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룩 패스 자율주행 안 된다고 두 번 말했다? #소문만_무성 #바퀴는_스무성.’ 5월24일 지마켓 트위터에 올라온 홍보 글이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마케팅의 진수를 보였다. ‘김무성 캐리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발 빠르게 움직였다. 대신 정직한 기능 소개도 잊지 않았다. 자율주행은 가능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직접 밀어야 원하는 쪽으로 부드럽게 굴러간다.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이 전날 김포공항에 입국할 때 보여준 장면. 수행원을 향해 눈 한번 마주치지 않고 캐리어를 상대방에게 보낸 ‘노 룩 패스’는, 캐리어 자체 기능이 아닌 김 의원의 실력.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순식간에 전 세계로 입소문이 났다. 미국 소셜 뉴스 웹사이트 레딧(Reddit)에서 ‘Korean politician swag’라는 제목으로 인기를 끌었다. 그의 노 룩 패스는 호날두, 호나우지뉴, 안데르손, 최강희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도 했다. 축구 커뮤니티에서 ‘노 룩 패스 5대 천왕’을 꼽았는데 그중 한 명으로 이름을 올리는 영광을 누렸다.

캐리어 홍보에 온몸을 던진, 진정 ‘창조경제’ 발현의 현장이었다. 박근혜 정부가 끝날 때까지도 그 내용을 몰라 애태웠던 수많은 관료·기업인이 참고하면 좋을 장면. 정작 캐리어와 덩달아 이름을 떨친 김무성 의원은 어리둥절해했다. 뜨거운 관심에 대해 그는 “왜 이게 잘못된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원래 ‘벼락스타’가 되면 얼떨떨한 법이다.

‘개저씨(gaejeossi)씨’와 ‘갑질(gapjil)’도 덤으로 해외에서 유명세를 탔다. 외신은 두 단어의 용례를 소개하며 김 의원의 행태를 알렸다. “개와 중년 남성을 일컫는 단어의 합성어인 ‘개저씨’의 건방진 행동은 매우 적나라하게 남았다. 이는 한국의 고질 문제라는 지적을 받는다. 한국에서 ‘갑질’로 일컫는 권력 남용의 90%가 남성이었다.” 〈인디펜던트〉 보도다.

ⓒAP Photo
5월25일 벨기에에서 열린 나토 회의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가운데)은 단연 돋보였다. 한자리에 모인 각국 정상이 단체 사진을 찍기 위해 준비하던 중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옆 사람을 밀쳤다. 다른 나라 정상과 대화하던 몬테네그로의 두스코 마르코비치 총리 팔을 잡고 앞으로 나아갔다. 논란이 되자 백악관 쪽은 “트럼프 대통령이 마르코비치 총리의 팔을 잡은 것은 가벼운 인사였다”라고 해명했다. 왜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누군가의 말과 겹쳐 들리는 이유는 기분 탓이겠지.
기자명 김은지 기자 다른기사 보기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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