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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소성리의 봄

4월26일 새벽 주한미군은 경북 성주 롯데골프장에 사드 2기를 배치했다. 주민 60여 명이 길목을 가로막았지만 역부족이었다. 주한미군은 남은 4기를 5월 초 반입할 예정이다.

김연희 기자 uni@sisain.co.kr 2017년 05월 01일 월요일 제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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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7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주한미군은 4월26일 새벽 경북 성주 롯데골프장에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했다. 핵심 장비인 X밴드 레이더와 발사대 2대, 교전통제소 등이 반입되었다.  

사드는 ‘군사작전’처럼 배치되었다. 4월26일 자정, 주민 160여 명이 사는 성주군 소성리에 경찰 병력 4000명이 투입되었다. 부녀회장 임순분씨는 새벽 1시가 조금 넘은 시각 마을회관에 달린 사이렌을 울렸다. 주민들에게 다급한 상황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대부분 고령인 소성리 주민들과 원불교 성직자 60여 명이 롯데골프장으로 올라가는 길목을 가로막고 앉았다. 사드 배치가 임박했다는 소식에 성주와 김천 주민들도 서둘러 소성리로 향했다. 하지만 마을을 둘러싼 경찰버스에 막혀 진입하지 못했다.

ⓒ시사IN 이명익
4월27일 경북 성주군 롯데골프장 부지에 배치된 사드.


새벽 4시, 경찰의 강제해산이 시작됐다. 경찰은 도로를 점거한 주민과 원불교 성직자들을 끄집어냈다. 경찰은 사드 장비 차량을 막기 위해 주민들이 주차해놓은 자동차를 운전석 창문을 깨고 견인했다. 강제해산 중에 크고 작은 부상도 이어졌다. 부녀회장 임순분씨는 경찰과 충돌하며 입을 가격당했다. 그 자리에서 실신했다가 깨어나 보니 앞니가 흔들렸다. 주한미군은 새벽 4시43분과 새벽 6시50분 두 차례에 걸쳐 트레일러 등 군용 차량 수십 대를 동원해 장비를 실어 날랐다. 도로를 방어하는 중무장한 경찰 병력 뒤에서 주민들은 사드 장비가 지나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고성과 통곡소리가 작은 마을 소성리를 메웠다.

투쟁위 대외협력팀장인 박수규씨는 “우리나라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미군 트럭이 들어갔다. 눈앞에 사드 장비가 지나가는데 아무것도 할 수가 없으니 미칠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한 주민은 절규하듯 외쳤다. “288일을 싸웠는데 3시간 만에, 3시간 만에 다 넣어버렸어.” 백강순 할머니는 끝내 울먹였다. “이런 일이 세상에 어디 있나. 너무나 원통하다. 성주에서 태어나 소성리에 시집와서 50년간 조용히 잘 살고 있었는데 무슨 날벼락인가. 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할 말이 없다. 모두모두 이 마을을 도와주십시오. 이 평화로운 마을을 도와주십시오.” 원불교 성직자들은 4월27일 오후 ‘사드 반대, 전쟁 반대, 평화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시사IN 이명익
4월26일 오후 경북 성주군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사드 반대 집회가 열렸다.


예정된 결말이었는지도 모른다. 지난해 7월 국방부가 성주에 사드를 배치한다고 발표할 때부터 적은 인구(4만5000여 명)가 주요 고려 사항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제3후보지를 언급한 뒤 지난해 9월 성주 롯데골프장으로 부지가 변경되면서,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사드배치반대 성주투쟁위원회(이하 투쟁위)는 지난해 여름밤을 촛불로 밝혔던 성주군청 앞마당에서 협소한 맞은편 주차장으로 이동해야 했다. 한때는 반대 목소리를 함께 냈던 성주군청의 요구였다.

“288일을 싸웠는데 3시간 만에 넣어버렸어”

그래도 계속 싸우는 사람들이 있었다. 투쟁위는 이사 온 군청 맞은편 주차장을 ‘평화나비광장’이라 명명하고 하루도 빠짐없이 촛불집회를 이어갔다. 롯데골프장 인근에 성지가 있는 원불교와 김천 주민들도 사드 반대 투쟁에 뛰어들었다. 촛불집회 사회를 보는 이재동 성주농민회 회장은 “사드 가고 평화 오라”는 구호만큼 “투쟁은 즐겁게”라는 구호를 자주 외쳤다. 그 때문일까. 사드에 맞서는 성주군 주민들의 투쟁에는 흥이 있었다. 주민들은 ‘사드 배치 반대’ 노래자랑, 패션쇼, 플리마켓 등을 열며 길어지는 싸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투쟁위 청년분과 주민들은 극우 단체인 ‘서북청년단’이 사드 찬성 플래카드를 달자, ‘동남청년단’을 꾸려 맞대응했다. 촛불집회에서 궂은일을 도맡아 하던 동남청년단의 김상화·방민주·이민수씨는 의기투합해 지역 농산물과 커피를 파는 상점 ‘빵야’를 열기도 했다. 이들은 촛불집회를 하기 전까지는 서로 모르던 사이였다. 보수 정당이 지역을 발전시켜줄 거라 믿었던 김상화씨는 사드 반대 투쟁을 하며 시각을 바꾸었다. 김씨는 빵야를 연 이유에 대해 “투쟁이 투쟁으로만 그치지 않고, 그 이후 어떻게 좋은 공동체를 일구어갈까 하는 고민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투쟁위는 지난 1월 촛불집회 200일을 맞아 그간 집회에서 낭송된 시 30편을 엮어 시집 <성주가 평화다>를 펴내기도 했다.  

ⓒ연합뉴스
4월26일 새벽 사드 장비를 실은 트레일러가 성주군 롯데골프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3월10일,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성주 주민들은 잔치를 벌였다. 마을회관에 모여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중계를 지켜본 소성리 할머니들은 만세를 불렀다. 잔칫상을 차리고 케이크도 잘랐다. 이날 저녁 열린 촛불집회에서는 잔치국수를 나눠 먹었다. 집회가 끝나고 주민들은 풍물가락에 맞춰 덩실덩실 춤을 췄다. 대선 때까지 힘을 내보자고 서로를 다독였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를 11일 앞두고 사드가 전격 배치되었다. 국방부는 주한미군에게 토지를 공여할 때 완료해야 하는 환경영향평가도 마치지 않았다. 주한미군은 국내에 들어와 있는 사드 발사대 6기 중 이번에 배치하지 않은 4기를 5월 초 롯데골프장에 반입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성리 마을회관 맞은편에 ‘사드 가고 평화 오라’는 플래카드가 펄럭였다. 소성리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문구다. 현실은 정반대가 되었다. 사드가 왔고 소성리의 평화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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