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애덤 스미스 씨, 저녁은 누가 차려줬어요?〉
카트리네 마르살 지음
김희정 옮김
부키 펴냄
한 독서 모임에서 〈잠깐 애덤 스미스 씨, 저녁은 누가 차려줬어요?〉를 선정해 독서토론을 한다고 해서 몰래 참여한 적이 있다. 전반적으로 좋다는 의견이었지만, 간단한 내용을 너무 풀어썼다거나 같은 어구의 반복이 거슬린다는 말도 나왔다.

나도 처음에는 반복되는 비슷한 문장과 은유적 표현을 보며 군더더기가 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교정을 몇 차례 보는 동안 문장 하나하나가 허투루 쓰이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반복되는 문장은 다 나름의 함의가 있고, 에둘러 말한 부분은 독자에게 더 생각하게 해 집중도를 높인다. 또한 저자는 명백한 문제 상황의 본질을 곧바로 파고들고, 감성적으로 사유해야 할 부분을 시적으로 풀어내며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책 표지는 쉽고 재미있어 보이지만 경제학·페미니즘·문학·과학·역사·심리 등 굉장히 넓은 주제를 아우르며 꽤 깊이 있는 논의를 이끌어낸다. 특히 다양한 방면에 배경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젊은 저자의 감각적이고 능글맞은 유머에 낄낄대고 웃을 부분도 꽤 있을 것이다. 세 번 정독하면 매번 다른 의미로 다가올 게 확실한데, 이 책을 그렇게 여러 번 읽어줄 독자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

제목을 정할 때 여러 번 회의하며 고심을 많이 했는데 나중에는 쥐어짜다 못해 〈경제학자가 놓친 여자들〉 〈남(男)의 편 경제학자들〉 〈너를 먹인 건 보이지 않는 손이 아니라 네 어미다〉까지 갔으나, 결국 원점으로 돌아가 처음에 생각했던 〈잠깐 애덤 스미스 씨, 저녁은 누가 차려줬어요?〉로 낙점했다.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다른 제목이었다면 판매가 조금 더 됐을까?

작년부터 무르익은 페미니즘 트렌드에 경제학을 중심에 놓은 독보적인 콘셉트로 관심은 많이 받았지만, 책의 가치에 비해 판매량이 조금 낮았다는 아쉬움이 있다. ‘경제학’이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군림하는 이 시대, 페미니즘의 시각에서 바라본 주류 경제학 비판서를 책꽂이에 하나쯤 꽂아놓을 만하지 않을까.

기자명 안유정 (부키 편집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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