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뉴스가 판치는 세상인데, 여행판은 ‘상한 뉴스’가 일상이다. 정치나 경제처럼 첨예하게 이익이 대립하는 상황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정보의 수정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여행·문화 혹은 국제 소식의 경우 이해관계의 두께가 얇고 팩트체크를 하려면 꽤 번거롭다 보니 엇나간 이야기들이 바로잡히지 않은 채 여전히 SNS 등에서 유통된다.

1995년 오키나와 현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50주년을 기념해, 오키나와가 ‘세계 장수 지역’임을 선언한다. 지금도 오키나와 현 종합운동공원 한쪽 구석에는 이때 만들어진 장수선언비가 있다. ‘자연과 공생하고 이국 문화를 존중하고 사회적 약자도 함께 도우며 나아가는…(중략) 건강의 중요성, 평화의 고귀함을 호소하고 미래를 향한 전 인류의 행복 길잡이가 되도록, 오키나와 현이 세계 장수 지역임을 선언한다.’

ⓒGoogle오키나와 북부의 장수마을 오기미에 사는 한 노인이 미소를 짓고 있다.

자부심이었다. 1985년 일본 후생노동성의 평균수명 통계에서 오키나와는 남녀 공히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1995년 장수 지역 선언은 그 자부심의 결과였지만, 정작 1995년 실시한 인구센서스 결과가 1998년 발표됐을 때 오키나와는 뻘쭘해졌다. 오키나와의 여성 평균수명은 1위를 유지했지만, 남성 평균수명의 경우 4위로 떨어졌다. 더 큰 충격은 2000년에 발생한다. 남성 평균수명이 26위로 급전직하한 것이다. 일본 언론은 ‘26쇼크’라는 말을 쓰기 시작했다.


통계는 갈수록 끔찍해졌다. 가장 최근의 인구센서스 결과는 2010년의 기록이다(일본은 2015년에도 인구센서스를 진행했지만, 결과는 올 12월이나 되어야 모두 발표된다). 남성 평균수명은 전국 47개 도도부현 중 30위, 부동의 1위를 자랑하던 여성 평균수명도 전국 3위로 내려앉았다.

문제는 장수의 질이라는 사람도 있다. 장수의 질이란 평균수명 가운데 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일상생활을 보낼 수 있는 기간인데, 여기서 오키나와의 남성은 47개 도도부현 중 꼴찌인 47위, 여성은 46위로 나타났다. 설상가상 2015년 현재 65세 미만의 사망률은 일본 전국 1위다. 남녀 공히 말이다. 사실 이쯤 되면 오키나와가 장수 지역이라는 이야기는 접어야 한다. 무사히 70대에 안착한 노인들의 경우 상당한 수명을 누리지만, 외려 젊은 노인들은 조기 사망하고 이것이 현재의 평균수명을 깎아먹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물론 100세 이상 노인 수는 여전히 건재하다.

일본 최저임금 오키나와, 삶의 질도 최저로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현재의 60대는 대략 1947~1957년생이다. 오키나와는 1945년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이후 1972년까지 일본이 아닌 미국령이었다. 즉 현재의 60대는 종전 직후에 태어난 세대다. 오키나와 인구의 3분의 1이 죽은, 처참했던 오키나와 전투 직후에 태어난 이 세대에게 미군의 가공식품이 무제한으로 투하되기 시작했다. ‘오키나와=장수 지역’이라는 신화가 몰락한 원인으로 가공식품을 꼽는 건 최소한 일본 내에서는 상식이다.

하지만 내가 만난 오키나와 사람들은 이렇게 반문했다. 누가 채소 좋은 줄 몰라서 안 먹느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오키나와의 빈곤’을 이야기했다. 실제 그랬다. 일본은 최저임금이 지역마다 다른데, 오키나와는 만년 꼴찌로 한 시간에 677엔이다. 도쿄보다는 최저임금이 200엔, 전국 평균보다도 100엔이 낮다. 오키나와는 언제나 일본 통계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이다.

기자명 환타 (여행작가·<환타지 없는 여행> 저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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