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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합리적인 인간의 합리적 사용법

천관율 기자 yul@sisain.co.kr 2017년 04월 14일 금요일 제4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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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과소평가되었다>
제프 콜빈 지음
신동숙 옮김
한스미디어 펴냄
지난해 3월, 해외 출장지에서 이세돌 대 알파고의 바둑 대결을 연결도 불안정한 스마트폰으로 지켜봤다. 3국까지 내리 지고 나서야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감이 잡혔다. 세상에, 바둑이 정복당했다! 내가 사는 동안 일어날 리 없다고 생각했던 풍경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세기의 대결 이후로 ‘인공지능의 습격’은 매우 인기 있는 주제가 되었다. 인공지능의 습격은 멀게는 ‘인간의 노예화’와 같은 SF 시나리오에서, 가깝게는 일자리의 소멸이라는 대단히 현실적인 위협까지 스멀스멀한 공포를 자극했다. 공포는 마케터의 좋은 친구다. 특히 출판계는 인공지능을 일자리 공포와 연결하는 책들을 쏟아냈다.

분명 인공지능이 바꿀 미래는 진지한 대비가 필요한 주제다. 하지만 지나친 공포 마케팅에 질린 독자에게는, 그래서 인간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차분히 짚어주는 책이 위로가 되기도 한다. <인간은 과소평가되었다>가 그렇다. 미국 경제잡지 <포천> 편집장이 쓴 이 책은 인공지능의 위협이 과장되었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가차 없이, 인공지능 시대에 대한 기존의 낙관 몇 가지를 기각한다.

대신에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특수한 역할이다. 인간은 다른 인간에 공감할 수 있고, 팀플레이를 할 수 있다. 인간이 인공지능보다 비합리적이라는 바로 그 사실 때문에, 인간끼리의 상호작용은 앞으로도 한동안 인간의 영역으로 남는다. 인공지능이 비합리적 상대와의 깊은 상호작용을 터득하려면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장벽을 넘어야 한다. 익숙한 논리로 보이지만 이론적 배경이 탄탄하게 깔려 밀도가 있다. 저자는 인간의 상호작용 능력을 타고난 심성이 아니라 훈련 가능한 기술로 간주한다. 이런 접근법도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어울리는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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