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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방어망 독자 개발해야”

북한의 6차 핵실험이 잠정적으로 미뤄졌다.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미국은 북한이 빠르면 2020년 안에 미국 본토에 도달하는 ICBM을 만들 수 있으리라 예측했다.

남문희 기자 bulgot@sisain.co.kr 2017년 05월 20일 토요일 제5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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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15일 전후 부산스럽던 북한의 핵실험 움직임이 잠잠해졌다. 핵에 대한 북한의 집념을 감안하면 6차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중국에서 북한 핵을 연구해 사회주의권 핵 기술 개발 경로에 밝은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을 만났다. 그에게 북한 핵실험 및 미사일과 관련한 최근 동향을 들었다. 이 선임연구위원 인터뷰는 지난 3월 말, 그리고 최근 두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그사이 그는 4월2일부터 11일까지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동향을 파악하기도 했다.


미국 방문 목적은?


미국 몬트레이 비확산대학원(MIIS)과 38노스(북한 전문 웹사이트) 등을 방문해 전문가들과 의견을 교환했다.

ⓒ윤성희
사회주의권 핵 기술 개발 경로에 밝은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위)은
최근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동향을 파악했다.

새롭게 나온 얘기가 있나?

트럼프 정부의 대북 무력시위 배경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미국은 그동안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전력(개발 능력)을 무시해왔다. 2012년 12월 발사한 은하 3호 로켓을 대수롭지 않다고 판단했다. 중거리 미사일인 무수단도 발사 실험이 실패하자 무시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은하 3호 로켓이 아니면 무수단 엔진을 2~4개 연결해서 사거리를 연장해야 ICBM이 되는데, 둘 다 제대로 성능이 나오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의 미사일 전문가 시어도어 포스톨 교수가 작년 말에 논문을 발표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한다.

논문 내용이 뭔가?


북한의 미사일 전력에 대해 지금까지 나온 모든 얘기를 망라했는데, 특히 결론 부분에 현재 수준에서도 북한이 아주 빠른 시간 안에 미국 본토에 도달하는 ICBM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 기존 은하 3호 로켓 엔진(노동미사일 엔진 4개를 묶은 것)으로 ICBM의 1단을 구축하고 그 위에 무수단 엔진 하나를 얹어 2단을 삼고 3단은 버니어 로켓(소형 보조 로켓)을 달면 최소한 미국 서부를 때릴 수 있는 ICBM이 된다는 것이다. 포스톨 교수가 이 얘기를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 등에게 전했고 그것이 다시 미국 정부와 군에 전해지면서 긴장하기 시작했다. 미군으로서도 대응 방안을 찾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미·중 정상회담 직후 틸러슨 국무장관이 북한에 ICBM 실험을 동결하라고 요구해 주목받았는데 그 연장선인가?

그렇다고 봐야 할 것이다.

ICBM이 현실화되는 시기를 언제쯤으로 보고 있나?

무수단미사일의 신뢰성만 확인되면 금방이다. 2020년 안에 가능할 것으로 본다. 미국 같은 나라는 보통 20발 이상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해서 90%의 신뢰성이 확보되어야 실전에 배치하지만 북한은 50%만 되어도 한다. 신뢰성이 비록 낮다 해도 핵무기이기 때문에 위협적이다. 그렇게 보면 배치 시점이 빨라질 수 있다.

무수단미사일 발사 실험은 왜 자꾸 실패하나?

무수단미사일 연료 체제는 효율이 굉장히 좋다. 추진제로 비대칭 디메틸히드라진(UDMH)을 쓰고 산화제로 사산화이질소(N2O4)를 이용하는데 스커드나 노동미사일에 사용하는 케로신·적연질산보다 비추력(1㎏의 로켓 연료가 1초 동안 연소될 때의 추력)이 5~10% 정도 더 나온다. 문제는 사산화이질소의 비등점이 매우 낮아(21~ 22℃) 쉽게 끓어오르고 또 영하 11℃에서는 얼어버린다는 점이다. 추진제인 UDMH와 만나면 자동 점화돼 불이 붙어버리기도 한다. 한마디로 통제하기가 어렵다. 옛 소련에서처럼 SLBM(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용으로 사용해 잠수함에서 보관하거나 지상의 경우 사일로(silo:전략 미사일의 지하 격납고)에 둘 때는 안정성이 유지되지만 이동식 미사일로 끌고 다니면 온도 변화나 충격에 약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무수단미사일을 이용해 ICBM을 만들면 실제 작전 운용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38노스 홈페이지
북한 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가 지난해 12월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의 위성사진을 공개했다.

