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일본군 ‘위안부’ 박물관은 1998년 8월 개관한 한국 경기도 광주의 ‘나눔의 집’ 부설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이다. 나눔의 집은 1992년 10월 공동생활을 희망한 피해자나, 몸이 불편해서 혼자 살기 힘든 피해자를 위한 생활 공동체로 만들어졌고 이후 ‘위안부’ 문제 해결 운동에 앞장서왔다. 나눔의 집은 1997년 가을 피해자들의 증언을 기록하고 모으는 기념관 설립 캠페인을 벌였다. 이 캠페인에 한국과 일본 시민들이 적극 나섰고 1년 후 역사관을 열었다. 개관과 운영에 필요한 자금과 전시에 필수인 역사 사료 대부분을 일본의 연구자, 시민들이 제공했다. 그런 점에서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은 국경을 넘어선 광범위한 한·일 연대의 성과물이다. 이 역사관에서는 관람객들이 피해자들의 직접 증언을 들을 수 있다. 리모델링 후 1972년 오키나와에서 일본군 ‘위안부’ 제도를 고발한 고 배봉기 할머니의 유품과 자료도 볼 수 있다.
이번 회의에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2003년부터 건립 운동을 시작해 각국 시민들의 지원 덕분에 2012년 5월 서울에 개관한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이 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부설기관인 이곳은 일본군 ‘위안부’ 제도의 역사와 문제 해결을 위한 운동사 등이 전시되어 있다. 이곳에서는 지난 25년간 ‘위안부’ 문제 해결 운동이 넓혀온 지평을 1층 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다.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이 저지른 성폭력에 관한 전시 등 현재도 세계 각처에서 발생하고 있는 전쟁 시 성폭력을 테마로 한 전시와 전쟁 성폭력 피해 여성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나비 기금’ 운동이 그것이다.
상처·기억·운동을 자녀와 손자들이 이어가
한국에서 가장 최근 개관한 박물관은 대구의 〈희움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이다. 1997년부터 대구와 경북 지역의 피해자를 지원하고 문제 해결 운동을 해온 ‘대구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 건립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8년 만인 2015년 12월 세워졌다. 한국 정부와 대구시가 지원을 거부해 다른 길을 모색하던 중 큰 힘이 된 것이 피해자가 남긴 압화 작품이었다. 피해자 치유 프로그램의 일환이었던 압화 작품을 ‘희움:희망을 모아 꽃피움’이라는 브랜드로 상품화해 얻은 수익으로 박물관 건립 기금의 70%를 충당했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함께 20년간 지역사회와 연계해온 운동의 성과다.
2005년 8월 일본 시민의 힘으로 도쿄에 개관한 〈액티브 뮤지엄 여성들을 위한 전쟁과 평화 자료관(wam·왐)〉은 전시 성폭력에 특화된 기억과 활동의 거점이다. 온갖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위안부’ 제도의 실태와 역사, 가해국으로서의 책임을 알리고 있다. 매년 1~2회 한국과 북한·동티모르·타이완·미얀마·오키나와·인도네시아·중국·필리핀 등 피해자 나라별·주제별 특별 전시와 도록 출판을 하고 있다(〈시사IN〉 제475호 ‘일본인이 기록한 위안부의 악몽’ 기사 참조). 올여름에는 일본인 ‘위안부’ 특별전을 준비 중이다. 왐이 이렇게 많은 횟수의 특별전을 해낼 수 있었던 것은 각국 현지의 피해자 지원 단체 그리고 일본 내의 각국 피해자 지원 단체와 연구자들의 협력 덕이다. 왐이 축적해온 위안소 지도 등의 데이터나 자료는 일본 국내외 박물관이나 연구소 등에서 활용되고 있다.
상하이에는 대학 캠퍼스 안에 박물관이 있다. 2016년 10월 개관한 상하이 사범대학교 〈중국 ‘위안부’ 역사박물관〉이다. 이곳의 전신은 2007년부터 상하이 사범대학 ‘위안부’ 문제 연구센터가 운영해온 중국 ‘위안부’ 자료관이다.
대학 캠퍼스 안에도 ‘위안부’ 박물관 생겨
가장 최근에 개관한 박물관은 타이완의 〈아마의 집 평화와 여성의 인권관(AMA Museum)〉이다. 개관 주체는 1992년 타이완인 피해자 조사와 문제 해결 운동을 시작한 타이완 ‘부녀구원기금’이다. 반세기 이상 아마(타이완 말로 아마는 할머니라는 뜻이다)들과 함께 그들의 심리적·신체적 지원을 해온 기금이 2016년 12월 박물관을 열었다. 기금 마련에서 장소 선정까지 12년 동안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역사회와의 연계 운동과 지원 속에 탄생한 이곳은 타이완 피해자 59명의 삶과 투쟁을 기록하고 있다. 전시는 생존자가 펼쳐온 운동에 초점을 맞춤과 동시에 여성의 지위 향상과 여성인권 교육 거점을 지향한다. 내전이 끊이지 않는 르완다에서 재배된 공정무역 커피를 제공하는 1층의 아마 카페(AMA cafe)는 여성 기업가 및 NPO의 위탁 판매도 한다.
‘피해자들이 돌아가신 다음에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고민과 ‘두 번 다시 잔혹한 성폭력 피해가 없도록 잊지 말아달라’는 피해자들의 염원에 부응해 만들어진 박물관이 생존자들의 치유의 공간이자 공감하는 사람들의 교육 공간이 되고 있다.
박물관을 만들거나 전시 자료를 만들기 힘든 지역은 기존 박물관의 협력을 얻고 있다. 동티모르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 운동과 생존자 지원 활동을 하고 있는 동티모르인권협회(HAK Association)는 2008년 2월부터 왐의 특별전 〈동티모르 전쟁 속에 살아남은 여성들~일본군과 인도네시아의 지배하에서(2006~2007년)〉를 국민의 대다수가 사용하는 테툼어로 번역해서 순회 전시를 하고 있다. 식민지 종주국의 포르투갈어나 2002년까지 24년간 침략 통치를 한 인도네시아어가 아닌 자신들의 언어로 ‘위안부’ 역사를 가르치기 위해서다. 박물관 운동이기에 가능한 연대다. 앞으로 이어질 박물관 간의 교류 협력은 민족과 국가를 초월해 각 지역의 일본군 ‘위안부’ 역사의 깊이를 더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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