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대선 이후의 일을 염려했다. 5월2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최 텔레비전 토론에서 홍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대통령이 되면 보수 불태우겠다고 했는데, 나는 화형당하겠네요?”라고 말했다. 이어 “이해찬 의원이 집권하면 보수를 궤멸시켜야 한다고 했는데, 나는 문드러지겠네?”라고도 했다. 그러나 문 후보는 “보수를 불태우겠다”라고 말한 적이 없다. 다만 지난해 11월26일 촛불집회에서 “가짜 보수 정치세력을 불태워버리자”라고 했다.

‘모래시계 검사’를 자처한 홍준표 후보가 ‘도둑이 제 발 저렸다’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화형이나 압사를 경계한 이유가, 설마 죽음이 두려워서였으랴. 따로 계획이 있다. 지자요수 인자요산(智者樂水 仁者樂山), 총명하고 인덕 있는 홍 후보는 꾸준히 ‘익사’를 공언해왔다.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4월17일 아침 본인 SNS에 “보수 우파들이 못 이기면 한강에 빠져 죽어야 한다”라고 적었다. 같은 날 대구 유세에서 그는 “못 이기면 낙동강에 빠져 죽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4월21일 경북 영천에 가서는 “금호강에 빠져 죽어야 한다”라고 했다. 이날 포항에서는 애꿎은 시민들에게도 순장을 권했다. “못 이기면 포항 사람들, 보수 우파들은 형산강에 뛰어 들어가야 한다.” 급기야 5월1일 홍 후보는 “제주 앞바다에 들어가겠다”라고 말했다.

익사의 주어가 ‘우리’인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바른정당 일부 의원들은 자유한국당으로 복당 소동을 벌였다. “사퇴하세요!” 발언으로 이름 높은 이은재 의원이 시작이었다. 5월2일 권성동, 김성태, 김재경 의원 등 13명이 탈당을 선언했다. 기자회견 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과 마주친 김성태 의원(사진)은 “고뇌에 찬 결심을 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워낙에 박쥐가 힘든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의 역풍은 거셌다. 바른정당은 “탈당 사태 뒤 당원 가입이 100배로 늘고 후원금도 이틀 만에 1억원을 넘겼다”라고 밝혔다. 그러자 황영철 의원은 하루 만에 탈당을 번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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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분이 논평을 내놓았다. 이인제 자유한국당 공동선대위원장이다. 5월2일 SNS에 이 위원장은 “자기 당 대통령 탄핵에 앞장선 행동은 그 자체로서 정치적·인간적 패륜이다. 바른정당의 비극은 그 연장선에서 일어난 필연이다. 용기 있게 참회해야 한다. 보수의 승리를 위해 헌신하는 것도 참회다”라고 썼다. 감화된 누리꾼이 “피닉제님이 말하니까 더 와 닿네요”라고 댓글을 달았다. 5월4일 이 위원장은 환하게 웃으며 사전투표 ‘인증샷’을 올렸다. 홍준표 후보에게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라고 조언해주면 좋겠다.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라는 첨언도.

기자명 이상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prode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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