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터넷에서 ‘한국’이 사라지고 있다. 아이치이(爱奇艺), 투더우(土豆), 유쿠(优酷) 등의 동영상 사이트에 〈무한도전〉 〈런닝맨〉 같은 인기 한국 예능이 업데이트되지 않고 있다. 대표적 음악 사이트 ‘QQ음악’에서는 한국 음악 차트가 통째로 없어졌다. 온라인 공간에는 이와 같은 제재에 동조하는 의견뿐 아니라, 한국의 문화 콘텐츠를 쫓는 대신 자국의 콘텐츠를 소비하겠다는 자성론, 중국 콘텐츠의 경쟁력 부재에 대한 비판 등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고 있다.

중국 내 오프라인 한국 상점도 타격을 입었다. 롯데가 사드 부지 제공을 결정한 이후, 중국 전역의 롯데 매장 99개 중 87개가 영업을 중단했다. 이 중 67곳은 소방시설 점검 등을 이유로, 20곳은 불매운동으로 자체 휴업 중이다. 전체 매장의 90%다.

ⓒ환구망 갈무리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에 대한 중국 내 불매운동이 과열되고 있다. 위는 롯데 관련 물품이 사라진 중국의 한 유통매장.
한국 물류에 대한 검사가 엄격해진 이후, 유학생 커뮤니티에는 한국에서 보낸 EMS 택배가 중국 해관(항구에 설치된 세관)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는 글들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택시 승차 후 한국인임이 밝혀지면서 하차를 강요당했다거나, 요금을 더 청구했다거나, 식당에서 문전박대를 당했다는 증언도 간혹 들려온다. 이를 중국인 전체의 태도로 일반화해서는 안 되지만, 분위기가 우호적이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모두가 한국의 사드 배치 이후 벌어진 일이다.

어디에서나 극단이 존재하듯, 중국 내부에도 반한 감정을 극단적으로 표출하는 이들이 있다. 3월9일, 허베이성의 스지싱(世纪星) 초등학교에서는 교사와 학생 400명이 모여 사드 반대 집회를 열었다. 12세 이하 초등학생들은 ‘한국 상품 불매, 나부터(抵制韩货,从我做起)’의 표어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구호를 외쳤다. 어린아이들에게 반한 감정을 심는 것에 대해 중국 누리꾼들의 비판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SNS에는 어린이들에게 증오를 키우는 교육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 반한 감정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이들에 대한 비판도 있다. 3월12일, 제주도행 크루즈에 탑승한 중국인 3400명이 도착 후 하선을 거부해 중국에서도 화제가 되었다. 중국 누리꾼들은 이들이 유명세를 업고 제품 판매를 하려는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한국 정치 상황을 주시하는 중국 언론

반한 감정이 격해짐에 따라 중국에서도 한때 가짜 뉴스가 퍼졌다. 롯데의 불매운동이 격해진 이후, SNS에는 롯데와 관련된 가짜 뉴스 하나가 급속도로 확산되었는데, 요지는 이렇다. 한국의 〈환구신문안(环球新闻眼)〉이라는 매체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인터뷰했는데, 그에게 롯데 불매운동에 대한 생각을 묻자, 웃으며 ‘중국인들은 줏대가 없어서, 롯데가 세일만 하면 이들은 다시 물건을 사러 올 것’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가짜 뉴스는 금방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지만, 한 번만 보고 지나치거나 확증편향성이 높은 이들에게는 반한 감정을 부채질한다.

몇몇 진짜 뉴스도 반한 감정을 부채질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세계무역기구에 중국 제소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베이징르바오(北京日报)〉는 3월10일자 기사에 이것을 ‘코미디(笑話)’라고 보도했다. 자국민의 애국 행동을 제소할 방법이 있느냐고 되물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 이후, 중국 언론은 대선 주자들의 지지율 추이 등을 자세히 보도하며 한국의 정치 상황을 예의 주시한다. 후보들이 사드에 관해 표명했던 의견도 정리해서 보도하는 등 한국 대선 판도가 사드 배치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중국 내 반한 목소리가 크면 클수록 부각되기 마련이지만, 중국인 모두가 맹목적으로 한국을 미워하거나 통일된 의견을 갖고 있지는 않다. 중국 내에는 여러 층위의 목소리가 공존하며 극단적인 의견을 견제하기도 한다.

기자명 베이징·정해인 통신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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