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캠프 영입 인사가 영화 〈다이빙벨〉 상영과 관련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압력을 넣었는지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발단은 지난 3월15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 텔레비전 토론회였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물었다. “문 후보님 주변에 인정하기 어려운 기득권자들이 모입니다. (중략) 세월호 〈다이빙벨〉 상영 관련해서 부산영화제에 압력을 행사했던 정경진이라는 분도 (영입)하셨고.”

ⓒ연합뉴스 17일 서울 충무로 MBN 스튜디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경선후보 토론회에서 이재명(왼쪽부터), 최성, 문재인, 안희정 대선 예비후보가 토론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7.3.17

문재인 캠프 권혁기 부대변인이 보도자료를 냈다. “정경진 전 부산시 행정부시장은 부산영화제 담당이 아니었다. 부산영화제는 경제부시장 담당 업무다. (중략) 정 전 부시장이 〈다이빙벨〉 영화 상영을 막았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해명 이후에도 정확한 사실관계에 대한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시사IN〉 취재 결과 문재인 캠프의 해명은 그 자체로는 사실이지만 문제의 핵심을 비켜서 간 것이었다. 먼저 ‘정 전 부시장이 부산국제영화제 담당이 아니었다’는 해명과 관련해 부산국제영화제가 행정부시장이 아닌 경제부시장 담당인 것은 맞다. 그런데 영화제 담당 부서가 행정부시장 소관에서 경제부시장 소관으로 바뀐 것은 2015년 1월1일이고, 정관이 개정된 것은 같은 해 2월25일이다. 2014년 10월 부산국제영화제가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을 상영하기에 앞서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인 서병수 부산시장이 상영 중단 검토를 지시해 외압 논란이 불거졌을 때, 정 전 부시장은 부산국제영화제 부조직위원장으로서 영화제 업무를 담당했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부산국제영화제 핵심 관계자는 〈시사IN〉과 통화하면서 “부산시 차원의 압력은 있었지만 정 전 부시장의 직간접 압력은 없었다. 이름을 밝힐 수 없는 부산시 고위 관계자를 통한 압력이 있었으며 일부는 현직에 있다. 그 이름을 지금 거론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상영 중단 검토를 지시한 서병수 시장 밑에서 영화제 업무를 담당했지만, 정 전 부시장이 직접 상영 중단 압력을 가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정 전 부시장은 〈다이빙벨〉 상영 외압과 관련이 없는 인물일까. 정 전 부시장의 이름이 〈다이빙벨〉 외압 의혹에 등장한 것은 2015년 1월이다. 2014년 10월 부산국제영화제는 서병수 부산시장의 외압에도 불구하고 예정대로 〈다이빙벨〉을 상영했다. 이듬해 1월 부산시가 이용관 당시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에게 사퇴를 종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다이빙벨〉 상영에 대한 보복이 아니냐는 해석이 쏟아졌다. 당시 상황을 다룬 〈시사IN〉 기사에서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2015년) 1월23일 정경진 행정부시장과 김광회 문화관광국장을 만났다. 주로 김 국장이 얘기했는데, 감사 결과가 좋지 않다며 새로운 사람이 와서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부시장도 같은 취지로 말했다. ‘시장님 뜻인가?’ 그렇다고 했다. ‘나한테 물러나라는 건가?’ 역시 그렇다고 했다.”

〈시사IN〉은 논란의 당사자인 정경진 전 부시장과 3월15일 통화했다.

기자:텔레비전 토론회에서 부산국제영화제 압력 행사가 논란이 됐는데?

정경진:경선 과정에서 나온 얘기다. 팩트 자체는 다 나와 있다. 당시 (이용관 위원장을) 만나고 난 뒤 기자회견을 자청해 만천하에 이야기했다.

기자:문재인 캠프에서는 ‘부산영화제 담당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는데?

정경진:(이용관 위원장 사퇴 요구 논란이 일던) 2015년 초 당시에는 담당이 아니었다. 경제부시장 소관이었다(2015년 1월1일부로 영화제 업무가 경제부시장 소관이 된 것은 맞지만, 부산국제영화제 정관 개정은 같은 해 2월25일 이뤄졌다. 부산국제영화제 관계자는 “정관을 개정한 2월25일자로 정경진 전 부시장이 부조직위원장에서 퇴임한 것으로 등기에 나와 있다”라고 말했다).

