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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하기 좋은 나라’ 생각하는 후보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보다 노동하기 좋은 나라를 먼저 생각하는 대통령 후보는 누구일까? 주요 후보의 공공부문 일자리 확장 방식, 노동시간 단축 정도, 일자리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 신산업 육성 아이디어를 비교해보았다.

이종태 기자 peeker@sisain.co.kr 2017년 04월 13일 목요일 제4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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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는 기본적으로 기업 활동을 통해 창출된다. 기업들이 활발하게 투자하고 새로운 사업을 벌여야 일자리가 본격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지구적으로 불황이 지속되는 시기인 만큼 한국에서만 경기 활성화를 기대하기 힘들다. 하지만 정부가 할 일은 있다. 불황기에 ‘일자리를 늘리는 방법’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불황으로 피폐해진 ‘일자리의 질(임금과 고용안정성)’을 높여야 한다. 언젠가 도래할 호황기에 대비하거나 앞당기기 위해 유망 첨단산업과 해당 인력을 육성하는 것 역시 중요한 일자리 정책이다. 이런 정부의 역할을 기준으로 대선 후보들의 관련 공약을 살펴본다(3월31일 현재 진행 중인 각 정당의 경선에서 후보로 확정되었거나 가장 유력한 후보의 공약을 중심으로 점검했다).

기업들이 스스로 투자하기를 꺼리는 불황기에 ‘일자리를 늘리는 방안’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정부가 나서서 시민들을 채용하는 정책, 이른바 ‘공공부문 일자리 늘리기’다. 다른 하나는 ‘노동시간 단축’. 너무 오래 일하는 기존 취업자의 노동시간 중 일부를 떼어내 실업자에게 배분한다. ‘일자리 나누기’다.


ⓒ시사IN 조남진
2016년 3월18일 경기도 성남시청에서 열린 취업박람회장에서 취업 희망자들이 줄을 서 있다.
공공부문 일자리 늘리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공공부문 일자리’를 81만 개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단기간에 많은 일자리를 확실하게 만들 수 있는 방안이다. 다만 과다한 재정지출로 버티는 무책임한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문재인 후보 측에서는 한국의 경우, ‘전체 고용 가운데 공공부문 일자리’의 비중이 지나치게 낮다고 반박한다. OECD 평균이 21.3%인 데 비해 한국은 7.6%에 불과한 것이 사실이다(OECD의 2015년판 <한눈에 보는 정부(Government at a Glance)>). 공공부문 일자리를 81만 개 늘려도 한국의 관련 수치는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인 10.6%에 불과하다는 것이다(<시사IN> 제495호 ‘81만 개 일자리 이렇게 가능하다’ 기사 참조). 더욱이 이 정책은 실업자나 최저임금 노동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해야 하는 청년들을 구제하기 위한 임시방편이다. 인구통계학적으로 청년 구직 연령(25∼34세) 인구가 차기 대통령 임기 종료 직후인 2023년부터 급격히 감소하기 때문이다.

공약을 뜯어보면,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 모두가 새롭게 창출되지는 않는다. 국가가 실제로 추가 채용하는 인원은, 인력 태부족을 호소해온 소방관·경찰·근로감독관 등 공무원 17만4000명이다. 나머지 63만6000개는 민간부문의 일자리를 국가 직영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이 부문 종사자들은 이미 국가재정으로 임금을 받고 있기 때문에 추가 비용이 생각보다 크지는 않다. 크게 두 종류다. 하나는 어린이집·요양원 등 민간 복지시설에 재직 중인 사회서비스 종사자(30만명). 지금은 국가가 민간 보육원에 보조금을 지급하면, 해당 사업자가 그 돈으로 보육교사에게 임금을 준다. 민간 보육원의 서비스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종사자들의 임금도 매우 낮다. 그래서 국가가 민간 어린이집을 인수해서(국공립화), 보육교사의 처우를 개선하고 서비스 질도 높이자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공공기관이 외부 용역업체들로부터 공급받아 청소, 경비, 시설 유지 등에 사용하는(간접고용) 인력이다(33만6000명). 지난해 5월 서울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에서 희생된 청년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처우가 매우 열악하다. 공공기관이 이런 인력을 간접고용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시키면 된다. 문재인 후보 측은 추가 재원을 연간 4조원 정도(5년간 21조원)로 추산한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 역시 “공공부문에서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공공부문의 청년 의무고용 비율을 현행 3%에서 5%로 늘리고, 공공기관의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정규직화하자는 제안도 내놓았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등은 공공부문 일자리 자체에 회의적이다. ‘일자리는 민간부문에서 나와야 한다’는 철학을 공유하고 있다. 안철수 후보는 “81만 개 공공 일자리를 만든다는 건 결국 증세하자는 주장이다. 정부가, 정치가 직접 일자리를 만들지는 못한다”라고 말했다.


