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솔직히 의아했다. 북핵 문제 등 외교 안보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과연 괜찮을까 걱정도 했다. 그러다 퍼뜩 나 자신도 모르게 타성에 젖어 있구나 깨달았다. 

 

그동안 외교부 북미국 출신 장관들이 과연 이 나라 외교 수준을 얼마나 끌어올렸나? 상대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외교부의 비중이 외교 안보 전체를 압도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는 윤병세 장관의 지난 4년이 잘 말해준다. ‘북한을 알기 위해 꼭 만날 필요는 없다. 미국·중국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신념을 가진 그가 박근혜 정부 내내 장수한 결과가 오늘의 한국 외교의 현주소다.

북미국 출신 누가 장관으로 와도 ‘그 밥에 그 나물’인 상황에서 강경화, 그녀가 왔다. 강 후보자의 프로필과 살아온 발자취를 살펴보며 처음 들었던 걱정도 가셨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장관 후보자들은 ‘평생 사익 추구에 여념이 없다가 권력자의 연줄을 잡고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이들’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그중에는 대통령에게 〈혼술남녀〉와 〈질투의 화신〉이라는 텔레비전 드라마를 문자로 추천해준 조윤선 전 장관 같은 이도 있다.

하지만 실력만으로 당당하게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 유엔이라는 국제무대의 고위직까지 오른 60대 초반의 한국 여성. 누군가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나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를 연상케 하는 여성 외교부 장관 지명이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라고 했을 때, 나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맡은 분야가 국제사회의 인권과 인도주의 증진을 책임지는 자리가 아니었던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외교부 수장으로서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그녀가 위안부 문제 전문가라는 점은 새삼 강조하고 싶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이 설마 일본과 협상에서 우위에 서려고 그녀를 데려왔겠는가. 그러나 그녀와 기시다 일본 외무장관이 한·일 위안부 협상을 논의하는 모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그간의 체증이 좀 가시는 것 같다.

그런데 이낙연 국무총리 인준과 그녀의 낙마를 빅딜했다는 해괴한 소문이 돈다고 한다. 한마디만 하겠다. 한국 외교의 돌파구를 열 최종 비밀병기를 떨어뜨리려는 자 누구입니꽈아악!

기자명 남문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bulgo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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