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용환 역사N교육연구소 소장(40)은 요즘 잘나간다. JTBC 〈말하는 대로〉 등에 출연했고, 올해 출판한 책만 벌써 두 권이다. 곧 개그맨 정형돈씨와 공동 MC를 맡은 프로그램도 촬영에 들어간다.

심 소장이 대중적 인지도를 쌓게 된 사연은 조금 기구하다. 2015년 교육부가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자 SNS를 통해 검정 역사 교과서에 대한 유언비어가 퍼졌다. 학원 강사로 10여 년간 역사를 가르쳐온 그는 유언비어 13가지에 조목조목 반박문을 달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 ‘팩트 폭행’ 반박문은 큰 화제가 되었다. ‘좋은 정보를 알려줘서 고맙다’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정작 그는 일자리를 잃었다. “제가 일했던 동네가 부유층이 많이 사는 곳인데 그 후로 강의가 끊기더라고요(웃음).”

최근 펴낸 책 〈역사토크〉의 부제는 ‘시시비비 역사 논쟁에서 절대 지지 않는 법’이다. 각 장에는 해당 논쟁을 대표할 만한 인물이 등장해 ‘심 선생’과 대화를 주고받는다. ‘박정희, 민족의 지도자인가 독재자인가’ 편에는 그 시대에 대해 향수를 가지고 있는 ‘큰아버지’와 공과를 모두 살펴야 한다는 ‘보수 언론사 기자’가 등장하는 식이다. 이들은 심 선생과 반대편에 있지만 논리가 만만치 않다. 저자가 상대의 주장을 촘촘하고 섬세하게 구성하고자 노력한 덕분이다. 심 소장은 이 책을 통해 ‘진짜로 소통하는 법’을 다루고 싶었다. “요즘 SNS를 보면 일방적으로 주장만 퍼부어대잖아요. 다른 의견에 주의를 기울이는 태도는 찾아보기 힘들어요. 거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선악 구도로 역사를 바라보는 건 옛날 방식이라고 봅니다.”

ⓒ윤성희

그렇다고 상대주의적 관점을 따르는 건 아니다. ‘심 선생’은 산업화에 대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기여를 인정하면서도 이를 대통령 1인의 업적으로 돌리는 태도를 비판한다. 또 박정희식 개발 모델의 한계를 집요하게 꼬집는다. 의견 차를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설득까지 나아갔을 때 변화가 시작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장미 대선’은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까. 심 소장은 “헌법이 절대 권력을 이긴 과정으로 평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의 역사를 봐도 민주주의가 정착되는 데 100년 이상이 걸렸어요. 우리도 4·19 혁명, 6·10 항쟁을 거쳐 촛불혁명까지 민주주의가 성장하는 과정 속에 있는 거죠. 제3세계에서 민주공화정이 정착한 사례가 드문데 우리가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상상력을 불어넣을 수 있지 않을까요.”

심 소장은 5월21일,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열리는 〈시사IN〉 주최 〈F5, 현대사 새로고침 전, 김재규와 10·26 다시보기〉에서 ‘10·26이라는 미스터리’를 주제로 강연을 한다. 그는 “김재규를 배신자 혹은 의사(義士)로 다루는 방식의 강의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강연 신청:1026.sisain.co.kr). 

기자명 김연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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