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결정이 난 3월10일 오후 5시께, 해양수산부(해수부)를 출입하는 기자들은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해수부가 보낸 세월호 인양에 대한 취재 지원 계획이 담긴 내용이었다. 탄핵 인용 5시간여 만에 보낸 문자였다. 2주 뒤 3월23일 세월호는 1073일 만에 인양되었다. 전날 시험인양에 성공하고, 본인양에 들어간 결과였다. 대통령이 파면당하고 13일이 지난 뒤 세월호가 물 밖으로 나왔다. 세월호 인양이 공교롭게 대통령 탄핵 인용 이후 속도를 내면서 ‘세월호 인양 외압설’이 불거졌다. 정부의 인양 의지 부족으로 인양이 늦춰진 것 아니냐는 의심이 퍼졌다.
해수부는 부인했다. 김영석 해수부 장관은 “외부 변수나 정치적 고려는 있을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세월호 자체 중량만 6825t인 데다 선체를 그대로 인양하는 작업이 유례없는 일이라 쉽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인양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잔존유나 굴착작업 등의 어려움이 생겨 시간이 지연되었을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정부의 행보를 보면 석연치 않은 지점이 적지 않다. 세월호 인양 날짜는 계속 미뤄졌고, 애초 정해진 방식대로 진행되지도 않았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진실 규명에 소극적이던 정부가 세월호 인양 이후 실시될 선체 조사를 부담스러워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근거가 없는 지적은 아니었다.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업무일지와 안종범 전 경제수석의 업무수첩에 공통으로 ‘세월호’가 기재되었다.
안종범 업무수첩 2016년 2월26일자 ‘2-26-16 실수비’ 메모에는 ‘8. 세월호 BH 자료 요구→자료 제출 불가’라고 적혀 있다. 세월호 특조위가 요청한 자료 제출을 거부하라고 지시한 내용으로 추정된다. 김영한 업무일지에는 더 노골적으로 등장한다. 2014년 10월27일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을 의미하는 ‘長(장)’이라는 글자 옆에 ‘세월호 인양-시신 인양 X, 정부 책임, 부담’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 게 대표적이다. ‘시신 인양은 정부에 부담이 되므로 안 된다’는 취지의 지시를 한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어서 논란이 되었다. 박근혜 정부·청와대에 세월호는 일관되게 책임 회피와 공작의 대상이었다(〈시사IN〉 제487호 ‘세월호 유가족 공격엔 이렇게 기민할 수가’ 기사 참조).
세월호는 인양되었지만 아직도 사고 원인은 논란이 되고 있다. 2014년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세월호 참사 원인 중 하나로 ‘조타수의 급변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2015년 11월12일 대법원은 세월호 사건에 관한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사고 당시 세월호의 조타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는지에 관한 합리적인 의심이 있다”라고 밝혔다. 선체 조사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판결이었다.
참사 원인을 밝혀줄 세월호 인양은 2015년 8월16일 첫 작업에 들어갔다. 2014년 11월11일 미수습자 9명을 남겨두고 수색 작업이 종료됐다. 이후 2015년 5월 인양업체 사업 설명회가 열렸고, 7개 컨소시엄이 참여했다. 인양업체로 결정된 중국의 상하이샐비지 컨소시엄은 기술평가 1등이 아니었다. 네덜란드의 스미트 컨소시엄이 90점 만점에 80.908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스미트는 김영석 해수부 장관조차도 지난해 9월27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감에 출석해 “세계 1위의 기술적인 성과를 낸 것은 사실이다”라고 인정한 업체다. 다음으로 상하이샐비지 컨소시엄이 78.920점, 중국의 차이나옌타이샐비지 컨소시엄이 78.543점, 미국의 타이탄마리타임 컨소시엄이 77.542점이었다. 세월호 인양 입찰 평가에서 기술 평가는 90%를 차지했다.
