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균형 발전이 우선인가, 서울의 글로벌 경쟁력이 먼저인가. 한국은 국토가 좁은 나라이니, 차라리 인구와 자원을 수도권에 집중시키는 게 맞다는 주장도 있다. 거대 도시에서는 창발성 효과 덕분에 더 많은 혁신이 일어난다. 억지로 인구를 분산하면 이 혁신의 가능성은 사라지고, 그건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손해다.
그러니 서울 집중을 선택하는 게 나을까? 일본의 인구문제를 다룬 마스다 히로야의 〈지방 소멸〉은 아주 흥미로운 반론을 제시한다. 이 책은 저출산과 인구 유출 때문에 일본 열도의 절반이 인구가 없어 소멸할 위기라고 주장한다. 충실한 데이터와 충격적인 예측이 돋보이지만, 지방의 인구 감소 자체는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이 책이 빛나는 대목은 그다음이다.
〈지방 소멸〉은 지방이 소멸하면 수도권도 유지가 불가능하다고 논증한다. 집값이 비싸고 생활비가 높은 도쿄는 아이를 낳기에 좋은 도시가 아니다. 직장을 잡고 집을 구하다 보면 출산 능력이 가장 높은 시기는 이미 지나 있다. 도쿄의 출산율은 일본 최저 수준이다. 도쿄 인구는 자체 재생산보다는 지방으로부터의 유입에 더 의존해 버틴다. 지방 소멸이란 곧 수도권의 인구 유입이 끊긴다는 의미이며, 장기적으로는 수도권의 연쇄 붕괴를 뜻한다. 이로써 저자는 ‘지방의 문제’를 ‘국가 미래의 문제’로 바꿔내려 한다.
지방 출신으로 서울에 살다 보면 느끼는, 서울 특유의 감수성이 있다. 지방을 ‘나와 상관없는, 저기 멀리 떨어진, 좀 못사는 외국’처럼 낯설게 보는 감수성이다. 지방 문제가 서울에서 중요한 의제로 떠오르는 일은 좀처럼 없다. 있다 해도 부정적인 사례다. 특정 지역이 어느 당에 몰표를 줬다거나, 세금만 잡아먹을 국책사업을 무책임하게 요구한다거나 등등. 이 책은 지방의 생존과 수도의 부흥이 인구 유입을 매개로 이어져 있다고 주장한다. 지방 이슈를 서울의 시야 안으로 밀어넣는 멋진 반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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