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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 적폐 하나씩 밝히겠다”

명진 스님(사진)이 승적을 박탈당했다. 뒷말이 무성하다. 불교계 내 카르텔, 언론 탄압, 각종 비리와 스캔들이 난마처럼 얽혀 있다. 명진 스님은 재심을 청구하지 않았다. ‘광야에서’ 싸우기를 택했다.

정희상 기자 minju518@sisain.co.kr 2017년 05월 18일 목요일 제5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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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 진보 인사로 꼽히는 명진 스님(전 봉은사 주지)이 지난 4월5일 조계종에서 제적(승적 박탈)당했다. 제적은 복귀가 불가능하도록 승적을 말소하는 멸빈 다음가는 중징계에 해당한다. 조계종 법원에 해당하는 호계원은 명진 스님이 ‘종정 위의(威儀) 손상’ 혐의가 짙다며 이 같은 징계를 내렸다.

명진 스님은 그동안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각종 비위에 죽비를 내리쳤다. 곧잘 그의 죽비는 자승 총무원장 등 종단 내부로도 향했다. 호계원은 구체적으로 지난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계 간화선 무차대회를 비판하고 방송과 각종 팟캐스트에 출연해 조계종 종정을 비판한 것도 제적 사유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번 중징계는 명진 스님이 오는 10월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뒤 내려져 뒷말도 무성하다. 명진 스님을 만나 불교의 현주소를 들어보았다.



ⓒ시사IN 이명익
‘승적 박탈’을 어떻게 받아들이나?


2014년 조계종 최고의 수행승 송담 스님이 탈종(스스로 종단을 떠나는 것)했을 때 나도 탈종을 고민한 적이 있다. 송담 스님의 탈종은 욕망에 눈이 먼 조계종을 파면하신 것이다. 하지만 내가 탈종하면 좋아할 이가 자승 총무원장일 것이 뻔해 탈종을 미루다가 이번에 승적이 박탈되었다.

조계종이 제적한 사유는 무엇인가?


지난해 11월 <오마이뉴스> 인터뷰와 올해 초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내가 종단을 비판한 것을 그 사유로 들었다.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자승 총무원장 체제에서 일어난 문제점과 각종 부패상을 폭로하고 개혁을 촉구해왔다. 또 자승 총무원장이 이명박·박근혜 정권 동안 권력의 하수인 노릇을 해오다가 최근 정권이 바뀔 것 같으니 ‘신분세탁’을 하려고 대선 후보들에게 줄을 댄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자승 총무원장으로서는 내 비판이 뼈아팠을 것이고,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지 않았겠나.

조계종 내부의 고질적인 부패상은 무엇인가?

청정성을 생명으로 삼아야 할 불교에서 총무원장 선거뿐 아니라 본사 주지, 또 유수한 사찰 주지들이나 종회의원 선거까지 돈을 쓴다. 조계종 안에서 괜찮은 자리는 돈하고 연결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부패가 심각하다. 심지어 교계 정신적 지도자인 종정 자리를 놓고도 돈 거래가 있었다는 말이 파다했다.

자승 총무원장과 불가 인연이 깊은 사이로 알려졌다.

개인적으로 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자승 총무원장이 어려울 때 내가 도와줬고, 또 내가 불편하거나 힘들 때 자승 총무원장의 도움을 받은 적도 있다. 2007년 대선 때 결정적으로 사이가 나빠졌다. 그때 한나라당 경선이 끝난 뒤 자승이 이상득 의원을 데리고 봉은사 주지로 있던 나를 찾아왔다. 이명박 후보가 봉은사 법회에 와서 신도들에게 인사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다. 나는 “소망교회 예배 시간에 불교 신자가 기독교 신자들 앞에 가서 선거운동할 수 있도록 시간 내달라고 하면 내주겠느냐. 이거 이치에 안 맞아 도와줄 수 없다”라고 거절했다. 당시 이명박 후보가 큰 사찰을 돌아다니며 인사를 했는데 봉은사에만 못 왔다. 2009년 총무원장 선거 때도 자승이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는데 흔쾌히 도와주겠다는 얘기를 안 했다.

