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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최고의 모던록, 검정치마 [팀 베이비]

검정치마는 새 앨범에서 각종 장르를 탐사하듯 섭렵한다. 2017년에 이보다 사랑을 우아하게 몽상한 음반은 없을 것이다.

배순탁 (음악평론가·<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webmaster@sisain.co.kr 2017년 06월 16일 금요일 제5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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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치마 블로그 갈무리
나에게 허락된 이 소중한 지면을 통해 어떻게든 ‘앨범(혹은 곡) 리뷰’는 피하려 노력했다. 어디에서든 만날 수 있는 너무 뻔한 형식이라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이번 주만은 나도 어쩔 수가 없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검정치마의 <팀 베이비(Team Baby)>(2017)라는 앨범이 발매되었기 때문이다. 꼭 들어보시길. 어느샌가 SNS로 나에게 감사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재킷 전면에 떡하니 붙어 있는 결혼식 사진. 이것만으로도 우리는 이 앨범의 주제가 ‘사랑’임을 직감할 수 있다. 그렇다. <팀 베이비>는 검정치마가 우리에게 선물하는 사랑 노래 한 보따리다. 누군가는 반문할 수 있다. “또 그놈의 사랑 노래냐”라고. 그러나 기억하기를. 이 음반의 주인공은 검정치마다. 지금까지의 커리어를 되돌아보면, 그가 사랑 노래를 뻔한 방식으로 재탕해 부르지 않을 것임은 자명한 사실 아니겠는가.

앨범은 각종 장르를 탐사하듯 섭렵한다. 그의 뿌리라 할 모던록은 기본이요, 여기에 일렉트로니카, 드림 팝, 흑인 음악, 심지어 레게 등을 적극적으로 오간다. 음악에 관한 한 그는 100% 잡식성이다. 그가 진행을 맡은 라디오 방송 선곡표만 들여다봐도 그의 공력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검정치마는 이 지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장르 컨벤션 따위에 머무르지 않고, 그걸 온전하게 자기화해낸다. 이렇듯 광대한 스펙트럼을 자기화하는 데서 그가 이번에 선택한 주제가 바로 사랑인 것이다.

이런 이유로 가장 내밀한 음악들을 담고 있지만 그 분위기는 전혀 우울이나 냉소 쪽으로 기울어져 있지 않다. 누군가 애정은 곧 능력이라고 했던가. 상대에 대한 애정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팀 베이비>는 제목만큼이나 우리를 들뜨게 하는, 따스하면서도 생기발랄한 앨범이다. 한정된 목적이 때로 우리 인생을 간결하게 만들듯 그는 사랑이라는 테마 아래 정말이지 인상적인 음악을 여럿 창조해냈다.

올해 최고의 모던록은 결정 난 게 아닐까

일단 1번곡 ‘난 아니에요’와 그다음에 위치한 ‘빅 러브(Big Love)’라도 들어보기 바란다. 내 경험상 이 두 곡을 듣고 난 뒤에 플레이를 멈추기란 그리 쉽지 않을 테니까. 관조와 자조가 빛의 파장 속에 어지러이 뒤섞여 있는 듯 들리는 ‘난 아니에요’는 사랑을 만나기 전까지의 자신을 솔직하게 묘사한 서정시다. 이후 곡이 ‘빅 러브’로 연결되면서 분위기는 반전된다. 사랑이 다가온 것이다. 그것도, 문학평론가 신형철이 적은 것과 같은 ‘정확한 사랑’이. 


ⓒ연합뉴스
1인 밴드 검정치마가 최근 새 앨범 <팀 베이비>(위)를 발매했다.


검정치마 1집 <201>(2008)의 정서를 애정했던 팬이라면 반할 수밖에 없는 이 곡이 등장함과 동시에 어쩌면 2017년 최고의 모던록은 이미 결정 난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 외에 1990년대 레게를 적극적으로 차용한 ‘한시 오분(1:05)’, 2집 <돈트 유 워리 베이비:아임 온리 스위밍(Don’t You Worry Baby:I’m Only Swimming)>(2011)의 확장판이라 할 타이틀곡 ‘나랑 아니면’ 등, 글 쓰는 자의 처지에서 <팀 베이비>는 곡 설명을 일일이 부기하지 않는 것이 마치 실례처럼 느껴지는 앨범이다.

사랑에 대해 우리 모두는 몽상한다. 그러나 ‘우아하게’ 몽상할 줄 아는 자는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비록 6월이 막 시작되었지만 장담한다. 적어도 2017년에 한해 이보다 사랑을 우아하게 몽상한 음반은 없을 것이다. <팀 베이비>는 삶과 사랑과 예술이 함께 도모될 수 있는 그 공간에, 정확히 기거하고 있는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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