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후보들의 일자리 공약은 단순하고 명쾌하다. ‘좌파 박멸’로 집약된다. 홍준표 후보(사진)에 따르면, 기업가들이 국내 투자를 기피하는 이유는 “강성 귀족노조 기득권과 좌파 정치인들이 기업가를 범죄자로 내몰고 투자 의욕을 꺾기” 때문이다. 이른바 좌파 정치인들은 “청년 일자리 문제를 청년들에게 일시적으로 푼돈이나 쥐여주는 정책으로 현혹하고 있다”. 대안은 결국 “좌파들의 무책임한 선동 정치에서 벗어나” “우파·보수 세력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밖에 없다. 그래야 기업의 기가 살아나 일자리를 늘리게 될 것이다. 홍준표 후보와 야권 후보들의 교집합은 ‘최저임금을 1만원 가까이 올리자’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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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경선에 나섰던 김진태 후보도 홍준표 후보와 비슷한 인식을 갖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는 양극화가 아니라 좌경화”라고 주장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위협받고 있을 뿐 아니라 기업의 성장동력이 완전히 꺼져버릴 정도로 좌경화가 진행됐다고 한다. 좌파들이 “기업을 옥죄고 있”다. 결국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좌파 척결은 물론 “대기업·중소기업의 경영 활동에 제재가 되는 모든 악법과 규제를 완전히 철폐”해야 한다. 청년실업 문제 역시 ‘정규직 과보호’를 폐기하면 해결할 수 있다. 좌파를 척결하면, 삼성전자 같은 기업을 여러 개 키워 청년들에게 명품 일자리 50만~100만 개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 활동의 자유화로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것은 나름 합리적이고 보편적인 주장이다. 그러나 모든 문제를 좌파로 환원시키다 보니 자유한국당 후보들끼리 상대방에게 ‘좌파’ 의혹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3월27일 대선 경선 토론회에서 김진태 후보는, 박근혜 정부의 ‘한·일 위안부 합의’를 비판한 홍준표 후보에게 좌파 혐의를 건다. “위안부 협상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감성에 호소하고, 팔아먹었느니 뭐니 하는 것은 좌파의 논리다.” 다른 토론에서는 홍 후보에게 ‘북한이 국가인지 아닌지’ ‘국가보안법이 있어야 하는지 아닌지’ OX로 대답하라고 요구했다. 홍 후보는 “초등학생들이 토론하는 것도 아니고…”라며 발끈했다. 3월31일 전당대회에서 홍준표 후보가 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로 공식 선출되었다.

기자명 이종태 기자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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