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문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 그때 그 모습이 떠오른다. ‘후보’보다 ‘대통령’이 더 어울린다는 말처럼 그의 행보는 거침없다. 내게 가장 인상적인 행보를 꼽으라면, 첫 번째 외부 행사다. 바로 문 대통령이 인천국제공항공사를 방문해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만난 장면이다. 취임한 대통령의 첫 행보는 새 정부가 추구하는 핵심 의제를 상징하기 마련이다.
한국은 이미 격차 사회에 진입했다. 상층 노동자와 하층 노동자, 정규직과 비정규직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기업이 잘되면 일자리도 생기고 모두가 잘살 것이라는 환상을 퍼뜨렸다. 정부가 ‘부자 되세요’ ‘잘살아보세~’만 외친 결과가 지금 우리가 맞닥뜨린 참담한 현실이다. 청년실업률은 11.2%로 역대 최고 수준이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신분제가 고착되었다.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을 이번 호에 집중 점검했다. 서울시와 광주시의 실험도 담았다. 격차 사회를 풀 해법의 하나로 눈여겨보았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해 국민의당·바른정당 등 야 3당은 추경 편성부터 이 공약의 현실화에 반대할 것이다. 커버스토리를 쓴 이종태 기자는 이 같은 반대가 왜 정치 공세인지도 점검했다.
대통령의 행보는 중요하다. 나침반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특히 권력기관은 나침반이 가리키는 대로 움직인다. 최근 검찰은 공소시효 만료 사흘을 앞두고 유성기업의 노조 파괴와 관련해 원청업체인 현대자동차 임직원과 법인을 기소했다. 사건 발생 6년 만이다. 문 대통령의 첫 번째 행보가 없었다면, 아마 현대차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을 것이다. 지난해 5월28일 한 청년이 숨졌다. 그의 가방에는 먹지 못한 컵라면이 들어 있었다. 잊지 않기 위해 이번 호에 또 다른 김군들을 담았다. 기자도 노동자다. 노동자로서 우리는 조금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이렇게 기록하고 또 기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