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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구하려 174번 전화를 걸다

중림로 새우젓 (팀명) webmaster@sisain.co.kr 2017년 06월 13일 화요일 제5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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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은 <스타워즈> 개봉 20주년을 맞이하여 클래식 3부작이 재개봉하던 해였다. 대학생이던 나는 어린 시절 텔레비전에서 봤던 <스타워즈>를 극장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즐거웠다. 막연히 모험 활극을 극장에서 본다는 생각에 들떠 있었다. 별 생각 없이 보러 간 <스타워즈>는 이후 내 인생을 뒤집어놓았다.

영화를 보고 나서 나는 업소용 전화번호부를 뒤져, 당시 살고 있었던 서울 송파구 전역의 비디오 대여점에 전화를 걸었다. 판매 가능한 <스타워즈> 비디오가 있는지 물어보았다. 판매 가능하다고 한 대여점이 몇 번째 전화를 건 곳이었는지 아직도 기억한다. 174번째였다.

그날 이후 신편집본으로 나온 비디오를 재차 구입하고, 재개봉작 버전 역시 비디오로 나오자 다시 구입하고, 큰마음 먹고 구매한 텔레비전과 비디오데크로 여름방학 내내 하루에 두세 차례 이상 <스타워즈> 3부작을 보았다. 말 그대로 <스타워즈>에 미쳐 살았다.

ⓒ이우일 그림
태평양 건너 이역만리에 사는 누군가가 개봉한 지 20년이나 된 영화에 열광하게 되리라고 조지 루카스 감독은 상상이나 했을까. <스타워즈>의 출연진이었던 캐리 피셔의 말을 빌리면 조지 루카스는 영화가 성공할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영화사 20세기 폭스는 800만 달러를 지원해준 후에 추가로 제작비를 요청할 때마다 잔소리를 해댔다. 내부 시사회에서는 음악도 효과음도 없는 가편집본을 상영해 썰렁한 반응만 나왔으니 캐리 피셔가 그리 생각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렇게 개봉한 <스타워즈>는 말 그대로 전설이 되었다. 개봉한 해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고, 대중과 평단 모두에게 극찬을 받은 데다 이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7개 부문 수상이라는 업적을 달성했다. 이후 <스타워즈:제국의 역습>(1980)과 <스타워즈:제다이의 귀환>(1983)이 개봉할 때마다 사람들은 열광했다. 어김없이 그해의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으며, 여러 번에 걸쳐 재개봉할 때마다 다시 흥행에 성공했다.

<스타워즈>가 이렇게까지 성공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시절 사람들은 SF 영화를 ‘동시 상영관에 걸리는 B급 영화’ 정도로 취급했다. <스타워즈>는 지금까지 나온 어떤 영화와도 달랐다. 화려한 우주 전투신과 그리스 비극 같은 서사, 악의 세력과 그에 대항하는 선한 이들이 존재하는 거대한 세계관 등. <스타워즈>는 이전에 나온 영화들과 달랐지만 동시에 사람들이 흥미 있어 했던 서사 장르를 모두 가지고 있었다. 이는 사람들이 SF 영화에 대해 지닌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소설·코믹스·게임으로 퍼져 나간 <스타워즈>의 세계관

<스타워즈>가 단순히 흥행에만 성공한 영화였다면 ‘전설’이라 불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스타워즈>에서 시작된 세계관은 소설·코믹스·게임들로 끊임없이 확장되고, 관련 상품들은 이제 전 세계 산업 전반에 넓게 퍼져 있다. 어릴 때 <스타워즈>를 본 이들은 이 영화를 한때 열광하고 마는 추억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으로 사랑하고 또 소비한다.

많은 ‘스타워즈 키즈’가 자라서 과학자가 되고, 영화계 종사자가 되고, 부모가 되어 아이들과 <스타워즈> 시리즈를 같이 본다. 그렇게 <스타워즈>는 영화가 아니라 하나의 현상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문화의 거대한 한 축을 담당하는 위치에 서게 되었다.

<스타워즈>가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서는 여전히 많은 의견이 오간다. 고전 신화를 토대로 삼은 이야기가 주는 매력 때문이라고 하기도 하고, 혹자는 미국의 역사가 길지 않기 때문에 보상 심리나 대체 역사로 <스타워즈>를 사랑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렇게 의견이 분분한 것은 이 영화가 그만큼 여러 장르와 많은 레퍼런스와 수많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글을 쓰는 나와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스타워즈>를 사랑하고 있다면 그것이 어떤 연유에서든 합당할 터이다. 1977년 5월25일 <스타워즈>라는 창대한 이야기가 이렇게 시작되었다. “옛날 옛적 머나먼 은하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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