2014년부터 1년여 동안 중앙종회 의원으로 자승 총무원장 체제에 참여하지 않았나?


종회는 총무원을 견제하고 예산 심의를 하고 감사를 하는 ‘국회’ 구실을 한다. 그런데 자승 총무원장이 정치적으로 고수여서 철저하게 중앙종회를 장악했다. 비위나 비리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조사해야 하는데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야당’은 한둘밖에 없었다. 종회에서 내가 얘기를 꺼내면 무조건 비공개로 하자며 기자들을 내보냈다. 자승 총무원장을 비판하는 질의를 하면 자승 ‘친위부대’가 웅성거리고 소리 지르며 훼방을 놓았다. 도저히 종회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사표를 냈다.

ⓒ연합뉴스
자승 총무원장과 가까운 승려의 비위는 가벼운 징계를 한다는 지적이 있던데?


조계종 승려는 다른 건 다 제쳐놓더라도 반드시 독신 비구여야 한다. 결혼하면 무조건 승려 취급을 못 받는다. 자승 측근 중에는 몰래 미국에 가서 결혼한 사실이 있는데도 그걸 감추고 다시 들어온 경우가 있다. 결혼증명서가 드러났는데도 형식적인 솜방망이식 ‘문서 견책’으로 덮어줬다. 또 경기도 용주사 주지인 성월 스님은 쌍둥이까지 낳았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조사는커녕 아무런 징계도 하지 않아 신도들이 ‘용주사 비대위’를 꾸려 싸우고 있다(비대위는 용주사 주지 성월 스님과 자승 총무원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전 동국대 이사였던 삼보 스님은 성매매가 가능한 모텔을 운영했는데 조사도 징계도 하지 않았다(2015년 이 같은 의혹이 제기되자, 삼보 스님은 “돌아가신 어머니한테 상속받았고 상속받을 때부터 여관 건물이었다. 출가해 땅 한 평 산 적이 없다”라고 해명한 바 있다).

왜 제대로 된 징계를 하지 못한다고 보는가?  

세간의 온갖 손가락질을 받는데도 징계를 못하는 이유는 징계할 사람이나 징계받을 사람이나 ‘카르텔’로 엮여 있기 때문이다.

반면 중징계를 받은 스님은 어떤 경우인가?

적광 스님, 영담 스님, 도정 스님 등이 종단 비리 척결을 주장했다가 탄압받았다. 적광은 2013년 8월 자승 총무원장의 도박 등 여러 비위 사실을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하려다 호법부 승려와 직원들에게 총무원 청사 지하로 끌려가 집단 폭행을 당했다. 적광이 고소 고발해 가해 스님들이 벌금형을 받았다. 종로경찰서 정보과에서 불교를 담당하는 형사들이 다 보고 있었지만, 경찰은 사법처리를 제대로 안 했다. 전 종회 의원이던 도정 스님은 팟캐스트에 나가 종단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공권 정지 3년’ 중징계를 받았다. 종회 의원인 영담 스님 역시 종단을 비판했다가 공권 정지 10년을 받아 재판 중이다.

불교계 언론들은 감시자 구실을 하지 않나?

자승 총무원장이 비판적인 기사를 쓴 불교계 언론은 물론 비판 언론을 상대로 다섯 가지를 금지시켰다. 취재 금지, 접촉 금지, 접속 금지, 광고 금지, 출입 금지다. 철저하게 언론 탄압을 하고 있다.

조계종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돈에 대한 욕망이다. 조계종의 가장 큰 문제가 국립공원 사찰 입장료라든가 절에 들어온 수입이다. 주지가 혼자서 모든 걸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내가 있었던 봉은사에서는 신도들이 동참해서 관리할 수 있도록 바꿔놓았다. 그래서 내가 올해 초 총무원장 출마를 선언하면서 두 가지를 약속했다. 첫째, 모든 사찰의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종단 방침을 정하겠다. 둘째, 모든 승려들 그러니까 종무직에 종사하는 승려들의 재산을 전부 다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재산 공개를 어떻게 하나?

