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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webmaster@sisain.co.kr 2017년 03월 31일 금요일 제49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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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은 좀 없습니다만 품위까지 잃은 건 아니랍니다
가노코 히로후미 지음, 이정환 옮김, 푸른숲 펴냄

이야기는 “난 여기서 살다가 객사할 각오가 돼 있어!”라며 요양시설 입소를 거부하고 오물투성이 자기 집을 고집하는 한 치매 할머니로부터 시작한다. 간병 전문가인 시모무라 에미코는 그 앞에서 문득 깨닫는다. 곤경에 빠진 노인 한 명도 보살필 수 없는 게 무슨 복지냐고. ‘요리아이 다쿠로쇼(宅老所)’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소규모 요양 시설이다. 가정집처럼 넓은 거실과 주방이 있다. 건물 1층은 마당 넓은 카페다. 격리된 요양 시설이 아니라 주민과 치매 노인들이 소통하는 공간을 지향한 것이다. ‘안심할 수 있는 곳에서 늙어가고 싶다’는 소망을 현실로 만들려 분투한 이들의 산 기록. 분명 심각한 주제인데, 필자의 재간 덕에 끝까지 낄낄거리며 읽게 된다.





생각으로 인도하는 질문여행
전명윤 지음, 홍익출판사 펴냄

이런 인도 여행서가 보고 싶었나 보다. 일정별로 깨알같이 정보를 쏟아내거나 온통 사진으로 가득 찬 몽환적인 에세이집 말고, 여행지의 환상과 현실을 적절히 담아낸 여행서.
여행 가이드북 작가 전명윤씨(필명:환타)가 펴낸 <생각으로 인도하는 질문여행>에는 20년 전부터 인도를 드나든 작가의 내공이 책 곳곳에 배어 있다. 가령 오른손으로 식사하는 문화에 대한 현지인의 이런 항변은 쉬이 접할 수 없는 이야기이리라.
“수저? 그게 누구 입에 들어갔다 나왔는지 어떻게 알아? 내 오른손은 나만 쓴다고. 여러 사람이 돌려쓰는 너희 외국인의 포크 문화와 수저 문화만 생각하면 더러워서 지난밤에 먹은 카레가 올라올 지경이라고!”




경성의 건축가들
김소연 지음, 루아크 펴냄

프랑스의 베트남 지배는 비난하지만 그들이 호찌민에 남긴 웅장한 프랑스식 건축물을 헐뜯지는 않는다. 식민지 유산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더 악랄한 지배를 받았다는 증거인데, 우리는 그 유산을 보고 탄성한다. 근대 민족주의자들도 그랬다. 암울한 현실을 비판하면서도 경성역에서 들려오는 문명의 소리에 들떴고 카페와 살롱에서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서구를 동경했다.
주로 경성공업고등학교 건축과를 졸업하고 총독부나 경성부청에서 일했던 조선의 건축가들이 지은 건물은 일제의 지배와 수탈을 위한 것이었다. 집의 용도와 집주인의 행태에 가려 설계자는 빛을 보지 못했다. 그들의 건축 언어를 현직 건축가가 들여다보았다.




지금 다시, 칼 폴라니
와카모리 미도리 지음, 김영주 옮김, 생각의힘 펴냄

자신에게 물어보자. 나는 주로 ‘이득’을 위해 행동하지 않는가? 혹은 나의 수입 가운데 ‘뭔가(특히 노동력)를 판매하는 것’ 이외의 방법으로 얻은 것이 있나? 사실 우리의 행위 대부분은 이득을 위해 뭔가 판매하는 것으로 이뤄진다. ‘시장 사회’에 살고 있으며, 그 규율이 몸과 영혼에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칼 폴라니는 시장 사회의 기원을 18세기 후반의 영국까지 거슬러 올라가 추적해서, ‘좋은 삶’의 수단이어야 할 시장경제가 거꾸로 삶 자체를 지배하게 되는 ‘거대한 전환’의 순간을 정교하고 거침없이 폭로한 학자다. 칼 폴라니는 오늘날 더욱 심화·확대된 시장 사회를 제대로 알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탁월한 입문서다.




아픔에 대하여
헤르베르트 플뤼게 지음, 김희상 옮김, 돌베개 펴냄

내가 겪지 않은 타인의 아픔에 대해 섣불리 위로하거나 알은체하는 건 오만에 가깝다. 타인을 이해하고 싶지만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의 한계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아픔을 조금 더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기. 어쩌면 우리 삶의 이유일지 모른다.
독일에서 신경과·내과 의사를 지낸 저자는 이 책에서 몸의 병 이외에도 삶을 살아가며 감당해야 하는 실존적 아픔까지 넓게 아울렀다. 희망이란 살아가게 하는 힘일까, 위험한 환상일까? 아픔을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는 어떤 고통에 휩싸일까? 독일 전역이 나치즘의 광기와 패전에 대한 자괴감에 빠져 있을 때 그는 아픔의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희망의 근거를 마련했다.





여중생 A(전 3권)
허5파6 지음, 비아북 펴냄

‘사춘기’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맞는 자연스러운 시기가 아니라, 서구 산업사회의 특정 문화가 구성해낸 개념이라고 주장한 인류학자가 있었다. 분명히 사춘기라는 말은 청소년을 대상화하는 측면이 있다. 마치 잠깐 지나갈 시기인 것처럼, 아직은 제대로 된 인생이 시작되지 않았다는 듯이. 그러나 이것은 왜 삶이 아니란 말인가. 웹툰 <여중생 A>의 주인공 장미래는 하루하루 누구보다 삶을 가쁘게 느낀다. 여자이고, 중학생이고, 가난해서 겪는 일을 어른들의 내려다보는 시선이 아닌, 오로지 주인공들의 꾸밈없는 시선으로 풀어간다. 깊은 우울과 불안 속에 아슬아슬한 하루라도, 온라인 게임 속에서만 색채를 느끼는 인생일지라도, 미래가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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