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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청와대가 하명하면 ‘내시’가 움직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에는 대화나 설득이 없었다. 의료민영화를 불러올 의료법과 질 낮은 일자리를 양산할 우려가 있는 파견법 통과를 위해 정쟁을 지시했다.

특별취재팀 (주진우·김은지·김연희·신한슬 기자) webmaster@sisain.co.kr 2017년 05월 15일 월요일 제5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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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규제 풀어야 일자리 만든다
⇒ 일자리 법안 통과 강조
⇒ 이정현 대표 활용, 여야 간 싸우게
-선거는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의료법 3만9000개, 파견법 9만 개
*고위 당정(아래 그림)’


2016년 9월18일 안종범 전 수석이 받아적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 사항이다. ‘일자리 법안’ 통과를 위해 당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를 동원해 여야 간 정쟁을 일으키라는 지시로 읽힌다. 선거를 언급하며 법안 통과를 강조했다.

이정현 전 대표는 박근혜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과 정무수석을 지낸 친박 대표 정치인이다. 2016년 8월 친박계의 조직적 지원 아래 당직자 출신으로는 최초로 당 대표가 되었다. 그는 당시 “나를 ‘대통령의 내시’라고 불러도 부인하지 않겠다”라고 말할 정도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을 공개적으로 표출했다. 그가 대표로 취임하고 한 달 뒤, 박 전 대통령은 ‘이정현 활용’ 지시를 내린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이 ‘일자리 법안’이라고 꼽은 예시는 의료법과 파견법이었다. 의료법은 원격진료 등을 허용해 관련 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개정 법률안이다. 파견법은 55세 이상, 고소득 전문직, 뿌리산업(주조·용접·열처리 등 제조업 전반에 활용되는 공정 기술 산업)에 파견을 전면 허용하는 게 주요 골자이다. 박근혜 정부가 주장하는 일자리 창출 개수가 각 법안 옆에 구체적으로 쓰여 있다. 경제지 등에 나온 수치다.

ⓒ시사IN 신선영
안종범 업무수첩에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위)를 활용해 법안을 통과시키라는 지시 사항이 적혀 있다.

박근혜 게이트 불거지며 법안 논의 중단

야당은 관련 법안을 줄곧 반대해왔다. 의료민영화와 질 낮은 일자리만 만들어진다는 등의 우려에서다. 지난해 4월 제20대 국회가 여소야대로 출범하면서 해당 법안 통과는 더 불투명해졌다. 당시 상황을 감안하면 박 전 대통령은 법안 통과가 어려워지자, 이 전 대표를 필두로 새누리당이 공세적으로 대응해달라는 지시를 내린 것이다. 이 지시에서도 특유의 ‘편 가르기 통치술’이 엿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야당과 대화나 설득보다는 ‘싸우라’고 주문했다.

2016년 9월18일자 안종범 업무수첩의 가장 마지막에 ‘고위 당정’이라고 적혀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지시가 나온 사흘 뒤인 2016년 9월21일 실제로 고위 당정청(새누리당·정부·청와대) 회의가 열렸다. 제20대 국회 개원 이후 세 번째 회의였다.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에는 안종범 전 수석과 이정현 전 대표 등이 참석했다. 그날 이 전 대표는 “노동 4법(파견법·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 규제개혁특별법, 규제프리존특별법 등은 청장년의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를 활성화하는 문제다. 그럼에도 야당의 협조가 너무 소극적이어서 계속 타이밍을 놓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심’ 이정현 전 대표는 이후 더 세게 야당을 공격했다. 고위 당정청 회의 닷새 뒤인 9월26일, 대한상공회의소 초청 CEO 조찬간담회에서 이정현 전 대표는 “개별적으로 만나 얘기하면 야당 의원 태반이 긍정하고 필요하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누구든지 찬성할 수밖에 없는 내용인데도 (야당에서) 안 해준다”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들어 박근혜 게이트가 본격적으로 불거지면서 법안 논의 자체가 중단되었다. 이정현 전 대표는 현재 새누리당을 탈당해 무소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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