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3d gpu
바로가기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박근혜 4년’의 상처를 사진으로 되짚다

김동인 기자 astoria@sisain.co.kr 2017년 05월 12일 금요일 제503호
댓글 0
<그날 당신은 어디에 있었는가>
이상엽 外 10인 지음
루페 펴냄
책에 실린 사진을 들여다보다, 문득 힙합 아티스트 ‘가리온’의 정규 2집 <가리온 2>가 떠올라 꺼내들었다. <그날 당신은 어디에 있었는가>는 시간을 역진하는 사진집이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을 인용한 날, 서울 광화문에 모여든 사람들이 책의 첫 장을 채웠다. 사진 속 사람들은 환호한다. 그러다 절규한다. 확신에 찬, 용기 있던 얼굴에는 점점 불안이 내려앉는다. 플레이 버튼을 눌러둔 앨범도 서사를 역진한다(2011년 한국대중음악상 3관왕을 수상한 이 앨범 역시 역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장 음울한 4번 트랙 ‘복마전’이 흘러나올 때쯤, 책에는 최순실이 등장한다. 이화여대 학생 시위, 백남기 농민 장례식,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성주 주민의 절박한 표정도 이어진다. 폐쇄된 강정마을과 개성공단을 지나 노동자의 고공 농성과 구의역에서 사망한 김군의 장례식 사진(245쪽)이 등장한다. 2016년 <시사IN> 송년호 ‘올해의 인물·사진’에도 실린, 정운 사진가가 촬영한 그 사진이다.

밀양, 진도 팽목항, 4대강,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노동자 사망 사건을 지나면, 잠시나마 웃는 이들의 얼굴이 등장한다. 박정희 생가를 찾은 이들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에 환호하는 이들. 마지막으로 2012년 제18대 대통령 선거 벽보가 눈 내리는 거리에 매달려 있다. 5년 전 그의 선거 벽보에는 아련한 구문(舊聞)이 달렸다. ‘준비된 여성 대통령.’ 앨범도 끝을 달려 마지막 곡이 흐른다. “끝은 없어 밖은 더 복잡하게 만든, 검은 속을 감춘 저 사람들의 말뿐(‘그리고 은하에 기도를’ 가운데).”

지금은 승리의 기억이 가장 강렬하지만, 흐릿해진 지난 4년간 환부는 여전히 곪은 채로 남아 있다. ‘광장을 기억하고, 광장에서 기억한다’는 이 사진집과 함께 시간을 거스르다 보면, 다시 오늘에 집중하게 된다. 치유해야 할 상처와, 수습해야 할 일은 여전히 많다. 박근혜 정부를 반추하는 가장 강렬한 시각적 경험이다.
<저작권자 ⓒ 시사IN (http://www.sisai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