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주역〉으로 박사를 하고 관련 저서만 서너 권을 낸 주역 인문학자다. 주역 인문학자라고 굳이 부르는 까닭은 주역을 점치는 책으로만 여겨온 한국적 풍토에서 인문학으로서 주역의 가치를 주장해온 분이기 때문이다. 전문용어로 “상수역의 전쟁터에서 의리역 일병 구하기” 정도 될 것이다. 이 책도 그런 시도의 하나다. 생각해보라. 수천 년을 동양의 정신문화를 지배해온 고전이다. 왜 이것을 반영한 시와 문학이 없겠는가. 한시(漢詩)에는 〈주역〉의 흔적이 돌올하다. 전공자의 눈에 그것이 얼마나 도드라졌을까.
한시는 밋밋하고 심심해 맹탕처럼 다가올 때가 많다. 그런데 그 안에는 놀라운 장치가 숨겨져 있다. 때론 풍자이기도 하고 삶에 대한 통찰이기도 한 이것은 과거의 문헌에서 끌어온 ‘전거’일 때가 많다. 이 책에서 그 전거는 바로 〈주역〉이다. 그렇게 저자는 괘 하나에 시 한 수로 총 15개 장을 꾸린다. “바람과 같은 부드러운 능력으로 모든 일을 제재하고 제어하는 손(巽)괘에 김수영 시와 두보의 시”를 겹쳐놓는 식이다. 백거이, 두보, 이백 등의 유명한 시가 간간이 새로운 의미로 탄생하기도 해 반전의 묘미도 선사한다. 표지처럼 단아한 글맛도 일품이다. 많이 팔리지는 않았지만, 아니 너무 안 팔렸지만, 편안하게 〈주역〉에 입문한다는 마음으로 손에 잡을 만한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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