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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혼이 빠진 국정 교과서는 이렇게 탄생했다

안종범 업무수첩에는 국정교과서 관련 내용이 많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보수 논객 글을 전파하고, <조선일보> MBC <한국경제> <매일경제> 등을 활용하라고 지시했다.

특별취재팀 (주진우·김은지·김연희·신한슬 기자) webmaster@sisain.co.kr 2017년 05월 23일 화요일 제5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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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2월 취임 3주년을 기념해 <사람 나고 법 났지, 법 나고 사람 났나요:정책을 만드는 대통령의 비유>라는 105쪽짜리 어록집을 펴냈다. ‘배려와 진심이 가득한 대통령의 말을 통해 박근혜 정부의 정책이 더욱 쉽고 친근하게 다가서길 기대하며’ 펴낸 책이라고 소개했다. 이 어록집 60~61쪽은 국정교과서 관련 부분이다. 2015년 10월13일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대수비)에서 박 전 대통령이 한 발언이다.

“역사를 모른다고 하면 혼이 빠진 인간이고 또 역사를 잘못 알고 이상하게 왜곡돼서 그게 진리인 줄 알고 돌아다니는 것은 영혼이 썩는 거다. 그런 아이들에게 우리가 미래를 맡길 수 없지 않나.”

청와대가 공개한 박 전 대통령의 발언은 안종범 업무수첩에도 담겨 있다. 당시 대수비에 참석한 안 전 수석은 ‘The conquered conquer the conqueror(정복한 나라가 오히려 정복당한 나라의 지배를 받는다)’와 같은 내용을 받아 적으며 키워드 중심으로 기록했다. ‘10-13-15 대수비 6. 자긍심 심어주는 노력 필요, 이념, 정쟁 X -국민통합 계기(그림 1).’ 당시 국정교과서 행정 예고가 이뤄지고(10월12일), 교육부가 국정교과서 홍보 광고를 내보내고(10월19일),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국민 담화를 하는(11월3일) 등 국정교과서 공세가 집중되던 때였다.

ⓒ시사IN 신선영
11월3일 황교안 총리는 대국민 담화에서 ‘고등학교 99.9%가 편향된 역사 교과서로 가르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의 행보에 발맞춰 정부·여당에서는 “올바른 교과서를 만들자는 취지에 반대하는 국민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다(이정현 의원)” “전국 고등학교의 절대다수 99.9%가 편향된 역사 교과서로 가르치고 있다(황교안 총리)”라는 발언이 나왔다(<시사IN> 제426호 커버스토리 ‘0.1%를 위한 대한민국?’ 기사 참조).

앞서 2015년 9월20일에도 박 전 대통령은 안 전 수석에게 국정교과서 관련 지시를 했다. ‘1. 국정교과서, 부모들 마음 움직여야, 조갑제 대한민국 진실을 지키기 위하여, 김일성 보천보 전투 X, 조선 MBC 한경 매경, 시민단체 부모단체(그림 2).’ 국정교과서 성공을 위해서는 학부모의 지지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의 칼럼을 활용하라는 취지로 보인다.

<그림1>
<그림2>
<그림3> 안종범 업무수첩에 적힌 박근혜 전 대통령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관련 지시 사항.

김일성의 항일 행적 다뤘다고 문제 삼아

조갑제 대표는 당시 기존 검인정 역사 교과서가 좌편향되었다고 주장하는 글을 잇달아 발표했다. 조 대표를 비롯해 기존 교과서를 비판하는 이들이 대표적으로 꼽는 예는 김일성의 보천보 전투였다. 김일성의 항일 행적으로 알려진 보천보 전투를 교과서에 실었다는 점을 문제 삼았는데, 박 전 대통령이 이를 똑같이 언급했다. 또 <조선일보>, MBC, <한국경제>, <매일경제>를 국정교과서 홍보전에 활용하고, 시민·학부모 단체도 관리하라는 뜻으로 읽힌다.

2015년 10월11일 티타임을 기록한 안종범 업무수첩에도 ‘<교과서> 1. 대학생·학부모·교사 증언 중요 2. 친일 찬양·독재 미화·특정인 미화, 이명희 권희영(한국학중앙연구원), 21세기미래교육연합 조형곤(그림 3)’이라고 쓰여 있다. 국정교과서 지지 발언을 해온 이명희·권희영 교수 같은 연구자나 조형곤 21세기미래교육연합 대표 같은 시민단체 인사를 활용해 ‘친일 찬양·독재 미화’ 따위 비판에 대응하라는 취지로 읽힌다. 문재인 대통령은 5월12일 국정 역사 교과서 폐지를 지시했다.

ⓒ연합뉴스
2015년 11월5일 통일준비위원회 제6차 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사상적 지배’라는 용어를 쓰며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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