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17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독대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2월15일), 황창규 KT 회장(2월18일), 권오준 포스코 회장(2월22일)을 연이어 만났다. 김승연 회장은 당시 만남에 대해 지난해 11월 검찰 특별수사본부에서 이렇게 증언했다.
“2015년 7월25일 대통령과 비공개 독대 면담이 있어 무슨 일로 부르는지도 모르고 갔다. 14분 정도 독대했다. 그런 다음 재단이 만들어진다고 해서 지원했다. 출연 이후 2016년 2월17일 또 대통령과 비공개 독대 면담을 했다. 서비스와 스포츠 등 유망 산업에 기업들이 계속 관심 가져달라는 취지의 발언이 있었고 알겠다고 했다.”
〈시사IN〉이 단독 입수한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도 당시 독대 전후 관련 내용이 담겨 있다. 2016년 2월17일자 안종범 업무수첩에 ‘한화 1. 죽도 관광 2. 태양열 3. 한화 -미르 -sports 에꼴빼랑디(에콜페랑디의 오기로 보임) 4. Image(그림 1)’라고 쓰여 있다. 박 전 대통령과 김 회장이 독대 당시 나눈 대화를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태양광 사업 등을 벌이는 한화의 기업 활동과 재단 출연 등의 내용이 담겼다.
독대 사흘 전 2016년 2월14일자 안종범 업무수첩에는 한화의 기업 활동과 무관한 사사로운 내용이 담겨 있다. 대통령 지시 사항을 뜻하는 ‘2-14-16 VIP’ 내용을 보자. ‘2. 한화-김승연, 아들 문제, -외국 가서 ①manager 반말 ②늦었다고 벌세우고, 외국 선수 앞에서(덴마크) 욕하고(그림 2)’ 기업 현황이나 정부 정책이 아닌, 총수 일가 관련 내용으로 보인다. 김승연 회장의 ‘아들 문제’가 있다는 취지다. 김 회장 쪽 특정인이 외국에서 반말·욕설 등을 했다고 쓰여 있다. 누군가로부터 전해 듣지 않은 이상, 대통령이 알 수 없는 내용이다. 누가 이 같은 내용을 박 전 대통령에게 전했을까?
김 회장 아들 “나도 최순실에게 갑질을 당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아들 셋을 뒀다. 셋째 아들 김동선씨가 국가대표 승마 선수였다. 김씨는 2014년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와 함께 인천아시안게임의 마장마술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바 있다. 김씨는 박 전 대통령과 김 회장의 첫 번째 독대(2015년 7월25일)와 두 번째 독대(2016년 2월17일) 사이인 2015년 9월12일 독일 펄 올림픽 국제선발전 그랑프리 개인전에 출전했다. 대륙별 1위에게 주어지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본선 티켓을 확보했다. 당시 해당 경기에는 독일·네덜란드·덴마크 등에서 선수 35명이 참가했다.
김동선씨는 지난 2월 박영수 특검팀의 참고인 조사를 받기도 했다. 당시 그는 음주 상태에서 술집 종업원을 때린 혐의 등으로 구속된 상태였다. 특검팀은 그에게 삼성의 정유라씨 특혜 지원 의혹 등에 대해 물었다. 특검 관계자의 설명을 종합하면, 당시 김씨는 ‘승마계는 좁다. 정유라가 최순실 딸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말똥을 치우는 파키스탄 노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었다. 박근혜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최순실은 더욱 안하무인이었다. 나 역시 최순실에게 갑질을 당한 바 있다’고 진술했다.
김동선씨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언은 또 있다. 4월18일 최순실 뇌물 재판의 증인으로 출석한 김종 전 차관은 “최순실이 대한승마협회가 ‘너무 김동선만 지원하고 정유라는 지원을 잘 안 한다’고 불만이 많았던 것을 기억한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언론에도 보도되지 않았던, 외국에서 일어난 한화 일가의 ‘반말·욕설 문제’ 등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전한 이는 최순실씨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그런 사사로운 내용까지 안종범 전 수석에게 알려주었고, 안 전 수석은 ‘대통령의 말씀’을 꼼꼼히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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