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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건전 애국영화 [국제시장]을 띄워라?

박근혜 정부는 영화산업을 정권 유지에 활용하려 했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영화 <국제시장>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영화계를 장악하고 관장할 기관을 구상했다.

특별취재팀(주진우·차형석·김은지·신한슬 기자) webmaster@sisain.co.kr 2017년 05월 04일 목요일 제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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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28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파독 광부·간호사 가족들과 함께 영화 <국제시장>을 관람했다. 관람 전 영화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문화 콘텐츠는 사회 통합에도 이렇게 도움을 주고 기여한다는 것을 <국제시장>을 통해 실감했다”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제시장> 밀어주기는 한 달 전부터 기획됐다. 그 과정이 안종범 업무수첩에 자세히 나와 있다.

2014년 12월28일 열린 티타임 회의 기록(‘12-28-14 티타임’)에 <국제시장>이 등장한다. ‘국제시장. 6.25-파독 광부 결혼-월남전-이산가족→인도주의, 북한 인권.’ 그 아래 ‘실장님’이라는 표시와 함께 당시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지시 사항이 적혀 있다. ‘국제시장 투자 애로 교훈. 건전한 애국영화 독려.’ 건전 애국영화인 <국제시장> 투자 관련 애로 사항이 있다며 이를 해결하라는 지시로 읽힌다.


ⓒ영화 <국제시장> 캡쳐 화면


같은 날 김영한 업무일지에 좀 더 자세한 내용이 나온다. ‘12/28(일)’ 메모에 ‘장(長:김기춘을 의미)’ 표시된 부분은 ‘「국제시장」 제작 과정 투자자 구득난(구하는 것이 힘듦). 문제가 有(있음). 장악, 관장 기관이 있어야’라고 적혀 있다. <국제시장> 제작 과정에서 투자자를 구하기 힘든 문제가 있으니 영화계를 장악하고 관장할 기관이 있어야 한다는 내용으로 보인다. 안종범 업무수첩과 김영한 업무일지를 종합해보면 박근혜 정부의 ‘화이트리스트(입맛에 맞는 쪽 적극 지원)’ 정황이 드러난다.

영화 <국제시장> 관련 대통령 지시 사항을
기록한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수첩 메모.
또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국제시장>을 언급한 바로 다음 날인 2014년 12월29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2014 핵심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영화의 한 장면을 언급했다(박 대통령이 영화를 관람하기 전이었다). “최근에 돌풍을 일으키는 영화를 보니 부부싸움을 하다가도 애국가가 들리니까 국기배례를 한다. 그렇게 해야 우리나라가 발전해나갈 수 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제시장>에 대한 관심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2016년 12월7일 국회 청문회에서 김영한 업무일지의 해당 부분을 추궁받자, “블랙리스트니 좌파를 어떻게 하라는 얘기를 한 일이 없다”라고 부인했다.

‘화이트리스트’ 지원한 정황 드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안종범 전 수석에게 <국제시장> 관련 지시를 내린 대목도 있다. 2015년 1월4일 대통령 지시 사항에 대한 기록(‘1-4-15 VIP-2’)에는 ‘국제시장 사례. Content(콘텐츠) 문화향유→내수 활성화. 꽃분이. “국제시장” 호황. 호떡. 심리가 위축. 아직 위축. 문화→심리 전환. 뭔가 해보자. 분위기 바꾸는 데 동참. 축제’라고 나와 있다(그림 1). 같은 날 ‘기분. 가계대출. 가계부채. 세월호’라고도 적혀 있다. <국제시장>이 인기를 끌며 영화에 나오는 부산 국제시장 내 ‘꽃분이네’ 가게가 호황을 누렸듯이, 문화 콘텐츠로 세월호와 가계부채로 침체된 분위기를 바꾸자는 의미로 보인다. 당시는 세월호 미수습자 수색이 중단(2014년 11월11일)된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때였다.

영화 <국제시장>의 투자사는 CJ E&M이다. 영화 개봉 전까지만 해도 CJ그룹은 박근혜 정부에 ‘좌편향’ 기업으로 눈 밖에 나 있었다. CJ그룹의 조영석 전략지원실장은 지난 2월21일 최순실 재판에 나와 “CJ가 제작했던 영화나 코미디 프로그램 때문에 좌파 기업이라는 오해를 샀다. 이미경 부회장이 경영에서 손을 떼고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았다”라고 증언했다. 그런 CJ그룹이 제작한 <국제시장>을 박근혜 청와대는 ‘이념 영화’로 적극 활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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