이미 실전 배치까지 끝난 걸로 알려졌는데 뒤늦게 문제점이 부각되는 것 같다.

중국도 단·중거리에서 중거리로 넘어갈 때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단·중거리라면 사정거리 1200㎞ 정도인 북한의 노동미사일 수준을 말한다. 중국은 둥펑 2호까지는 빠르게 극복했는데 둥펑 3호, 즉 3000㎞ 넘어갈 때 고생했다. 미사일이 대기권 밖으로 나갔다가 재진입할 때 열과 압력으로부터 탄두를 보호하는 문제, 즉 재진입 기술이 제일 어렵다.

무수단의 경우 재진입 여부도 아직 확인이 안 된 건가?

국방부가 그 얘기를 계속 안 하고 있어서 알 수 없다. 노동미사일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고 무수단 이상은 모르겠다.

재진입 시 통상적인 일반 탄두와 핵탄두 사이에 차이가 있는가?

당연하다. 핵탄두는 통상적인 일반 탄두보다 훨씬 정교하고 무게중심이 한곳에 몰려 있다. 그 안에 핵과 고성능 폭약이 있고 기폭장치와 중성자 발생 장치 등 전자 장비가 있어서 온도가 높아지면 잘못될 확률이 더 크다. 일반 탄두로는 재진입이 돼도 핵탄두일 때는 안 될 수도 있다.

북한의 핵탄두 생산이 안정화된다 해도 현재로서는 스커드와 노동미사일 정도에 장착하는 수준인가?

재진입 기술을 고려하면 그렇게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현재로서는 주일 미군기지와 오키나와까지만 사정권에 들어갈 정도이다.

4월15일은 그냥 넘어갔지만 북한이 언제든 핵실험을 다시 하지 않을까?


미국이나 중국의 압력 등 정치적 이유로 연기한 것인데, 기술적으로는 필요하다. 실전 배치를 위해서는 실험 횟수가 현재 부족하다. 인도나 파키스탄 사례를 비추어보면 보통 5~6회 실험하면 될 거라고 하는데 그쪽과 북한은 다르다. 파키스탄은 중국이 핵물질과 자료를 대줬고 어디까지나 인도를 견제하기 위한 방어용으로 했기 때문에 그 정도면 충분했다. 인도도 중국 견제용이어서 핵실험을 많이 할 필요가 없었다. 북한은 플루토늄으로 핵실험을 하다가 중간에 고농축 우라늄으로 바꾸면서 실험의 연속성이 사라졌고 또 미사일 종류가 다양해 핵실험 수요가 많다.

지난 3월 말 풍계리에서 핵실험 움직임이 있을 때, 배출된 토사의 양을 토대로 ‘38노스’ 측은 약 280킬로톤(kt)의 폭발력을 예상하기도 했다.

‘38노스’의 계산식은 미국 네바다 사막의 지형을 토대로 한 것이라 풍계리하고는 맞지 않는다. 네바다 사막은 모래가 많고 암석이 부드러워 충격 흡수가 잘 되지만 풍계리는 화강암에 수분 함량이 높아서 충격이 강하게 전파된다. 다른 공식을 사용해 계산해야 한다. 풍계리는 지형상 200kt을 넘어갈 수 없다. 또 토사의 양이 많다고 해서 꼭 폭발 위력이 크다고 볼 수는 없다.

ⓒEPA
4월16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김일성 주석의 생일을 맞아 개최된 열병식에 참석했다.

그럼 북한이 어떤 실험을 준비했을까?


