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푸드가 건강 비결.’ 조금이라도 건강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무슨 헛소리냐고 반문할 것이다. 하지만 올해 86세의 고령에도 젊은이 못지않게 활동하는 워런 버핏을 보면 헛소리는 아닌 듯하다. 버핏은 세계 제2위의 대부호답지 않게 매우 소박한 생활로 정평이 나 있다. 그는 1958년 고향 오마하에서 3만1500달러에 구입한, 방 5개가 있는 주택에서 60년째 살고 있다. 주거만큼이나 식단도 소박하기 짝이 없다. 햄버거나 소시지, 코카콜라, 감자칩, 초콜릿 캔디, 땅콩과자, 아이스크림 등 맥도널드 같은 업체에서 구입하는 패스트푸드가 주된 식단이다. 종종 스테이크를 먹지만 주식은 아니다. 채식주의자도 아니다. 많은 미국인이 좋아하는 중국 음식은 싫어한다.

ⓒAP Photo워런 버핏은 맥도널드·코카콜라 애호가이다.

버핏은 패스트푸드를 정말 좋아한다. 지난 2월 영화 전문 케이블TV HBO가 방영한 〈워런 버핏처럼 되기〉라는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한 장면이다. 아침에 면도하던 버핏이 부인한테 근처 맥도널드에서 패스트푸드를 사오라고 부탁한다. 주문 음식 가격대는 2달러61센트, 2달러95센트, 3달러17센트…. 버핏은 이렇게 덧붙인다. “아주 풍족하다는 기분이 들지 않으면 소시지만 달랑 두 조각 주는 2달러61센트짜리를 주문해서 집에 있는 콜라와 함께 먹는다. 3달러17센트만 주면 베이컨, 달걀 프라이, 치즈 비스킷을 사먹을 수 있겠지. 그러나 오늘 아침 주식 시황이 너무 안 좋아서 2달러95센트짜리로 주문했어.”


어떤 경우에도 아침 식사로 3달러17센트 이상을 쓰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해서 버핏이 마냥 구두쇠인 것만은 아니다. 전 재산의 99%를 사회에 환원하기로 공약한 기부 천사이기 때문이다.

버핏은 코카콜라 광(狂)이기도 하다. 하루 평균 5병을 마신다. 근무시간에는 일반 콜라 3병, 저녁 퇴근해서는 체리 콜라 2병. 그의 하루 평균 섭취 열량 2700㎉ 가운데 4분의 1이 콜라다. 버핏은 코카콜라 주식의 9%(약 160억 달러)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그는 한때 〈뉴욕타임스〉와 한 인터뷰에서 “콜라 대신 물을 먹고, 브로콜리를 먹으면 더 오래 살 것이라는 증거를 아직 보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만약 내가 쌍둥이로 태어났다면 동생은 평생 브로콜리만 먹었으면 좋겠다. 그래도 내가 동생보다 더 행복했을 것이고, 더 오래 살았을 것이다”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2009년에는 동부 뉴저지 주의 한 영양사가 버핏의 나쁜 식습관을 지적하며 건강 음식으로 바꾸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 적도 있다. 이 편지에 대해 버핏은 “내 주치의도 당신처럼 권고한다. 나의 탁월한 건강은 대체로 유전적 요소 덕분이지만, 하루하루의 인생을 즐기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버핏은 2015년 경제 전문지 〈포천〉과 한 인터뷰에서 ‘당도와 염도가 높은 패스트푸드를 먹으며 어떻게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깜짝 놀랄 만한 대답을 했다. 그는 “어린애처럼 먹는다. 생명보험 통계를 봤더니 6세 아이들의 사망률이 가장 낮더라. 그래서 나도 6세처럼 먹기로 결심했다”라고 말했다. 버핏은 또한 “지금처럼 건강을 유지하는 한 은퇴 계획이 없다”라고 덧붙였다. 이 말대로라면 버핏의 은퇴 여부는 다른 어떤 요인보다 건강에 달려 있는 셈이다.

기자명 워싱턴∙정재민 편집위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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