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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개혁 재수생 이번에는 성공할까

문재인 대통령은 참여정부 시절 검찰 개혁 실패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았다. 이번에는 검찰 개혁에 대한 여론의 분명한 인식이 있고, 개혁을 지휘할 대통령이 확실한 로드맵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과 다르다.

천관율·김은지 기자 webmaster@sisain.co.kr 2017년 05월 29일 월요일 제5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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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신선영
5월19일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에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를 승진 임명하는 등 법무부와 검찰의 인사를 발표하자 서울중앙지검 앞에 취재진과 직원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파격 인사가 검찰을 정조준했다. 5월11일 청와대 민정수석에 조국 교수(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를 앉혔다. 5월19일에는 서울중앙지검장에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를 임명했다. 조국 교수는 강한 검찰 개혁 소신을 문재인 대통령과 공유하는 학자다. 윤 검사는 국정원 정치 개입 사건의 특별수사팀 책임자로, 박근혜 정부의 수사 외압을 폭로한 바 있다. 그는 이후 좌천되어 한직에 머물다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특별검사팀에 발탁되어 ‘국민 검사’로 떠올랐다. ‘서울중앙지검장 윤석열’은 기수를 중시하는 검찰 인사 관행을 깬 카드다. 전임 서울중앙지검장인 이영렬 검사가 사법연수원 18기였다. 윤 지검장은 5기수나 낮은 사법원연수원 23기다.

문재인 대통령은 인사를 통해 검찰 개혁 의지를 분명히 했다. 국정 운영에서도 상당히 높은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신호다. 핵심 컨트롤타워인 법무부 장관 인선까지 완료하면 검찰 개혁의 노선과 추진 전략이 더 뚜렷해질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 시절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지내면서 검찰 개혁 실패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당사자다. 문 대통령은 이 과정을 뼈아프게 여기고 복기해왔다. 문 대통령의 복기 과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증언은 책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에 담겨 있다. 2011년에 나온 책이다. 김인회 교수(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는 참여정부 시절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추진단 간사를 맡았던 사법 개혁 전문가로, 참여정부 청와대에서도 일한 경력이 있다.  

검찰 개혁이 어려운 이유는 서로 충돌하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겨누기 때문이다. 참여정부가 출범하던 시점에, 검찰은 정치권력에 철저히 ‘종속’되어 있었다. 이 종속 상태를 해소하고, 검찰을 정치적 중립 상태로 돌려놓아야 했다. 동시에 검찰이 가진 권한이 막강하고 견제장치가 없기 때문에, 검찰의 ‘전횡’ 가능성은 제도적으로 내재되어 있었다. 이를 해소하려면 검찰의 권한 독점을 견제와 균형의 원리로 제어해야 했다.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다. 두 개혁 과제는 서로 충돌하는 것처럼 보인다. 검찰의 권한을 견제하려는 모든 시도에, 검찰은 정치적 중립 침해를 명분으로 저항했다.

참여정부는 종속을 시급한 과제로 봤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해주었고 일정 부분 성과도 올렸다. 하지만 검찰의 전횡에는 상대적으로 문제의식이 깊지 않았다. 상징적인 장면은 노무현 대통령 취임 보름도 되지 않아서 나왔다.

“이쯤 가면 막 하자는 거지요?”(노무현 당시 대통령)


ⓒ사진공동취재단
2009년 4월30일 노무현 전 대통령(왼쪽에서 두 번째)이 문재인 전 비서실장(왼쪽에서 세 번째) 등과 함께 대검찰청에 들어가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짧게 답하고 있다.

2003년 3월9일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되는 ‘전국 검사들과의 대화’에서 평검사들은 노 전 대통령에게 “검찰에 청탁전화를 한 적 있지 않나?” “대통령께서 83학번이라는 보도를 봤다” 따위 모욕에 가까운 공세를 퍼부었다. 이 토론회 이후 ‘검사스럽다’는 단어가 국립국어원 신조어에 등록됐다. 뜻풀이는 이랬다. ‘행동이나 성격이 바람직하지 못하거나 논리 없이 자기주장만 되풀이하는 데가 있다.’

검찰의 핵심 요구 사항은 인사권이었다. 그 자리에서 검사들은 “법무장관이 가진 인사제청권을 검찰총장에게 이관해달라는 요청이 유례가 없는 것을 우리도 잘 안다”라면서도, “정치 중립성을 위해서는 인사권이 필요하다”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검사들은 검찰 개혁을 곧 종속의 해소로 본 것이다. 인사권을 정치권력의 손에서 검찰에게로 돌려주면 종속이 해소되므로 검찰 개혁이 완성된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인사권이 검찰로 가면 전횡의 문제는 더 커진다. 하지만 검사들은 전횡의 문제는 거론하지 않았고, 애초에 이것이 검찰 개혁의 또 다른 축이라는 문제의식도 보여주지 않았다.