ⓒ시사IN 자료
서울의 한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가 어린이들과 율동을 하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
: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들의 연간 노동시간은 2015년 현재 2113시간이다. OECD 평균(1766시간)보다 347시간이나 많다. 한국보다 많이 일하는 나라는 멕시코(2246시간)밖에 없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취업자들이 지나치게 오래 일하고 있기 때문에 ‘노동시간 단축’으로 상당한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기존 취업자들이 일과 생활을 조화시키는 수단으로도 의미 있다.

대선 후보들 역시 노동시간 단축에 대해서는 거의 일치된 찬성 의견을 제시한다. 법으로 허용된 노동시간을 대폭 줄이고, 노동자들이 연차·육아 휴가 등을 사실상 의무적으로 사용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사용하는 용어와 강조점은 조금씩 다르다.

문재인 후보는 일주일 노동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여 일자리 50만 개를 추가 창출하겠다고 공약했다.

안철수 후보 역시 연간 노동시간을 1800시간대로 단축해서 ‘성 평등’ 및 가정생활 만족도를 높이려 한다. 남편들의 과중한 노동 부담을 덜어주면 아내와 함께 자녀를 돌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연차휴가를 수당으로 대체하지 못하도록 법제화하고, 부득이하게 휴가를 쓰지 못하면 ‘저축’해놓고 언젠가 반드시 사용하도록 만들 계획이다. 자정까지 일하고 이튿날 오전 8시에 출근해야 하는 직장인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11시간 이상 최소 연속 휴식시간 보장제’도 약속했다. 자정까지 일하면 최소한 11시간은 쉬고 다음 날 정오쯤에 출근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심상정 후보의 노동시간 단축 공약은 매우 강력하다. 연간 노동시간을 1800시간(1800시간대가 아니라)으로 줄이겠다고 한다. 2017년의 경우, 토·일요일과 법정 공휴일, 평균 연차(14일)를 뺀 노동일은 233일이다. 하루에 8시간(주 40시간)만 일해도 연간 1864시간이다. 1800시간이라면 연장근로가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다. 심상정 후보가 제안한 ‘슈퍼우먼 방지법’은 노동시간 단축 정책인 동시에 육아정책이며 성 평등 정책이다. 여성의 출산휴가를 현행 90일에서 120일로 확대하면서 그 배우자에게도 30일의 출산휴가를 부여한다(현행 3일). 부부가 함께 신생아를 돌보라는 것이다. 육아휴직 기간 역시 현행 12개월에서 16개월로 확대한다. 이 가운데 3개월은 부부가 의무적으로 함께 사용해야 한다. 자녀 등하교를 위해 맞벌이 부부의 출퇴근 시간을 당기거나 늦출 수 있는 ‘출퇴근 시간 선택제’도 인상적이다.

유승민 후보에게 초과노동은 저출산의 원흉이다. 그래서 ‘칼퇴근 보장법’으로 ‘일과 가정생활이 양립 가능하도록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이 법률에 따르면, 초과노동의 한도가 주 단위는 물론 연 단위로 규정·관리된다. 기업은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을 의무적으로 기록해서 보존해야 한다. 퇴근 이후 SNS를 통한 업무 지시로 이루어지는 이른바 ‘돌발노동’까지 제한할 계획이다. 육아휴직 기간을 최장 3년(심상정 후보는 18개월)으로 늘리고, 그 3년을 해당 자녀가 만 18세(고3)에 이르기까지 분할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도 유승민 후보의 공약이다. ‘좌파 적폐 청산’을 외치는 유승민 후보가 ‘좌파’인 심상정 후보보다 더 ‘왼쪽’으로 보이기도 한다.

모든 후보가 동의할 만큼 노동시간 단축은 사회적 정당성을 지닌 의제다. 그러나 임금총액 저하로 이어지는 것이 불가피하다. ‘52시간 노동제’를 엄격히 시행하면, 현재 68시간을 꽉 채워서 일하는 노동자의 소득은 30% 가까이 줄어들게 된다. 후보들은 이와 관련된 대책도 함께 제시해야 할 것이다.