한꺼번에 여러 발을 터트리는 다발 실험을 준비했을 수도 있다. 이 경우 터널을 여러 개 파야 하기 때문에 토사 양이 많아진다. 고농축 우라늄탄 실험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9월 5차 핵실험 연장선에서 6차 실험을 생각하면 한꺼번에 여러 발을 터트려 양산 체제에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하려 할 것이다. 반면 증폭 핵분열탄 실험을 했던 지난해 1월 4차 핵실험 연장선이라면 증폭 실험을 한 번 더 해서 위력을 끌어올리려 할 수도 있다. 다발 실험과 증폭 실험 두 가지를 약간의 시차를 두고 동시에 진행할 수도 있다. 중국의 경우를 참고해보면 북한도 궁극적으로 소형화된 전술핵 폭탄을 확보하려 할 것이기 때문에 이를 위한 실험도 필요할 것이다.

중국의 경우는 어땠나?

1960년대 핵실험을 하고 문화대혁명 때는 크게 개량을 못해 커다란 탄두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미사일 사거리가 늘어날 때마다 재진입 시 마찰열이 더 커지니까 방열 커버만 더 두꺼운 것으로 강화해서 썼다. 1980년대 들어 첩보 활동을 통해 신형 증폭형 폭탄과 소형 수소폭탄 설계도를 입수해서 7~8회 정도 실험을 했다. 그리고 1980년대 말에 다탄두형 핵탄두 실험을 했는데 소형화로 인해 개별 탄두의 위력은 확 줄어들었다. 대신 정밀도가 늘어나고 군사 목표에 대한 파괴력은 좋아졌다.

북한은 소형 핵탄두를 어떤 용도로 쓰려 할까?

최종 목표는 300㎜ 방사포(발사관 직경이 30㎝이고 최대 사거리가 200㎞에 이르는 다연장 로켓포)나 야포탄의 핵탄두화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 군의 고속 입체기동전에 대한 대응 개념일 것이다. 우리 군은 유사시 공격형 헬기와 자주포 기갑 전력으로 북한의 방어망을 고속으로 뚫고 들어가 평양을 점령하는 작전 개념을 가지고 있다. 2차 세계대전 때 독일이 썼던 전격전이나 걸프전 때 미군의 작전 개념과 같다. 우리의 자주포 전력은 세계 2위이고 기갑 전력 역시 대단하다. 국방비의 상당 부분을 여기에 쏟아부은 결과다. 섣불리 얘기하기 힘들지만 북한이 재래식 전력의 열세를 핵무기라는 비대칭 전력으로 만회하려 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미국도 155㎜, 8인치 곡사포와 로켓용 소형 전술핵을 개발한 바 있다. 이런 핵무기는 상당히 민감한 고성능 폭약을 사용해 사고 발생 우려가 높아 미군은 모두 폐기하거나 둔감화약으로 교체했다.

북한이 앞으로 핵실험을 한다면 언제쯤일까?

풍향이나 기후로는 봄과 가을이 핵실험하기에 제일 좋다. 지금까지 대부분 가을이나 초겨울에 했다. 잘못됐을 경우 중국 쪽으로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여름에는 우기 때문에 안 좋고 겨울에는 눈 때문에 실험하기에 좋지 않다. 기념일 전후의 요란한 시기나 긴장이 고조된 때보다는 미국 전력도 물러가고 긴장이 풀어진 시점이 오히려 나을 것이다. 5월이나 6월에 가능하고 9월이나 10월에도 가능하다.

3월 말 함경북도 풍계리의 터널에 핵실험 장치 및 측정장치까지 설치하고 다시 메우기까지 했는데 그 상태로 방치할 수 있을까?

어디까지 해놓았는지 알 수가 없다. ‘38노스’ 주장대로 핵실험 움직임이 진행되었다면 그 상태에서 지연하는 것은 상당한 손실이다. 무작정 그대로 둘 수는 없다. 다시 메우기까지 했다면 또 파내야 할 것이다. 그런 움직임은 동굴 내에서 이뤄지므로 밖에서는 알기 어렵다.

북한 핵이 날로 고도화되고 있는데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뒤따라가는 전략이 아니라 앞서 나가서 장벽을 쳐야 한다.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스라엘처럼 한반도 환경에 맞게 미사일의 부상 단계부터 운행 단계, 종말 단계까지 요격할 수 있는 전 주기 미사일 방어망을 독자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탄도미사일 방어망을 사서 구축하는 데 몇십조원 얘기를 하는데 지금부터 10년을 내다보고 우리 기술로 집중하면 그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대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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