검사들과 정면충돌한 참여정부도 이 대목만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는 이렇게 반성한다. “검찰의 중립이 제도적으로 완성된 시점에서는 시급히 검찰 권한의 민주적 통제 과제를 내세우고 검찰 개혁 과제를 통합했어야 했다. 하지만 참여정부 검찰 개혁 주체들은 이러한 인식에까지 이르지 못했다.” 같은 책에 나오는 문 대통령의 2011년 당시 인터뷰다. “우리가 너무 나이브하게 생각했는지 몰라요. 정권이 검찰을 정권의 목적에 맞춰 장악하려는 시도만 버린다면 검찰의 민주화는 시간이 좀 걸려도 따라온다고 봤고, 또 민주적 통제를 말하려면 정치적 중립부터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했습니다.”

참여정부 당시 부장검사로 재직했던 한 변호사는 그때를 이렇게 회상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순진했다. 권력기관을 손에 쥐지만 않으면 검찰이 알아서 잘할 거라고 믿었다. 장악되지 않은 검찰이 결국 힘을 더 키웠다. 검찰 권력의 조정도 함께 갔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당시 검찰 내부에서는 대통령이 검찰을 죽이려 한다는 인식이 공유됐고 조직 지키기에 만전을 다했다. 그 절정이 대선 자금 수사였다.”

2003년 대선 자금 수사는 검찰 개혁의 중대한 분기점이었다. 개혁 대상으로 지목된 검찰은 대선 자금 수사를 통해 상황을 돌파해나갔다. 안대희 당시 대검 중수부장이 지휘한 수사팀은 여야 구분 없이 거물 정치인들을 잡아들였다. 한국 정치의 투명성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수사였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 권력을 정치의 입김으로부터 풀어준 효과였으니, 이 역시 종속을 풀어준 검찰 개혁의 성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성과가, 전횡을 해결할 검찰 개혁을 차단해버렸다. 검찰 개혁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한풀 꺾였고, 검찰은 독립만 보장해주면 할 일은 하는 조직이라는 평판이 생겼다. 특히 대선 자금 수사가 노무현 정부의 핵심 인사들을 잡아넣었기 때문에, 청와대로서는 검찰 권한 분산을 시도했다가는 ‘정치 보복’이라는 역공에 시달릴 구도가 되었다. 검찰이 수사를 통해 압박에서 벗어난 셈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검찰 개혁의 적기는 사라졌다. 검찰권은 다시 ‘상대편에게 가혹하고 내 편에게 관대한’ 권력의 도구로 쓰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까지 검찰의 칼날이 겨눠졌다.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정연주 전 KBS 사장 사건 등 지난 검찰권 남용에 관한 사례가 쌓였다(16~19쪽 아래 사진 참조). 검찰 개혁을 지지하는 여론도 함께 높아졌다.

이렇게 해서 2017년 문재인 정부는, 2003년 참여정부에는 없던 두 가지 중대한 무기를 손에 쥐고 검찰 개혁에 재도전하게 되었다. 첫째, 검찰의 전횡 문제가 검찰 개혁의 핵심 과제라는 여론의 분명한 인식이 존재한다. 2003년에는 이것이 전혀 분명한 일이 아니었고, 유능하고 강직한 검찰을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시켜주기만 하면 문제가 풀린다는 관점이 드물지 않았다. 둘째, 검찰 개혁을 총지휘할 대통령 본인이, 참여정부의 복기와 반성을 통해 한층 분명한 검찰 개혁의 로드맵을 만들었다. 실패의 경험과 뼈아픈 복기는 검찰 개혁과 같은 고도의 정치적 도전에 중요한 자산이 된다.

그렇다면 검찰 권한을 분산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현재 검찰은 수사권(수사개시권·수사지휘권·수사종결권), 영장청구권, 기소권 등을 모두 가지고 있다. 이 중에서 수사지휘권·수사종결권·영장청구권·기소권은 검찰만 독점하는 권한이다. 영장청구권의 검찰 독점은 헌법에 명시되어 있다. 검찰의 힘은 근본적으로 수사권과 기소권의 결합에서 나온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 권한이 막강한 이유는, 원래 상호 견제 기능을 해야 할 수사권과 기소권을 한 기관이 동시에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사권은 범죄의 증거를 수집하고 범인을 특정하는 권한이다. 기소권은 수사된 범죄 혐의에 대해 재판에 넘기는 권한이다. 수사권자와 기소권자가 다르면, 수사가 잘못될 경우 기소권자는 기소를 하지 않을 수 있다. 무리한 수사를 기소권자가 요구한다면 수사권자는 이를 거부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상호 견제가 작동한다. 하지만 한국 검찰은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방식으로 두 권한을 모두 쥐고 있다. 강압 수사, 표적 수사, 먼지떨이 수사, 별건 수사, 봐주기 수사, 제 식구 감싸기 수사 등 검찰의 전횡을 대표하는 관행들이 이 토양에서 나왔다.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집은 이런 상황 인식을 대변한다. 공약집이 제시하는 검찰 개혁안은 크게 네 가지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검찰 인사 중립성·독립성 강화 △검찰의 외부 견제기능 강화 △권력기관의 수사방해 행위 제어다. 제시된 공약들의 궁극적인 목표가 검찰 권한 분산이다. 이 중에서도 핵심은 첫 번째로 내건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이다. 검찰의 전횡을 견제할 양대 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수사는 경찰이, 기소는 검찰이 맡도록 업무를 나눠야 한다고 본다. 권한 분산으로 권력기관 간 ‘견제와 균형(check & balance)’이 작동하게 하는 것이 기본 전략이다. 검찰을 독립시켜도 문제가 생기고, 그렇다고 예전처럼 정치권력이 검찰을 주무르는 것도 답이 아니라면, 권한 분산으로 상호 견제와 균형을 추구하는 것이 유일한 선택지다. 문 대통령은 검찰과 경찰이 논의 주체가 되어 기관끼리의 권한을 조정해 풀 문제로 봐서는 안 된다고 선을 긋는다(참여정부가 이 과제를 검찰과 경찰 간 자율 조정에 맡겼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다). 견제와 균형의 원리는 권력 운영의 기본 원칙이고, 검찰 또한 이 원리에 구속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다만 검찰에 기소와 공소 유지를 위한 이차적·보충적 수사권은 남겨둘 방침이다.

