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14일 새벽 북한은 신형 준장거리 미사일 화성 12호를 방현비행장 인근에서 성공적으로 시험발사했다. 이 미사일은 지난 4월15일 열병식에서 바퀴 6개 달린 6축의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TEL) 차량에 탑재되어 새롭게 선보인 것이다. 형상이 이동식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인 KN-08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길이는 축소됐다. 그래서 KN-08을 축소한 ICBM이라는 주장과 무수단 미사일을 확장한 준장거리 미사일(IRBM)이라는 주장이 엇갈렸다. 결론부터 말하면 탄두 형상은 KN-08과 비슷하지만 ICBM은 아니다. 무수단 미사일을 단순 확장해놓은 것도 아니다. 80t급 추력의 백두산 엔진을 탑재한 신형 미사일로 추정된다.
ⓒEPA4월15일 북한 태양절 기념 열병식에 등장한 화성 12호 미사일.

그동안 북한 미사일 중 무수단 미사일만 괌의 미군 기지를 타격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북한은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용인 러시아의 R-27 엔진을 모방해 무수단 미사일을 개발했다. 2007년 이후에는 무수단 미사일을 실전 배치했다. 2016년 최소 6회 또는 8회 이상 무수단 미사일을 시험발사했지만, 지난해 6월22일 오직 한 차례만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거리 성능도 500~650㎏의 탄두를 탑재하고 괌에 도달하기에는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괌에 도달할 수 있는 또 다른 형의 미사일 개발이 요구됐다.


무수단 미사일이 여러 차례 시험발사에 실패하자 고체추진제를 사용하는 북극성 계열의 미사일 개발을 서두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 시험발사에 성공한 북극성 1호(SLBM)를 확장한 북극성 2호(IRBM)를 개발해 지난 2월12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하지만 북극성 2호는 준장거리(IRBM) 미사일급에 못 미쳤다. 탄두 무게 500㎏ 기준으로 사거리 2200~2300㎞ 수준의 중거리 미사일(MRBM) 수준에 머물렀다.

미국 정보당국은 그동안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용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농후한 80t급의 백두산 엔진 개발을 주목해왔다. 2013년 말 미국 보수 매체인 〈워싱턴 프리 비컨〉은 북한이 개발 중인 80t급 엔진을 위해 이란 기술자들이 북한을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지난해 9월 정지궤도 위성 발사체용 대형 액체엔진으로 개발 중이던 80t급 엔진의 지상 연소시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한국이나 서방에서는 이러한 대형 액체엔진이 결국 ICBM에 사용될 것이라 추정했다. 3월18일 백두산 엔진을 개량한 같은 급의 엔진과 4기의 보조로켓을 장착한 1단 추진 시스템에 대한 지상 연소시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북한은 이 성공을 ‘3·18 혁명’으로 불렀다.

80t급의 액체 로켓은 기존의 액체엔진과 완전히 다른 엔진이다. 80t급의 백두산 엔진은 이미 4년 전부터 제작과 지상 연소시험을 해왔다. 지난해 9월 200초의 연소 시간을 기록했다는 점은 그 이전에 이미 수많은 지상 연소시험을 해서 검증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3월 신형 80t 엔진을 포함한 통합추진 시스템의 지상 연소시험에 성공해 지난해 9월의 엔진 연소 시험보다 상당한 기술 진보를 이룬 것으로 평가됐다. 4기의 보조엔진을 장착하는 것은 여러 개의 대형 엔진을 묶는 클러스터링보다 단일 엔진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이를 바탕으로 ICBM 개발을 위한 다양한 엔진 조합을 고려할 수 있다. 먼저 1단 추진체로서 백두산 엔진 1기 또는 2~4기를 결합(클러스터링)하는 방안이다. 물론 러시아와 중국의 액체추진제 ICBM 중에는 엔진 3~4기를 클러스터링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런데 중량이 100t을 넘어가면 이동식이 아닌 사일로(지하 격납고)에서 발사해야 한다. 북한은 미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이동식 ICBM을 개발해야 한다. 중량 및 크기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백두산 엔진의 경우 주엔진 하나가 80t급이고 보조엔진 하나가 최소 3t급 이상이어서 클러스터링 없이도 상당한 추력을 생성하고 이동식 발사대 탑재가 가능하다.

최대 사거리 1만2600㎞ 분석도

백두산 엔진의 클러스터링 없이 1단 추진체로 백두산 엔진 1기 및 4기의 보조엔진을 사용하고 2단 추진체로 무수단 엔진 1기나 보조엔진 2기를 결합하면 어떨까? 몇 가지 경우의 수로 나눠 북한이 ICBM을 만들 때 과연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을지 시뮬레이션을 해봤다.

