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31일 현재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지지율이 대체로 한 자릿수다. 보수 후보 단일화를 두고 온도 차가 감지된다. 선거 비용을 보전받으려면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대선 선거 비용에 대한 궁금증을 ‘팩트 체크’했다.

대선에 나가려면 돈이 얼마나 드나?

2012년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는 약 479억원,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는 약 485억원을 사용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가 약 25억원을, 박종선·강지원·김소연·김순자 무소속 후보가 각각 약 11억원·5억원·4억원·3억원을 선거 비용으로 썼다. 후보들은 대통령 후보 등록에 필요한 기탁금 3억원도 별도로 냈다. 당 후보로 선출되기까지의 비용 역시 별도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는 당내 경선 비용으로 12억원, 문재인 후보는 7억원을 썼다고 신고했다(모두 선관위 신고 기준).

돈은 누가 내나?

당 후보로 선출되기까지 드는 비용은 후보가 부담한다. 후보로 선출되면, 무소속 후보가 아닌 이상 정당이 낸다. 정당 돈이 부족하면 정당이 후보자에게 돈을 빌리는 형태로 사용하는데, 이런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설명이다. 후보를 낸 정당은 대선이 있는 해에는 선관위로부터 경상보조금 1년치를 선거보조금으로 추가로 지급받는다. 지급 기준은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에 경상보조금 50%를 똑같이 배분하고 나머지는 의석수 비율과 20대 국회의원 선거 득표수 비율 등에 따라 차등 지급한다. 올해 1분기 경상보조금을 감안하면, 각 정당이 후보 등록 마감 이틀 뒤인 4월18일까지 받을 선거보조금은 △더불어민주당 약 124억원 △자유한국당 약 120억원 △국민의당 약 86억원 △바른정당 약 63억원 △정의당 약 28억원으로 예상된다. 후보자들은 이번 대선에서 25억4970만원(선거 비용 제한액의 5%)까지를 각각 경선·본선 단계에서 후원회를 통해 모금할 수도 있다.
 

ⓒ시사IN 양한모


후원금을 제외하면 당이 낸다는 뜻인가?

5월9일 치러지는 19대 대선에서 후보자가 쓸 수 있는 선거 비용 한도는 509억9400만원이다. 정부에서 지급받는 선거보조금보다 많다. 일정 비율 이상을 득표한 후보자에 한해 선거 비용을 국가가 보전해준다. 헌법 제116조 2항은 ‘선거에 관한 경비는 법률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당 또는 후보자에게 부담시킬 수 없다’고 규정한다. 재력이 없어도 선거에 후보로 나설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선거공영제’ 원칙이다.

후보자가 당선되거나 사망한 경우 또는 유효 투표 총수의 15% 이상을 득표한 경우 선거운동에 직접 사용한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다. 후보자가 유효 투표 총수의 10% 이상, 15% 미만을 득표하면 지출한 비용의 절반을 보전해준다. 이에 따라 지난 대선에서 51.6%를 득표한 새누리당이 약 453억원, 48%를 득표한 민주통합당이 약 467억원을 보전받았다. 각 당이 중앙선관위에 청구한 액수 대비 보전액이 93%대다. 비용 보전 기준은 국회의원 선거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득표율 10%를 못 넘으면 어떻게 되나?

한 푼도 보전받지 못한다. 선거 비용을 보전받지 못하니 고스란히 당 지출(무소속의 경우 후보자 지출)로 남는다. 10%를 못 넘기면 대통령 후보 등록 기탁금 3억원도 반환받지 못한다. 기탁금 3억원도 유효 투표 총수의 15% 이상을 득표하면 전액, 10% 이상 15% 미만을 득표하면 절반을 돌려받을 수 있다. 국회의원 선거의 기탁금 1500만원 반환 조건도 같다.

‘득표율 장벽’이 너무 높은 것 아닌가?

실제로 그런 지적 때문에 선거 비용 보전 기준이 2010년 헌법재판소의 심판 대상에 오른 적이 있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선거 비용 보전 기준에 대한 판단이었는데, 결과는 재판관 ‘7(합헌) 대 2(위헌)’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선거 비용을 국가가 모두 부담한다면 후보자 난립으로 국가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10% 이상을 득표하지 못한 후보자는 당선 가능성이 거의 없으며, 18대 총선에서 후보자의 49.9%가 비용을 보전받은 점에 비춰볼 때 10%라는 기준이 높다고 할 수 없다”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당시 조대현·송두환 재판관은 “10% 득표율이라는 과도한 기준은 소수 정당의 후보자나 무소속 후보자로 나서는 것을 주저하게 해 민주정치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재력이 부족한 사람에게만 입후보 난립 방지 효과를 가짐으로써 선거의 기회균등 보장 정신에 위배된다”라고 반대 의견을 냈다.

10%·15%라는 기준은 언제 정했나?

2004년 선거법 개정부터다. 1967년 제7대 국회의원 선거까지 선거 비용은 원칙적으로 후보자가 부담했다. 1970년대부터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선거 비용 일부를 직접 부담하는 형태의 선거공영제를 실시했다. 2000년 선거법 개정으로 후보자가 쓴 선거 비용 중 기탁금 반환 기준 득표율(당시에는 20%)을 획득한 후보자에게는 선전물, 선거사무 관계자 수당 등 일정 항목에 대해 국가나 지자체가 선거일 뒤 보전하는 선거공영제가 실시됐다. 이후 2004년 선거법 개정으로 후보자가 지출한 선거 비용 전액을 국가가 보전해주는 ‘완전 선거공영제’가 실시됐다. 득표율 기준도 이때 정해졌다.

대선 후보 기탁금은 계속 3억원이었나?

아니다. 대통령 선거 기준으로 보면, 6·10 항쟁 이후 치러진 1987년 제13대 대선에서 처음으로 정당 추천 후보는 5000만원·무소속 후보는 1억원이라는 기탁금 제도가 생겼다. 이후 제14대 대선 때 정당 추천 후보와 무소속 후보의 기탁금이 모두 3억원으로 늘었다. 제15·16·17대 대선은 5억원이었다. 2008년 헌재는 ‘대선 기탁금 5억원’에 대해 “5억원은 입후보 예정자가 조달하기에 매우 높은 액수로, 재산이 많고 적음에 따라 공무담임권(국민이 공무를 담당할 수 있는 권리) 행사 기회를 비합리적으로 차별한다”라며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지난 18대 대선부터 대통령 후보 등록 기탁금은 3억원으로 내려갔다.

다른 나라 선거공영제는 어떻게 하나?

결선투표제를 실시하는 프랑스의 경우 대선 1차 투표에서 유효 투표수의 5% 이상 득표한 후보는 선거 비용 한도의 절반을 보전받는다. 캐나다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 등록된 정당이 승인한 후보가 선거에서 전체 유효 투표수의 2%를 득표하거나, 선거구에서 유효 투표의 5%를 확보하면 선거 비용 절반을 보전한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전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는 “기탁금이 너무 비싸고 기탁금 반환과 선거 비용 보전 기준 득표율도 지나치게 높다고 본다. 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안 되는 정당이나 후보자는 선거 출마를 포기할 수밖에 없어서 피선거권뿐 아니라 시민들의 선택도 제약된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 기탁금을 대폭 낮추고 기탁금 반환·선거 비용 보전 득표율 기준도 5% 등으로 낮춰야 한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전혜원 기자·김형락 인턴 기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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