검찰 통솔하고 청와대와 공조할 장관은?

공수처 설치는 20년 가까이 논의되었지만, 그 목표는 시대에 따라 변화해왔다. 검찰의 권한 분산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르기 전에는, 공수처는 고위 공직자 부정부패 척결 차원에서 검토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증언이다. “당시에는 검찰 권력의 민주적 통제에 대한 요구보다는 권력형 비리 척결 요구가 굉장히 높았다. 그래서 고비처(공수처)를 검찰 개혁 과제로 생각하지 않았다”(<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 하지만 검찰의 전횡이 핵심 의제로 떠오르자, 공수처는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산하는 견제와 균형 모델의 축으로 확장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집에서 공수처는 고위 공직자 비리에 대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갖는다.

검찰이 기소권을 독점한다는 것은 ‘기소하지 않을 권리’를 독점한다는 의미도 된다. ‘살아 있는 권력’이 연루된 사건을 기소하지 않거나, 검사가 연루된 사건을 기소하지 않는 제 식구 감싸기가 가능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기소하지 않을 권리’를 견제하는 제도가 재정신청이다. 검찰이 기소하지 않겠다고 결정할 때, 이에 반발하여 법원에 다시 판단을 맡기는 절차다. 문 대통령은 지금은 고소 사건만 가능한 이 재정신청 대상을 고발 사건까지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핵심 원리는 일관되게 견제와 균형이다. 로드맵도 이미 나와 있다. 참여정부의 검찰 개혁 시도, 그 실패에 대한 문 대통령의 복기, 이후 검찰의 전횡에 대한 여론의 분명한 인식 등이 축적된 결과다. 하지만 로드맵을 현실로 가져오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행정권으로 가능한 과제, 입법으로 해결할 과제, 개헌이 필요한 과제가 두루 있다(20~21쪽 기사 참조).

그중에서도 핵심 과제인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는 입법 과제다.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데, 국회 의석 분포는 여소야대다. 소관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은 검사 출신의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이다. 소속 당과 의원 모두 검찰 권한 분산에 호의적이지 않다. 법사위에서 위원장이 동의하지 않는 안건을 강행 처리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검찰 개혁과 같은 거대한 개혁 과제를 수행할 때는 당·정·청이 엇박자를 내면 힘이 빠지기 쉽다고 참여정부 인사들은 회고한다. 법무부 장관 자리가 특히 주목되는 것도 그래서다. 법무부 장관은 검찰을 통솔·장악하면서, 청와대와 여당 양쪽과 긴밀히 공조하도록 요구받는 자리다. 검찰 개혁의 파트너 격인 민정수석에 이론가인 조국 교수가 앉으면서, 법무부 장관의 삼각 조정 능력이 더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많다.

또 하나 중요한 요건으로 검토되는 것이 장관의 임기 문제다. 짧게 재직하면서 ‘경력 관리’만 할 장관보다는, 가능한 한 길게 임기를 수행할 장관이 필요하다고 문재인 대통령도 말한 적이 있다. “법무부 장관은 적어도 2년, 가능하다면 대통령과 임기를 함께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 법무부 장관의 임기가 길고 끝을 예측할 수 없다면, 장관이 언제까지 인사권을 행사할지 검사들이 예측할 수 없다. 당연히 검찰 장악력이 올라간다. 참여정부에서는 최장수 법무부 장관인 강금실 장관도 고작 1년5개월 동안 재직했다. 잦은 장관 교체도 검찰 개혁 실패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스스로를 “재수에 강하다”라고 말한다. 대학 입시, 사법시험, 그리고 대통령 도전까지 모두 재수 끝에 이뤄냈다. 복기에 강하고 실패로부터 배우는 능력을 여러 차례 보여줬다. 그가 이번에는 검찰 개혁 재수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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