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처음에는 반복되는 비슷한 문장과 은유적 표현을 보며 군더더기가 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교정을 몇 차례 보는 동안 문장 하나하나가 허투루 쓰이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반복되는 문장은 다 나름의 함의가 있고, 에둘러 말한 부분은 독자에게 더 생각하게 해 집중도를 높인다. 또한 저자는 명백한 문제 상황의 본질을 곧바로 파고들고, 감성적으로 사유해야 할 부분을 시적으로 풀어내며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책 표지는 쉽고 재미있어 보이지만 경제학·페미니즘·문학·과학·역사·심리 등 굉장히 넓은 주제를 아우르며 꽤 깊이 있는 논의를 이끌어낸다. 특히 다양한 방면에 배경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젊은 저자의 감각적이고 능글맞은 유머에 낄낄대고 웃을 부분도 꽤 있을 것이다. 세 번 정독하면 매번 다른 의미로 다가올 게 확실한데, 이 책을 그렇게 여러 번 읽어줄 독자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
제목을 정할 때 여러 번 회의하며 고심을 많이 했는데 나중에는 쥐어짜다 못해 〈경제학자가 놓친 여자들〉 〈남(男)의 편 경제학자들〉 〈너를 먹인 건 보이지 않는 손이 아니라 네 어미다〉까지 갔으나, 결국 원점으로 돌아가 처음에 생각했던 〈잠깐 애덤 스미스 씨, 저녁은 누가 차려줬어요?〉로 낙점했다.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다른 제목이었다면 판매가 조금 더 됐을까?
작년부터 무르익은 페미니즘 트렌드에 경제학을 중심에 놓은 독보적인 콘셉트로 관심은 많이 받았지만, 책의 가치에 비해 판매량이 조금 낮았다는 아쉬움이 있다. ‘경제학’이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군림하는 이 시대, 페미니즘의 시각에서 바라본 주류 경제학 비판서를 책꽂이에 하나쯤 꽂아놓을 만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