ⓒ시사IN 신선영
2015년 4월24일 민주노총 총파업 결의대회에 대형 마트 노동자들이 카트를 끌고 참가한 모습.
일자리의 질 높이기
:대통령 후보들은 ‘일자리의 질’에 대한 공약도 다수 제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최저임금이 1만원(2017년 현재 6470원)에 도달할 때까지 인상 속도를 높이고, “동일가치노동-동일임금 원칙을 법제화해서 비정규직 급여를 정규직의 70~80%까지 끌어올리겠다”라고 언급했다. 이행 시점을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다. 중소기업 노동자의 임금을 대기업 노동자의 80% 수준에 맞추는 ‘공정임금제’도 핵심 공약 중 하나다. 쉬운 일이 아니다. 고용노동부 <사업체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300인 이상 대기업의 월평균 1인당 임금총액(세전)은 438만5000원(2016년 11월 현재)이다. 300인 미만 중소기업 노동자는 290만7000원의 월급을 받는다. 단순하게 계산하면, 중소기업 노동자의 임금을 1인당 60만1000원 올려야 대기업의 80%(350만8000원)에 도달할 수 있다. 같은 자료에 따르면, 300인 미만 기업 노동자가 모두 1434만명이므로, 매월 8조6000억원(연간 103조원) 정도의 돈이 필요하다. 정부 예산이 400조원 정도에 불과한 상황에서 국고로는 충당할 수 없는 규모다. 결국 대기업이 하청 중소기업에 적절한 납품 단가를 보장하고, 이렇게 늘어난 중소기업의 매출이 소속 노동자의 임금 인상으로 이어지게 만들어야 한다. 새 정부가 기업 간 거래와 노동시장을 정교하고 실효성 있게 조정할 역량을 갖추지 못하면 공약(空約)으로 전락할 공약(公約)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측은 전체 저임금 노동자보다 청년층에 초점을 맞춘다. 중소기업의 대졸 초임(연봉 기준)은 대기업에 비해 1500만원 정도 적다. 안 후보는 한시적 재정 지원으로 그 격차를 줄일 수 있다고 본다. 향후 5년간 정부가 유망 신성장 산업이나 기술 우수 중소기업 등에 취직하는 청년들에게 월 50만원씩 지원해주는 방안이다. 이렇게 되면 중소기업 초임 연봉이 대기업 초임의 80% 정도까지 도달할 수 있다. 대상자는 매년 최대 10만명 정도다. 미취업 청년에겐 6개월 동안 30만원의 교육훈련 수당을 지급하겠다는 공약도 내놓았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비정규직의 채용 자체를 제한하는” 강력한 정책을 약속했다. 대기업·공기업 등 경제적 여력을 갖춘 업체는 원칙적으로 상시·지속적 업무에 기간제 노동자를 채용할 수 없도록 제한한다. 또한 업종과 기업 규모별로 고용할 수 있는 비정규직(간접고용 포함) 수의 상한선을 엄격히 규정하겠다고 한다. 기업이 임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불안정 노동자를 채용하는 행위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의미다. 최저임금도 2018년부터 매년 15%씩 인상해서 2020년까지 1만원에 도달하도록 강제하겠다는 입장이다. 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체불임금을 국가가 먼저 지급한 뒤 사업자에게 받아내는 방안도 제시했다. 가난한 노동자가 민사소송을 통해 밀린 임금을 받아내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공약은 의외로 유승민 후보와 비슷하다. 심상정 후보 역시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고, 상시·지속 업무는 정규직으로 채용하도록 법제화하는 공약을 내놓았다. 한편 하청 중소기업이 소속 노동자들의 임금을 인상하려면 원청 대기업으로부터 납품 대금을 제대로 지급받을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심상정 후보는, 강력한 대·중소기업 간 초과이익 공유제와 함께 하청 중소기업의 임금인상분을 납품 단가에 포함시키도록 의무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심 후보가 제안한 ‘최고임금제(살찐 고양이법)’는, 공공부문 및 대기업 고위 임직원 임금이 각각 최저임금의 10배와 30배를 넘지 않도록 제한하는 제도다. 한편 이른바 ‘알바’ 등 ‘단기 시간제 노동자’에겐 최저임금의 120%를 지급하도록 관련 법안을 개정할 계획이다. 고용 형태가 불안정한 노동자가 정규직 노동자보다 오히려 높은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발상이다.


신산업 육성:일자리를 늘리고 그 질을 높이려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경기 활성화다. 유망한 첨단산업은 물론 이 부문에서 일할 인력까지 육성해놓을 필요가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신설하고 국가 차원의 사물인터넷망 및 공공 빅데이터 센터를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신산업에 필요한 ‘인프라’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확대·신설하고, 과학기술 정책을 총괄할 국가 컨트롤타워도 구성할 계획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4차 산업혁명을 위해 규제 시스템을 ‘네거티브 방식(명문화된 금지 외에는 모든 기업 활동을 허용)’으로 전환하고, 초·중·고교 교육의 전면 개편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환경에 적합한 인재를 육성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미취업자 및 실직자를 대상으로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연간 2만명씩 5년간 10만명의 ‘4차 산업혁명 인재’를 양성하기로 했다. 피교육자들에게는 월 50만원 정도의 훈련비를 지급할 계획이다. 융합적 과학 발전이 가능하도록 국가 연구개발 사업을 한 부처로 통합하겠다는 것도 안철수 후보의 주요 공약이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강력한 창업 지원으로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촉진할 계획이다. 중소 벤처기업에 대한 규제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꾸고 벤처캐피털(중소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금융업체) 설립 요건을 완화하는 한편 세제 혜택도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젊은이들이 기업가의 꿈에 도전할 수 있도록 설사 창업에 실패한다 해도 세금 환급 등으로 투자금액의 최대 75%를 돌려받을 수 있는 ‘혁신 안전망’도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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