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5일 선강퉁(深港通)이 개시되었다. 선강퉁은 홍콩과 선전거래소 사이에 거래 및 결제를 연동할 수 있는 서비스다. 2014년 출범된 후강퉁(沪港通:홍콩과 상하이거래소 사이의 거래 및 결제를 연동할 수 있는 서비스) 이후 해외 투자자들이 중국의 본토 주식에 투자할 길이 열린 것이다.

중국 주식시장은 한국과 차이가 있다. 상하이·선전·홍콩의 거래소를 중심으로 각각 나뉘어 운영된다. 여기에 상장된 주식 종류와 투자자의 자격도 모두 다르다. 상하이와 선전거래소에서는 A주·B주 등이, 홍콩거래소에서는 H주·R주 등이 거래된다. A주는 중국 내국인 전용 주식, B주는 외국인 전용 주식이다. H주와 R주(레드칩)는 홍콩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본토의 우량기업 지수를 나타낸다.

중국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중국 내수시장의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길을 제한해왔다. 후강퉁과 선강퉁이 개시되었다는 것은 이러한 제한에서 벗어나 중국 내에 상장되어 활발히 거래되는 본토 A주에 투자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AP Photo2016년 12월5일 홍콩거래소에서 선강퉁 개시를 알리는 징을 치고 있다.

후강퉁에 이어 선보인 선강퉁도 외국인 투자자에게는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후강퉁이 개시된 뒤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가 4000선, 5000선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갔던 것처럼 이번 선강퉁 개시가 중국 증시의 반등 포인트가 되리라는 기대가 높았다. 특히 선전거래소에는 중소기업 전용 주식인 중소기업판과 벤처기업 전용 주식인 창업판이 설치되어 있는데, 성장 가능성이 큰 중국의 알토란 같은 첨단기업이 많이 몰려 있다. 선전 증시는 이른바 ‘중국판 나스닥’이라고도 불렸다.

후강퉁에는 후끈, 선강퉁에는 관망

선강퉁을 개시한 후 두 달 이상이 흐른 지금 중국 내 분위기는 ‘안정’으로 평가된다. 중국 증권감독위원회 장샤오쥔 대변인은 “선강퉁은 전반적으로 안정되게 운영 중이며, 소기의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중국 〈증권시보〉 자료에 따르면, 선강퉁 시행 이후 약 두 달간 선구퉁(홍콩→선전)의 누적 거래액은 288억 위안(약 4조8107억원), 강구퉁(중국 본토→홍콩)의 누적 거래액은 88억 위안(약 1조4699억원)을 넘어섰다. 국외에서 168억 위안(약 2조8062억원)에 이르는 자금이 중국으로 유입되었다. 강구퉁보다 선구퉁에 투자수요가 더 몰리는 ‘북열남랭(北熱南冷)’의 구도가 형성되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선강퉁을 통한 한국인의 중국 증시거래는 기대치보다 낮았다.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5일 선강퉁 시행 이후부터 2개월 동안 누적 거래대금은 976억원(5억8352만5112위안)에 그쳤다. 일일 거래대금도 감소 추세이다. 시행 첫날에는 104억원에서 시작했는데, 1월 말 이후에는 20억원대로 돌아섰다. 후강퉁 개시 두 달 만에 국내 투자자의 누적 거래액이 1조원을 넘어선 것이 비하면,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왜 그럴까? 선전지수는 높은 수준의 회전율과 밸류에이션, 변동성이 특징이다. 국유기업 위주의 대형주가 많이 상장되어 있는 상하이지수와는 다르다. 지난해 9월 세계거래소연맹 자료에 따르면 선전거래소의 거래 회전율은 280% 정도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회전율이 높다는 것은 주식 수에 비해 거래가 많다는 것으로, 그만큼 단타로 치고 빠지는 매매가 심하다는 의미다. 그래서 안정성 측면에서는 ‘아직’이라는 말이 붙을 수 있다. 2014년 후강퉁 시행 때보다는 반응이 시원치 않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중국은 후강퉁을 통해 섣부른 자본시장 개방이 위험하다는 것을 경험했다. ‘안정 속 성장’이라는 경제정책의 기본 기조를 자본시장에서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점진적인 자본시장 개방을 통해 자금 수급을 원활히 하는 것이 중요한 목표가 된 것이다.

기자명 베이징·양광모 (중국인민대학교 경제학원 박사과정)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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