〈그림 1〉은 백두산 엔진 1기와 4기의 보조로켓엔진을 장착한 1단형의 화성 12호 미사일이다. 5월14일 북한이 발표한 고각 발사 정점고도 2111㎞ 및 사거리 787㎞를 고려해 분석한 결과 탑재 중량은 약 750㎏ 수준이다. 탄두 중량 750㎏인 경우 정상 궤적 발사 시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살펴보면 사거리는 약 4420㎞가 나온다. 이때 정점고도는 907㎞인 것으로 분석됐다. 결국 화성 12호를 정상 궤적으로 발사할 경우 사거리는 4500㎞ 안팎으로 추정되며, 이때의 고도는 900㎞ 전후로 예측할 수 있다. 이 정도의 사거리로는 ICBM에 도달하지 못한다. 그래도 북한이 현재까지 성공적으로 시험발사한 미사일 중 가장 긴 사거리 성능을 보여준다. 실질적 준장거리 미사일(IRBM)임이 확인된 셈이다. 탑재할 수 있는 탄두의 중량은 최소 650㎏에서 최대 1000㎏까지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림 2〉는 1단 추진체로 1기의 80t 백두산 엔진과 4기의 보조로켓 엔진을 장착하고 2단에는 무수단 엔진 1기 및 2기의 보조로켓을 장착한 ICBM을 추정한 것이다. 이 미사일의 길이는 5월14일 시험 비행을 통해 보여준 화성 12호와 비슷하다는 전제하에, 1단 추진체의 연료 및 산화제 탱크 길이를 줄이고 2단 추진체를 탑재한 형상이다. 이렇게 했을 때 길이는 19m로 추정되었다.

탄두 중량 1000㎏과 500㎏인 경우를 나눠 분석했다. 1000㎏인 경우 정상 궤적 발사 시 시뮬레이션 결과 약 8600㎞까지 도달했다. 정점고도는 1100㎞ 정도인 것으로 계산됐다. 탄두 질량이 500㎏인 경우 정상 궤적 발사 시 시뮬레이션 결과 사거리는 약 1만2000㎞ 수준이며, 정점고도는 1200㎞ 정도인 것으로 분석됐다. 즉 정상 궤적으로 발사할 경우 8600~1만2000㎞까지 도달 가능하며, 이때의 고도는 1100~1200㎞ 정도로 예측할 수 있다. 결국 핵탄두 경량화를 통해 탄두 중량을 줄인다면 백두산 엔진의 클러스터링 없이도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준의 사거리를 충분히 얻을 수 있다. 탑재할 수 있는 탄두의 중량은 최소 500㎏에서 최대 1000㎏까지 가능하리라 추정된다.

〈그림 3〉은 1단 추진체로 1기의 80t 백두산 엔진과 4기의 보조로켓 엔진을 장착하고 2단에는 기존의 무수단 엔진 1기 및 2기의 보조로켓을 장착한 ICBM을 추정한 것이다. 다만 미사일의 길이는 5월14일 시험 비행을 통해 보여준 화성 12호의 1단 추진체를 그대로 채용하고 2단 추진제(엔진 및 추진제 탱크 포함)를 3m로 가정하여 전체 길이를 22m로 예상한 ICBM이다.

탄두 중량 1000㎏ 및 500㎏을 기준으로 분석했다. 탄두 질량이 1000㎏인 경우 정상 궤적 발사 시 시뮬레이션 결과 사거리는 약 9000㎞ 수준이며 정점고도는 1200㎞ 정도인 것으로 계산됐다. 탄두 질량이 500㎏인 경우 정상 궤적 발사 시 시뮬레이션 결과 사거리는 약 1만2600㎞ 수준이며, 정점고도는 1200㎞ 정도인 것으로 분석됐다. 정상 궤적으로 발사되는 경우 사거리는 8000~1만2600㎞ 수준으로 추정되며 이때의 고도는 1200㎞ 안팎으로 예측할 수 있다. 결국 핵탄두의 경량화로 탄두 중량을 줄일 수 있다면 백두산 엔진의 클러스터링 없이도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준의 사거리는 충분히 얻을 수 있다. 탑재할 수 있는 탄두의 중량은 최소 500㎏에서 최대 1000㎏까지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현재 미국과의 협상 카드로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수준의 ICBM 개발에 목을 매고 있다. 북한은 그동안 엔진 조합을 이용한 다양한 유형의 ICBM 개발을 시도했다.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더라도 현재로서는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은 방식이 백두산 엔진을 기반으로 한 조합이다.

기자명 장영근 (한국항공대학교 교수)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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