기자:2015년 1월23일 이용관 위원장에게 ‘새로운 사람이 왔으면 좋겠다’고 한 적 있나?

정경진:그런 말 한 적 없다. 부산국제영화제 20주년을 맞아 쇄신이 필요하다고 한 게 전부다. 나중에 기자간담회에서 기자가 ‘도저히 쇄신 안 되면 어떻게 하느냐’고 물어 ‘사람이라도 바꿔야 한다’고 웃으며 말한 기억이 난다.

정경진 전 부시장의 이 같은 해명은 2015년 1월 〈시사IN〉 통화에서 한 해명과 다르다. 당시 통화 내용이다.

기자:1월23일 사퇴 권고한 적 없나?

정경진:사퇴 권고한 건 아니고, 쇄신해야 되는데 도저히 못하겠으면 쇄신할 수 있는 사람이 해야 되지 않느냐. 그런 취지의 대화가 있었고 본인(이용관 위원장)도 다 이해했다.

기자:쇄신을 도저히 할 수 없다면 새로운 사람이 와야 한다는 취지의 대화를 했다?

정경진:그런 취지지. 논리 귀결상 그렇게 한 거지. 누가 나가라 이런 건 아니란 걸 여러 차례 얘기했다.

기자:2015년 당시 이용관 위원장에게 한 이야기는 〈다이빙벨〉과 관련 있나?

정경진:〈다이빙벨〉과 관련 없다. 오해다. 영화제 20주년 맞아서 새로운 것을 제시하자는 분위기로 가다 보니 집행위원장이나 그런 분들 처지에서는 작년하고 연계된 거 아니냐는 느낌을 갖게 된 것 같다. 그런 쪽으로 보도가 많이 났다. 그게 아니라고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기자:문재인 캠프에는 계속 있을 건가?

정경진:글쎄요. 제가 뭐 돕겠다는데 그거 때문에 못 돕게 되는 게 좀 아이러니하다. 저렇게 하면 못 돕고, 이러면 못 돕고 이렇게 할 필요 있겠나.

기자:논란 전이나 후에, 문 전 대표와 이 건으로 이야기를 나눴나?

정경진:직접 하신 말씀은 없다. 저번에 북콘서트 하실 때 문화 관련 말씀 들으니 문화에 대해서는 지원은 하되, 간섭을 안 하는 쪽으로 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건 들었다. 여기에 대해서 나랑 상의하고 그런 건 없다.


2014년 9월10일(위)과 9월11일(아래) 김영한 전 수석 업무일지에 이용관 당시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이름이 등장한다.

부산국제영화제 핵심 관계자는 〈시사IN〉과의 통화에서 “정 전 부시장과 〈다이빙벨〉 상영 건으로 이야기한 적은 없다. 다만 이용관 위원장이 물러났으면 하는 서병수 시장 요구를 전달한 것은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시사IN〉이 입수한 김영한 전 수석의 업무일지를 보면, ‘부산영화제-다이빙벨-이용관 집행위원장 60억 예산지원(2014년 9월10일자)’ ‘부산 위원장(이용관) (중략) 이념편향적 인물. 중립적 공정 임무 수행에 애로(2014년 9월11일자)’ 문구가 적혀 있다. 이용관 위원장이 그만큼 권력의 눈엣가시였다는 얘기다. 또 특검 수사 결과 김종덕 당시 문체부 장관이 서병수 시장에게 〈다이빙벨〉 상영을 막으라고 지시했고, 조윤선 당시 정무수석이 〈다이빙벨〉 상영 결정 이후 각종 방해를 지시한 혐의가 드러났다. 〈시사IN〉은 당시 상황을 재차 확인하기 위해 이용관 위원장에게 수차례 연락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 위원장은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다. 이해해주기 바란다”라는 문자를 보내왔다.

기자명 전혜원 기자·전광준 인턴 기자 다른기사 보기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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