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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개편, ‘이웃 수’보다 콘텐츠 축적이 중요하다

검색 결과가 상위에 노출되도록 하는 검색 엔진 최적화는 ‘네이버 최적화’ 혹은 '블로그 최적화’로 오해되었다. 마케팅 대행사들은 검색 결과 조작으로 돈을 벌었다. 최근 왜곡된 디지털 정보 생태계를 개선하자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이종대 (데이터블 대표) webmaster@sisain.co.kr 2017년 03월 31일 금요일 제49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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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취약한 분야 중 하나가 ‘축적’이다. 근면하고 성실하지만 오랜 세월 꾸준히 쌓아 전수하는 문화는 찾기 힘들다.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면서도 정작 몇십 년 된 노포조차 드물고, 수대에 걸쳐 가업을 이어온 장인의 공예품이나 수백 년 전통이 담긴 전통주·차 등도 유럽이나 일본에 비해 찾기 어렵다.

꾸준함과 성실함으로 쌓아올리는 세월의 풍미나 경륜은 한국에서 꽤 희소한 가치가 되었다. 좀 더 정확히는 그 희소성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 오랜 노력이 필요한 기초과학보다 즉시 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신기술에, 긴 시간 갈고 닦은 브랜딩보다 최신 트렌드가 접목된 마케팅에 열광한다. 세월의 흔적이 담긴 옛 거리, 옛집이 재개발이나 재건축 대상이 되고, 그 위에 화려한 신소재와 신기술이 적용된 아파트 단지가 세워지는 게 너무도 흔하고 자연스럽지 않은가?

기업의 디지털 마케팅 접근도 이러한 사회적 맥락에서 자유롭지 않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검색 엔진 최적화(SEO:Search Engine Optimization)’에 대한 홀대다. 해외에서는 매우 필수적인 활동이지만, 국내에서는 용어 자체를 생소하게 여기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벚꽃’을 검색했을 때 구글(왼쪽)에서는 누적된 콘텐츠가, 네이버에서는 ‘네이버 최적화 블로그’가 상위에 노출된다.


검색 엔진 최적화(SEO)는 구글·바이두·네이버 같은 주요 검색 엔진에서 자사 제품이나 브랜드가 검색 결과에 잘 걸리게 하는 일련의 노력을 일컫는다. 최근에는 검색 기능이 있는 다양한 서비스 플랫폼, 예컨대 유튜브·인스타그램·앱스토어·구글플레이 같은 서비스에서도 검색 결과 상위에 노출되도록 노력하는 것까지 SEO의 범주에 넣는다.

그런데 우리나라 디지털 마케팅에서 SEO는 ‘네이버 최적화’ 혹은 ‘블로그 최적화’로 오해되기 십상이다. 국내 온라인 트래픽 대부분이 네이버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네이버 검색 알고리즘은 블로그 포스팅에 높은 가산점을 주었고, 자연스럽게 블로그 최적화가 SEO의 전부인 양 여겨졌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그동안 네이버는 블로그 이웃이나 댓글이 많고, 정기적으로 조회 수가 꾸준히 나오는 ‘네이버 블로그’의 포스팅을 검색 결과에 더 많이 노출했다. 네이버 검색 상위에 노출될 만큼 충분한 이웃과 댓글, 조회 수를 확보한 이른바 ‘최적화 블로그’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이런 ‘최적화 블로그’ 계정을 확보해 특정 키워드가 포함된 포스팅(블로그 글)을 집중적으로 올리면 네이버 검색 결과를 쉽게 조작할 수 있었다.


ⓒ시사IN 윤무영
알고리즘을 개편한 네이버는 모바일에서부터 변화를 도입했다. 모바일에서 ‘벚꽃’을 검색하면 벚꽃에 대한 이미지가 상위에 노출된다.
한번 만들어둔 ‘네이버 최적화 블로그’는 검색 결과 조작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황금열쇠’나 마찬가지다. 이러한 네이버 알고리즘의 맹점을 파고든 디지털 마케팅 대행사들은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는 ‘네이버 카페’ ‘네이버 지식인’까지 동원해 검색 결과 조작으로 돈을 벌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특정 기업 총수 일가나 브랜드, 제품에 치명적인 사건이 일어난다. 이름·브랜드명·제품명을 검색하면 부정적인 검색 결과가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이를 무마하기 위해 마케팅 대행사를 동원한다. 대행사는 이미 확보해둔 ‘네이버 최적화 블로그’에 해당 총수 일가·브랜드·제품에 대한 긍정 내용을 쏟아낸다. 부정 내용 일색이던 검색 결과가 어느새 긍정적인 이야기로 덧씌워진다. 신제품 마케팅은 물론이고 유명인 관련 이슈, 심지어 대학 입시와 관련된 후기들까지 이런 방식으로 조작되어왔다. 여기에 협찬을 표방한 홍보비를 받은 인터넷 언론사까지 가세하면 어느새 ‘가짜 뉴스’로 뒤덮이게 된다. 2012년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은 디지털 마케팅 문법에서 그리 새롭거나 황당한 기법이 아니었던 셈이다.