가장 낮은 입찰가 써낸 상하이샐비지 선정
2015년 8월4일 해수부는 인양업체로 상하이샐비지를 최종 선정했다. 상하이샐비지가 기술평가 1~4위 중에서 가장 낮은 입찰가인 851억여 원을 써냈기 때문이었다. 스미트는 가격평가에서 탈락했다. 스미트는 입찰가로 1485억원을 써냈다. 정부가 1000억원을 입찰가로 책정하자 스미트는 입찰보증금을 예치하지 않았다. 기획재정부가 한정한 입찰가 1000억원은 해수부가 밝힌 인양 비용과 차이 나는 금액이었다. 같은 해 4월15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유기준 당시 해양수산부 장관은 “(인양) 기간은 1년에서 1년6개월 정도, 비용은 한 1000억에서 1500억 또는 한 2000억원까지 추정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김현권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이 입수한 해수부 대외비 문건인 〈세월호 선체처리 기술검토 최종보고서〉를 보면, 해수부도 인양 비용을 1000억원에서 1500억원 사이로 평가했다. 인양업체를 정하기 넉 달 전인 2015년 4월, 해수부 선체처리기술검토 TF는 ‘낙관적 추정 경우 1000억원에 12개월, 비관적 추정 경우 1500억원에 18개월’로 비용과 인양 기간을 보고했다. 김현권 의원은 “해수부 스스로도 밝혔듯 유례없는 선체 전체 인양에 조류 속도가 빠른 맹골수도 등 이처럼 열악한 인양 환경이라면, 낙관적 추정보다는 비관적 추정을 가정하는 게 맞다. 그런데도 정부는 1000억원으로 가이드라인을 끊어버렸다. 스미트는 참여를 못하게 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라고 말했다.
또 〈세월호 선체처리 기술검토 최종보고서〉는 상하이샐비지가 제시한 부력재를 사용한 인양 방식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했다. 보고서는 “선체의 자세 변화나 중량 변화 등의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위험성이 높다. 가급적 부력재를 사용하지 않는 방법으로 검토를 수행하였다”라고 평가했다. 부력재 쓰는 인양 방식에 대해 해수부도 위험성을 인지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지난해 9월27일 국정감사장, 김현권 의원은 “보고서에 보면 부력재를 이용한 방식이 상대적 위험도가 제일 높다고 평가되어 있는데 당시에 알고 있었지요?”라고 물었다. “예”라고 김영석 해수부 장관은 답했다.
상하이샐비지는 결국 지난해 11월 인양 방식을 바꿨다. 인양 작업에 착수한 지 1년3개월이 지난 다음에야 해상 크레인은 재킹바지선으로, 플로팅독은 반잠수식 선박으로 전환했다. 애초 이 방식으로 인양하자고 제안해 기술평가에서 1위를 받은 업체가 바로 스미트 컨소시엄이다. 〈세월호를 기록하다〉를 쓴 오준호 작가는 “부력재 방식은 구멍을 뚫어야 했기에 유가족이 원하는 온전한 선체 인양과 거리가 멀었다. 그런 방식을 1년 넘게 강행하다 방식을 바꿨다. ‘구멍 뚫으려고 부력재 방식을 밀어붙인 거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해수부의 행태로 보면 인양을 꼭 해내겠다는 의지가 없었다. 대통령이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비판했다.
상하이샐비지 방식이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해수부는 인양 완료 날짜를 다섯 차례나 변경했다. 2016년 7월에서 8월, 9월, 10월 다시 12월까지 미뤘다. 그리고 세월호 3주기를 앞둔 2017년 3월 세월호가 뭍으로 나왔다. 인양이 지지부진하던 지난해 9월 미수습자 단원고 학생 조은화양의 어머니 이금희씨는 국정감사 증인으로 나와서 이렇게 말했다. “인양이 될지 안 될지에 대한 공포와 ‘우리 딸을 혹시 못 찾으면 어떻게 하지’라는 무서움에 밤마다 팽목항 등대에 갑니다. 그게 얼마나 비참하고 처참한지 안 당해본 사람은 모릅니다. 저같이 아픈 사람이 다시 대한민국에 생기지 않게끔 정말 부탁드립니다. 사람부터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정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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