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 말이 없게 만든다, 찔려서.”
이렇게 독자평이 극단으로 엇갈리는 책을 편집한 적이 있었던가? 예상 못한 바는 아니었다. 원고를 처음 읽은 이지수 역자도, 한국어 원고를 처음 읽은 나도, 감수와 추천을 맡아주신 이진우 교수도 이 전투력 충만한 도발적 원고에 당혹스러워했으니까.
니체라는 망치를 든 나카지마 요시미치의 공격은 상대를 가리지 않는다. 편집자는 툭하면 작가에게 벌렁 드러눕는 개이고, 저널리스트는 사람들에게 ‘약자가 옳다’는 생각을 주입하는 독거미 타란툴라다. 그리고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의 약함과 비겁함을 선량함으로 포장한 채, 대중이라는 보호색에 숨는 앞발이 마비된 짐승이다.
착하게 살아왔다고 믿는 자에게 이런 소리를 퍼부으니 반감이 생길밖에. 하지만 생각해보면 나 역시 작가에게 굽신, 독자에게 굽신, 상사에게 굽신, 서점에 굽신, 언론사에 굽신거리며 갈등을 피하고자 매일 얼마나 필사적으로 착한 표정을 지어 보였던가.
카프카의 말대로 책이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부수는 도끼여야 한다면 〈니체의 인간학〉보다 더 날 선 도끼는 없다. 저자의 독설은 상처가 날 정도로 독하지만, 피하지 않고 견뎌낸다면 분명 내 안의 무언가를 깨트릴 수 있다. 그리고 그럴 때야 비로소 자신의 신념과 미학을 관철하기 위해, 대립에 따른 고통을 피하지 않는 강자의 길이 눈에 보이지 않겠는가.
약하고 착한 자의 특징 중 하나가 거짓말쟁이라기에, 이 책 표지 앞뒤에는 아무 거짓말도 쓰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니체 철학을 정식으로 이해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이 책을 추천하지 않는다”라는 이진우 교수의 평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 말은 사실이지만, 부디 반역 정신이 투철한 니체 팬이라면 낚여주시길. 더구나 〈시사IN〉 독자라면 니체 정도는 견뎌낼 맷집이 있을 테니, 걱정하진 마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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