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국방백서에 ‘북한군은 우리 주적이다’ 이렇게 나오는데?”(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국방부로서는 할 일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할 말은 아니라고 본다”(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4월19일 KBS 토론을 계기로 ‘주적’ 논란이 불거졌다. 토론 다음 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이미 국방백서에 주적으로 명시돼 있다. 북한은 주적이다”라고 ‘국방백서 주적 명시’ 주장에 가담했다.

이 같은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국방백서에 ‘주적’이라는 표현은 없다. 국방부가 발간한 최신 국방백서(2016년 12월)를 보면, “(북한의 군사적인) 위협이 지속되는 한 그 수행 주체인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다”라고 나와 있다. 국방부도 안 후보가 ‘국방백서 주적 명시’를 주장하기 직전인 같은 날 오전 정례 브리핑에서 “주적 개념은 쓰지 않는다. 여러 불필요한 오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공식 확인했다.

국방백서에 ‘주적’ 표현이 없다는 게 알려지자 4월21일 안 후보는 “현재 국방백서에 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것은 북한밖에 없다. 사실상 같은 개념이다. (적 또는 주적이라는) 표현 자체는 무의미하다고 본다. 논쟁의 본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승민 후보도 국방백서 명시 여부가 중요하지 않다는 태도를 보였다.
 

ⓒ시사IN 양한모


그러나 주적이라는 표현을 국방백서에 넣느냐 마느냐는 십수 년간 수차례 논란이 된 사안이다. 국방부가 국방백서에 ‘주적’을 처음 명시한 것은 김영삼 정부 때인 1995년 발간한 ‘국방백서 1995~1996’부터다. “북한을 주적으로 상정하면서”라는 문구를 넣었다. 1998·1999·2000 국방백서는 “주적인 북한의 현실적 군사위협”이라 표현했다.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주적 표현을 유지할지가 논쟁 대상으로 떠올랐다. 당시 정부는 남북 긴장 완화 움직임을 인정하되 주적 개념은 북한의 현실적 위협이 사라질 때까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명박 정부 ‘주적’ 부활 검토했지만…

이후 백서가 나오지 않다가, 노무현 정부 때 발간한 ‘2004 국방백서’에서 “북한의 (…) 직접적 군사위협”이라 표기하면서 주적 개념을 없앴다. 당시 국방부는 “대외 문서에 특정 세력을 지정해 ‘적’이란 표현을 쓰는 나라는 없으며 북한도 남측을 겨냥해 직접적인 적대 표현을 자제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했다”라고 설명했다. 2006·2008 국방백서에도 주적은 들어가지 않았다.

천안함 사건 직후인 2010년 5월 이명박 정부는 북한 주적 개념 부활을 검토했다. 하지만 ‘2010 국방백서’에서 ‘주적’이 부활하지는 않았다. 그 대신 “위협이 지속되는 한, 그 수행 주체인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다”라는 표현이 추가되었다. 당시 국방부는 “외국의 경우 국방백서나 이와 유사한 공식 문서에 주적 표현 사례가 없다. 북한 정권과 북한군으로 특정한 것은 북한 주민과 차별성을 둔 것이다”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 표현이 2012 국방백서는 물론 박근혜 정부 때인 2014·2016 국방백서에도 유지됐다. 유 후보는 토론에서 “북한이 우리의 주적인가”라고 물었다가 “대한민국 정부의 공식 문서에 북한군이 주적이라고 나온다”라고 묻는 등 ‘북한’과 ‘북한군’을 섞어 묻기도 했는데, 현재 국방백서에는 주적이라는 표현이 없고 ‘적’이라는 표현은 북한 정권과 북한군에 한정된다.

기자명 전혜원 기자·나경희 인턴 기자 다른기사 보기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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