어렵지 않다. 건강보험료 내는 금액만 밝혀도 된다. 물론 그것을 밝힐 스님이 몇이나 될까 싶기는 하다. 사실 이런 공약 자체가 종단 전체 스님들이 볼 때는 부담이다. 건강보험료 공개하자고 하면 아마 총무원장부터 못할 거다. 부처님은 일의일발(一衣一鉢), 그러니까 옷 한 벌과 밥그릇 하나로 살라고 가르쳤다. 그런데 소문에는 몇십억원씩 소유하는 스님도 있다고 한다. 그런 의혹에서 벗어나려면 재산을 공개하는 수밖에  없다.

자승 총무원장이 박근혜 정권과도 깊은 관계가 있었나?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캠프에 자승의 측근을 파견해 지원한 것으로 안다.

이명박 시절 자승 총무원장과의 관계는?


2007년 당시 중앙종회 의장이었던 자승 스님이 대통령 선거 당시 이명박 후보의 747불교지원단에서 상임고문 등으로 활동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그러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 4대강 사업 예산을 날치기 통과시키면서 템플스테이 지원 예산이 누락되자 불교계가 발칵 뒤집혔다. 자승 총무원장은 처음에는 산문을 닫고 정부·여당과 접촉을 금지했다. “100년이 걸리더라도 우리 손으로 템플스테이를 해나가자” 하더니 슬그머니 이명박 정부와 타협했다. 자승 총무원장은 자기 비서 한 명을 청와대 행정관으로 집어넣었다. 자승의 측근 행정관은 지금도 청와대에 근무하고 있다. 그 뒤 청와대 인사들을 초청해 친정부 행동에 앞장섰다.

봉은사 주지 시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찾아오기도 했다는데?


두 번 찾아왔다. 아는 분이 “스님이 그렇게 좋아하지 않을 분이 올 텐데 괜찮겠습니까”라고 물어서 “절에는 도둑놈도 오고 강도도 오고 거지도 재벌도 올 수 있다. 신분 귀천에 상관없이 다 부처님 앞에 오는데 누군들 무슨 상관인가”라고 했다. 나중에 보니까 이재용 부회장이었다. 2008년 제 방에 와서 차도 한잔 마시고 갔다.

이재용 부회장과 무슨 이야기를 나눴나?


돈도 벌 만큼 벌었으니까 존경받는 기업가가 되라고 충고했다. 삼성 백혈병 등으로 비난받는 기업이 되지 말라고 했다. 대통령보다 어떻게 보면 더 영향력 있는 게 삼성이니, 국민의 기업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많이 베풀고 존경받는 기업이 되라는 덕담을 한 적이 있다.

호계원의 제적 조처는 1심인데, 불복해 재심을 청구할 것인가?


재심 신청을 안 하기로 했다. 일제강점기에 항일 독립투사 중 “제국주의 침략 원흉에게 내 운명을 맡기지 않겠다”라면서 사형을 받은 분들이 있다. 지금 내 심정이 그렇다. 재심을 신청하는 것 자체가 내 자존심에 어긋난다.

제적 뒤에 어떤 식으로 불교 개혁 운동을 펼 것인가?


기독교에서는 1907년 평양 부흥대성회가 있었다. 3·1운동 때 33인 중 한 분인 길선주 목사가 자기 고백을 했다. 그날 밤에 신도들도 전부 통곡하고 울면서 자기 고백을 했다. 그 평양 대부흥성회가 이뤄지면서 한국 기독교가 이만큼 자리 잡게 되었다. 불교도 자기 잘못을 고백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미사여구를 쓰기 전에 스님들이 저지른 모든 비위를 스스로 고백해야 한다. 물론 나를 포함해 자승 총무원장 등 모든 승려가 진솔하게 자기 허물을 드러내야 한다. 그래야 신도들이 새로운 불교를 위해 애를 쓴다고 느낀다. 제적까지 당했으니 이번 기회에 불교계에 남아 있는 모든 적폐를 하나씩 밝혀내면서 불교 개혁에 일조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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