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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죽은 남자들에게 보내는 ‘제문’

임지영 기자 toto@sisain.co.kr 2017년 05월 20일 토요일 제5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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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혼자 죽다>
성유진·이수진· 오소영 지음
생각의힘 펴냄
혼자 죽은 사람들에 관한 기록이다. 4년 전 언론고시 준비생 몇 명이 스터디를 하다 문득 무연고 사망자를 취재해보기로 했다.

처음엔 호기심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저자들 자신도 자취나 하숙 등으로 서울살이를 하던 터였다. 몇 년째 옆방 사람들과 말을 섞지 않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게 아무도 시신을 인수하지 않는 사망자 209명의 삶을 추적했다.

각 지자체는 구청 홈페이지 등에 무연고 사망자 공고를 낸다. 시신 인수 의사가 있는 연고자를 찾는 과정이다. 이 공고문에 나온 성명, 성별, 생년월일, 주소, 사망 장소, 사망 경위 따위의 정보에 기대 고인의 생전 과거를 쫓았다. 호기심은 책임감으로 바뀌었다.

주소지 대부분은 쪽방이나 고시원이었다. 주소지를 찾아가보면 평범한 동네 같다가도 갑자기 허름한 곳이 나타났다. 고인들이 마지막 생을 보낸 곳이자 꽤 오래 거주했던 장소이지만 옆방 사람이나 집주인은 이들을 거의 기억하지 못했다.

더러는 유복한 가정에서 자란 사람도 있고 고학력자도 있었다. 억대 기부를 하거나 사업에 큰 성공을 거두었던 이들도 무연고사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어떤 장애인은 명의를 도용당해 ‘대포차’가 생기면서 기초생활수급자에서 제외되었다. 209명의 흔적을 찾는 일은 우리 사회의 울타리가 어느 정도 튼튼한지 가늠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209명 중 194명이 남성이었다. 관계지향적인 여성에 비해 남성들이 더 고립되기 쉬운 구조였다. 남성일수록 사회적·경제적 성취로 자신의 존재감을 내세우는 특유의 문화와도 연관되어 있었다. 남성이 과거와 더 쉽게 단절되었다.

흥미로운 소재여서 집어들었다가 금세 페이지가 넘어갔다. 문체는 담백하다. 섣불리 감정을 내보이지 않고 담담하게 주변인의 이야기를 전한다. 저자들이 아니었다면 세상에 닿지 않았을 이름들이 담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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