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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webmaster@sisain.co.kr 2017년 05월 20일 토요일 제5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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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캘린더
엘러리 퀸 지음, 배지은 옮김, 검은숲 펴냄

“엘러리 퀸은 미국의 탐정소설 그 자체이다.”


영국 추리소설에서 대표적 탐정이 코넌 도일의 ‘셜록 홈스’라면, 미국 대표는 단연 엘러리 퀸의 ‘엘러리 퀸’이다. 동갑인 사촌형제 두 명이 공동 창작을 위해 만든 필명을 그대로 탐정 이름으로 삼았다. 20세기 중반부터 출간된 고전 시리즈이지만, ‘수수께끼 풀이’ 계열 가운데서 최고봉의 밀도를 자랑한다.
<범죄 캘린더>는 1939년부터 9년간 방송된 미국 CBS 방송의 라디오 드라마 <엘러리 퀸의 모험> 극본 중 12편을 엄선해 소설 형식으로 꾸민 단편집이다. 국내에서는 처음 출간됐다.
출판사 검은숲은 ‘엘러리 퀸 컬렉션’이라는 제호 아래 ‘국명’ ‘비극’ ‘라이츠빌’ 시리즈 등을 완간하고, 지금은 시리즈 이외의 단독 작품들을 내고 있다. 해외 대중소설을 좋은 번역으로 제대로 소개하는 전범이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의료 붕괴
우석균 외 지음, 이데아 펴냄

“무엇보다 ‘의료는 공공재’라는 인식이 기초가 되어야 한다.”


진주의료원 폐쇄, 메르스 사태, 청와대 불법시술, 의료민영화, 백남기 사망진단서 논란…. 한국 보건의료의 붕괴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들이다. 한국 정부와 의료계는 생명과 건강을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켰다. 공공의료에 대한 책임 방기, 건강보험의 보장성 약화, ‘전문병원’이라는 미명하에 번지고 있는 수익형 병원의 성장 등.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소속 의사들이 쓴 이 책은 의료계의 ‘적폐’를 지적한다. 박근혜 정부의 실책 위주로 책의 단락이 나뉘었지만,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보면 한국 보건복지정책 분야의 역사적 궤적과 계속된 실패를 들춰볼 수 있다. 의료가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할 신산업’이 된 사회를 바꾸기 위해 반드시 참고해야 할 책이다. 새 정부의 의료정책 담당자에게 추천한다.



읽는 삶, 만드는 삶
이현주 지음, 유유 펴냄

“나는 책벌레가 아니다. 책벌레는 내 현실태라기보다 이상향이다.”


절판됐다고 한 책을 굳이 검색해본다. 9000원에 팔렸던 책이 헌책방에는 4만5000원에 올라와 있었다. 몹쓸 병이 다시 도진다. 갖고 싶어 안달한다. 읽는 속도가 사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데도 책 사는 일에는 한없이 관대해진다. 집이고 사무실이고 ‘첩첩책중’에 갇혀 지내는 형편을 상기하며 마음을 가라앉힌다. 저자의 말마따나 책에 관한 책은 조바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들의 인식을 바꾸거나 삶에 개입했거나 놀라움을 선사한 그 책들을 나도 얼른 읽고 싶다는 마음과 이렇게 훌륭한 책도 모르고 이제까지 잘도 살았구나 하는 허탈이 혼재된” 조바심이다.
저자는 오랜 시간 편집자로, 또 그보다 더 오래 독자로 살아온 사람이다. 책과 삶이 얽혀 빚어낸 이야기에 자꾸만 밑줄을 긋게 된다.



틈만 나면 살고 싶다
김경주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인간시장’의 비루한 노동자들을 ‘인간극장’의 주인공으로 세우다.”


저자는 시인이면서 극작가다. 슈트액터(탈인형을 쓰고 연기하는 배우), 야설 작가, 달력 모델, 이동 조사원, 소리 채집가, 나초 가면 레슬러 등 우리 사회의 ‘틈’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삶을 ‘시인의 눈’으로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극작가의 입’으로 이들의 삶을 재구성해 이들이 비루한 현실 속에 있지만 몽환적인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되게 했다.
읽다 보면 헷갈린다. 이 글이 산문인지 운문인지, 픽션인지 논픽션인지, 고발인지 풍자인지. 분명한 건 잘 읽힌다는 점.
재밌게 읽으면서도 툭툭 걸리는 대목이 있다. “난 인생이 쓸모없어지는 것보단 창피한 게 낫다고 생각해”라고 말하는 슈트액터의 깨달음 같은 부분에서 잠시 멈추게 된다. ‘틈만 나면 살고 싶다’는 제목은 윤성택 시인의 시 ‘홀씨의 나날’에서 가져왔다.



코리아 생존전략
배기찬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헌법 혁명을 통해 2017년부터 10년간이라는 카이로스의 시간이 한 번 더 생긴다.”

중화제국 부활을 꿈꾸는 중국,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는 미국, 동아제국을 회상하는 일본, 핵과 미사일로 무장한 북한. 한국은 4중 족쇄에 걸렸다. 미국은 생존에만 몰두해 정세를 악화시키는 북한을 지레 받침으로 삼는다. 또 한국을 ‘아시아 중심축’의 린치 핀으로 고정시키고 일본을 지렛대 삼는다. 그렇게 아시아 패권으로 나아가는 중국을 제어한다. 중국은 러시아와 준동맹 관계를 맺고 북한 체제를 유지시킨다. 한국이 삼각 체제(한·미·일)에 고착되지 않도록 압박한다.
한국의 생존전략은 무엇이고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책은 이에 대해 저자가 내놓은 답이다. 저자는 대륙(중·러·북) 중심 전략, 미국·해양 중심 전략, 해양·대륙 균형 전략을 모두 기각한 다음 “중추적 중견국가 전략”을 제시한다. 좁디좁은 길이다.



헬조선 인 앤 아웃
조문영 외 지음, 눌민 펴냄


“길을 잃은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도망치고 싶었어요.”

한때 대통령이었던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대한민국이 텅텅 빌 때까지 해보세요. (청년들) 다 어디 갔냐고. 다 중동 갔다고.” 중동뿐만이 아니다. 이미 대한민국 청년들은 세계 곳곳에 있다. 그러나 ‘그분’의 말처럼 국위선양·산업역군이 되기 위해서는 아니다.
다양한 이유, 다양한 목적지, 다양한 이야기. <헬조선 인 앤 아웃>은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의 수많은 모습을 드러냈다. 인도에서 장기 여행 중인 누군가는 지쳐서 탈출했다. 부모를 따라 미국 미등록 이주민이 된 누군가는 떠날 수 없어 싸운다. 결은 다르지만, 모두가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세계를 읽고 최선을 다해 대처하고 있다. 당사자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그 공간과 지금 이 시대의 특수한 맥락을 서술한 문화기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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