해당 사이트의 전문성을 검색 결과에 반영

최근에야 왜곡된 디지털 정보 생태계를 개선하자는 움직임이 시작했다. 국내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을 장악하다시피 했던 네이버가 최근 알고리즘을 대대적으로 개편한 것이다. 네이버는 구글 등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SEO의 본원적 가치와 개념을 충실히 반영하기로 하고, 모바일 검색에서부터 변화를 도입했다.

구글 SEO 알고리즘은 웹페이지, 블로그 포스팅, 게시판 게시물 등 인터넷 문서가 검색 키워드와 얼마나 잘 연관되어 있으며 전문성이 있는지 집중한다. 즉 주제와 상관없이 여기저기에 인용된다고 해서, 단순히 블로그 이웃(혹은 팔로어)과 댓글이 많다고 해서 가산점을 주지 않는다. 과거 ‘네이버 최적화 블로그’는 요리·IT·패션 관련 포스팅이 마구잡이로 올라와도 인용 빈도, 이웃 수, 댓글이 많으면 상위에 노출되었다. 그러나 구글에서는 한 사이트(혹은 블로그)가 주로 어떤 주제로 구성되었는지, 그동안 비슷한 주제를 얼마나 오랫동안 축적해왔는지, 이렇게 축적한 콘텐츠에 사람들이 얼마나 꾸준히 반응해왔는지 추적한다. 심지어 콘텐츠를 보러 들어온 유저가 그것을 끝까지 읽거나 소비했는지도 검색 결과에 반영한다. 순간의 인기보다 해당 사이트의 전문성을 분석해 검색 결과에 반영한다. 최소 몇 년 이상 누적된 콘텐츠를 통해 평가하기 때문에 네이버에서 일어나던 검색 조작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모바일 검색에서 시작한 네이버의 변화는 구글과 유사한 방식으로 재편되고 있다. SEO의 기본 원리라 할 수 있는 3C(Contents:콘텐츠, Context:맥락, Chain:연계)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촉진하는 방식이다. 이제 최소한 모바일 검색에 한해서는 네이버에서도 이른바 ‘최적화 블로그’를 활용한 검색 결과 조작이 어려워졌다. 대신 몇 년간 꾸준히 특정 카테고리의 콘텐츠를 생산하면서 풍부한 맥락을 만들어온 콘텐츠 제작자들이 빛을 발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변화가 조만간 네이버 PC 검색에도 반영된다면, 전통적 의미의 SEO는 거스를 수 없는 하나의 흐름이 될 것이다.

새로운 브랜드·사이트·콘텐츠를 만드는 처지에서도 ‘꾸준한 축적’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초반에는 검색량과 유입량이 적더라도, 꾸준히 전문성 있는 콘텐츠를 누적하다 보면, 네이버 검색 봇이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 인식해 검색 상위에 노출시킬 것이다. 초반에는 콘텐츠 반응도 적고 구매로 이어지지도 않는 것 같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동안 투입한 자원과 시간을 상쇄할 만큼 사용자가 유입되고 구매 전환이 ‘J커브’를 그리게 할 수 있다. 한번 인정된 전문성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게 SEO의 장점이기 때문이다. 개인이나 조직, 회사의 정체성이나 추구하는 가치에 대한 고민과 성찰이 담긴 양질의 콘텐츠들을 축적하는 것이 각종 매체에 집행하는 광고 홍보 예산만큼이나 중요해진다는 뜻이다.

SEO는 브랜딩과 닮았다. 단기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점, 그래서 오래 축적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 축적된 무언가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J커브 형태로 급격히 성과가 향상된다는 점이다. 조바심은 잠시 접어둔 채 축적의 시간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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