르바이트 노동자(25)는 “제3금융권에 생활비 대출 신청을 하면 늦어도 하루 만에 돈이 들어오는데, 내가 일해서 번 정당한 임금을 돌려받는 건 그것보다 훨씬 어렵다”라고 털어놓았다.

이들의 경험담은 일부 사례가 아니다. 임금을 ‘떼먹히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체불임금 규모는 1조4286억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10% 늘었다. 체불임금의 65%, 체불 피해 노동자의 74%가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임금 체불 사유는 ‘일시적 경영악화’가 가장 높았다(2014년 기준 56%).


임금 체불의 대표적인 피해 계층은 청년 아르바이트 노동자이다. ‘어려서’ ‘배우는 처지라’ ‘젊어 고생은 사서라도 하니’ ‘잠깐 임시로 일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많은 사장님들은 청년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에게 제때 돈을 주지 않으면서 일을 시켰다. 서울시가 2016년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서울 지역 아르바이트 청년 노동자 61만6100명 중 50% 이상인 30만8050명이 임금 체불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피해 신고를 낸 경험이 있는 노동자는 그중 5% 남짓인 1만4480명에 불과했다.

임금 체불 피해 노동자들이 신고를 꺼리는 이유는 다양하다. 복성현씨(19)는 특성화고등학교 현장실습 노동자로 일하면서 임금 150여만원을 떼였다. 그러나 학교에서 ‘기업과의 좋은 관계를 끊은 배신자’로 낙인찍힐까 봐 신고하지 못했다. 고용노동부가 2016년 150개 현장실습 실시 업체를 조사한 결과 이 가운데 99개(66%) 업체가 임금을 체불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아르바이트 노동자는 “함께 체불임금 진정 신고를 하기로 했던 동료들이 ‘취직 준비에 불이익이 될까 봐 무섭다’라거나 ‘그래도 사장님은 좋은 분이다’라며 발을 뺐다. 혼자서는 엄두가 안 나서 포기했다”라고 말했다.

정건 아르바이트노동조합 상담팀장은 “임금 체불 신고를 포기하는 주요 이유는 증거 부족, 심리적 위축감, 시간 여유 부족이다. 겨우 승리해도 받아야 될 돈을 뒤늦게 받을 뿐이고, 이긴다는 보장도 없다. 2배, 3배에 달하는 징벌적 배상금이나 피해보상금이 있다면 노동자의 기본 권리를 주장하기가 훨씬 편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겨우 용기를 내 체불임금 진정을 신청해도 또다시 장벽을 만난다. 근로감독관들이다. 우정씨(31)는 “체불임금을 신고하면 근로감독관은 내 편을 들어줄 줄 알았다. 그런데 사용자를 대변하는 말을 많이 하고 서둘러 합의 보기에만 급급해 실망했다”라고 말했다. 아르바이트노동조합이 지난 1월 고용노동청에 진정 신고를 한 경험이 있는 아르바이트 노동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99명이 ‘진정 과정에서 근로감독관에게 불이익을 당했다’고 답했다. 흔한 일은 ‘체불임금 전액 미지급 유도(32%)’ ‘삼자대면 강요(17%)’ ‘처리 불가능 통보(16%)’ 등이었다. 근로감독관들이 처한 업무 환경이 진정인들의 불만족을 키우는 데 한몫한다. 홍종기 노무사(법무법인 삶)는 “현재 노동부 근로감독관 정원이 약 1300명인데, 이들이 1년에 처리해야 하는 임금 체불 사건만 2016년 기준 21만7530건이다. 원래 업무인 정기 감독, 특별 감독은커녕 신고 건을 처리하기에도 급급한 실정이다. 사법경찰의 직무를 수행해

 조사권을 갖고 있지만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근로감독관 추가 채용을 공약했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근로감독관과 산업안전감독관을 총 2923명 증원할 계획이다. 현재 1300명에 불과한 근로감독관 인원이 2배 이상 늘어나는 셈이다. 일자리위원회는 근로감독청을 신설하고 노동범죄 전문 수사·기소권을 가진 ‘노동 검사’를 파견하는 방안, 노동자 평균임금 이하의 체불임금을 조건 없이 정부에서 먼저 지급하고 사업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체불임금 국가대위변제제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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